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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Apr 07. 2024

관심 없는 관심: 나는! 나는?

어른용 성장

전제: 누구를 위한 관심인가


관심이란 곧 나 아닌 타인에게 마음 한 자리 내어주는 일입니다.
내 시간을, 내 삶을 조금 나눠 주는 일입니다. 
송정림


상황: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문무를 겸비한 인재였겠다.


분명 나를 향한 본인의 생각과 질문이 귀에 들린다. 하지만 이후의 대화가 기대가 되지 않는다. 그저 뜬금없게 경험되는 공허한 표현이다. 가끔 참여하는 모임에서 주로 대화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은 종종 이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한 '빠른' 관심을 드러낸다. 관심을 받기 위해 관심 어렸다 믿는 질문을 던지는 이에게 기대할 수 있는 관계는 결국 고독함 뿐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난 대화의 맥락과 상관없이 이런 표현을 하는 이들을 경계한다.


"근데 왜 내 얘기는 안 해?" 


현상: 관심은 지켜보는 태도에서 확인된다.


관심은 '느린' 시선과 기대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해'하려는 시도에 닿아 있다. 나아가 이해하려는 의도는 상대를 향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다.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자신을 향한 질문이 이를 가능케 한다.


상대의 입장에서 확인하는 억척스러운 여유

첫 탐사취재로 방문한 곳은 인사이더(내부 고발자)가 사는 집이었다. 분명 만남이 확정되어 몇 시간씩 차로 이동해 약속 시간에 맞춰 찾아갔으나 막상 도착하니 연락이 닿질 않았다. 근처에 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으나 약속된 장소에 나와 있지 않다는 사실은 결국 변심을 의미할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함께 간 선배는 당황스러움에 화를 냈다. 그리고 주변 골목골목을 다니며 약속 당사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그렇게 약 10여 분간 외침이 이어졌다. 결국 선배는 포기한 듯 ‘가자’를 뱉은 뒤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5분만 기다렸다가 전화 한 번만 더 해보고 그래도 안 받으면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선배는 감정도 추스를 겸 슈퍼 앞에 서서 차분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5분 뒤 그 사람은 전화를 받았다. 


사실 취재에 응한 뒤 가장 불안한 당사자는 그 사람이었을 것이다. 혹시나 얼굴이나 목소리를 가린다고 해도 관계의 맥락상 본인의 정체가 드러나진 않을지 겁이 났을 것이다. 취재는 잠시지만 이후의 변화는 그 사람의 삶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모르고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 사람은 알았고 취재진은 관심이 없었다. 그런 이에게 선배가 만든 10여 분의 소란은 얼마나 양심을 때리는 순간이었을까. 대부분은 수락 전 예상했을 것이고 막상 그 순간을 마주하니 굳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침묵은 단순히 거부일 수 있지만 잠시의 주저함일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전체 취재의 일정과 맥락을 알고 있는 선배에게는 취재의 성사 여부가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신입이었던 내게는 그저 당시 그 사람의 당황스러움이 더 와닿았을 뿐이었다, 


그래서 애초에 왜 취재에 응했었나를 차분히 확인할 수 있는 5분을 제안하는 게 적절해 보였다.

 

생각: 평소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고 있는지


일상 속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관찰하려 애쓰는 현장 조사 방법론 때문인지 나를 향한 누군가의 '빠른' 관심 뒤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가를 먼저 질문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면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거 아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기도 하지만 그 덕분에 관계에 있어 이전의 나보다는 조금 더 담백하게 상대를 대하고 조금은 더 효과적으로 관계에서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내게 관심은 곧 에너지이고 생명력이다. 시선은 느리게, 판단과 평가는 가장 마지막으로 미뤄두는 것. 이 단순해 보이지만 명확한 실천의 기준은 살면서 내가 습득한 몇 안 되는 성장의 결정체와 같다.




길고양이나 큰 개와 친해지는 방법은 근처에 머무는 것이다. 


눈이 마주쳐도 편안한 상태를 확인할 때까지 조금씩 더 오래 머물거나 다가가는 것이 전부다. 관심이 있기에 바라보는 태도로 관심을 드러내는 것. 그 은밀한 주도적 효과를 한 번쯤 경험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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