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10%가 치매와 함께 삶을 마감한다는 통계가 있다.
치매는 두뇌의 기능이 점차 감소하는 병이다. 심각해지면 가장 가까운 이들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일상 또한 불가능한 상황에 이른다. 본인과 주변인의 삶에 큰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치매는 노년의 가장 큰 공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토록 보편적이며, 파괴적인 질병. 더 무서운 것은 이 병을 고치는 약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치매의 치료제를 찾는 모든 노력은 수십 년째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어떤 신약의 후보물질이 큰 기대를 받다가도, 환자에게 적용했을 경우 상태가 나아지기는커녕 악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무서운 치매를 극복할 새로운 희망이 나타나고 있다. 이 방법은 하나의 약이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치매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에서 비롯된 실천들의 종합이다. 이 새로운 의견은 치매가 예방될 수 있는 질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이 실천들은 일생의 모든 시기를 아우르는 두뇌건강을 위한 실천과도 일치한다.
일생동안 건강한 두뇌를 갖는 법. 치매에서 자유로운 인생을 사는 법을 살펴보자.
건강한 두뇌를 지닌 A는 항상 쾌활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즐기고, 왕성한 지적인 호기심을 지녔다. 기억력이 좋고,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능력이 변함없이 유창하다. 업무에서 자신의 전문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두뇌의 건강이 저하되어 있는 B는 항상 화가 나있다. 일상의 반복적인 일도 힘겹게 느껴진다. 관공서나 은행업무와 같은, 인지능력이 필요한 소소한 일들이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최대한 수동적이고 싶어, 하루 종일 TV를 보거나 소일을 한다. 중요한 일도 자꾸 미루거나 포기한다.
이 짧은 이야기는 대조되는 두뇌건강을 지닌 사람 사이의 차이를 표현한 것이다. 본래의 성격이나 능력을 떠나, 두뇌의 건강 상태는 그 사람의 행동과 경험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이 저하된 두뇌의 소유자는, 좋은 의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에 비해, 건강한 두뇌의 소유자에게 좋은 마음 상태와 일관된 행동은 노력이 필요치 않은 기본적 상태이다.
두뇌의 컨디션이 저하되었다는 것이 곧바로 치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렇다 해도, B는 A보다 치매에 더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두뇌건강의 저하가 축적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급속도로 진행될 즈음 치매를 진단받는다. 이에 비해, 건강한 두뇌에는 치매가 생기지 않는다.
치매를 진단받기 전, 지속적인 크고 작은 불편을 겪는 십수 년의 시간이 있다. 두뇌건강의 저하는 치매의 경보 신호이다. 이 신호는 상황을 역전시킬 기회를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알츠하이머의 종말>의 저자, 데일 브레드슨 박사는, 치매를 36개의 구멍이 난 지붕에 비유했다. 하나의 구멍을 막는 것으로는 집을 고쳤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한두 가지 생체지표를 개선했다고 해서 치매의 증상을 역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브레드슨 박사는 생활의 모든 부분을 개선하는 복합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브레드슨 박사는 복합적이고 전방위적인 접근법을 통해, 전례 없는 치매 증상 완화 성과를 보이는 중이다. 그는 한 논문에서 9명의 증상 개선 사례를 소개했다. 증상이 오래되지 않은 경우 거의 발병 이전 수준의 인지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으며, 중증 환자들의 경우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더라도 인지능력의 상당한 회복을 보였다. 수십 년 간을 통틀어 최고의 두뇌건강에 도달한 환자도 있다.
이 짧은 글에서 그 실천을 모두 전달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대한의 적극적인 조치를 원한다면 그의 저서를 참조하길 바란다.) 하지만, 치매의 근원적 원인을 간략하게 요약할 수는 있을 것이다.
치매 발병 1년 전 즈음부터, 두뇌는 에너지 위기를 겪는다. 두뇌에서 더 이상 당분을 쓰지 못하는 상태, 인슐린 저항증이 발생한다. 이를 두고, 치매를 ‘제3형 당뇨’라고 표현하는 전문가들의 표현이 점차 보편으로 받아들여지는 중이다.
치매를 앓는 사람의 두뇌는 건강한 사람의 두뇌에 비해 당분 대사가 45%가량 감소되어 있다. 이렇게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줄어든 두뇌는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어 크기를 줄인다. 따라서 인지기능이 급격히 감소한다. 이는 치매를 앓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관되게 관측되는 패턴이다.
치매에 대한 정보를 조금 접해본 사람이라면, 치매의 원인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축적이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베타 아밀로이드는 두뇌에 손상이나 감염이 생겼을 때, 이를 복구하려는 작용의 표현이다. 건강한 두뇌에도 베타 아밀로이드가 생성된다. 면역과 치유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문제는 이 염증성 단백질이 분해되지 않고 쌓인다는 점이다.
최근의 발견에 따르면, 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분해하는 효소는 인슐린 분해 효소(IDE)이다.
잠깐, 인슐린 저항증. 즉 인슐린이 너무 높아 생기는, 당분을 쓰지 못하는 증상인 인슐린 저항증이 두뇌의 굶주림을 가져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인슐린 분해효소가 베타 아밀로이드 분해에도 쓰인다면? 혈당 안정이 힘들 만큼 인슐린이 항상 높고, 세포에서도 당분을 쓰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슐린 분해효소가 인슐린을 분해하는 것에도 벅차다면,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 또한 가속된다는 이야기이다.
즉, 이 모든 문제의 근원에는 높은 인슐린이 있는 것이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치매 발병자의 80%가 당뇨와 같은 인슐린 저항증을 지닌 사람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치매의 신진대사적 원인에 대한 이해는 치매 예방의 길을 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분 대사의 건강을 해치는 정제된 탄수화물의 섭취를 최소화하고 섬유질의 섭취를 늘리는 것에서 시작하는 혈당관리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겠다.
희망적인 것은, 이러한 인슐린 저항증을 극복하는 실천들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는 점이다. 간헐적 단식, 저탄수화물 식사는 혈당 안정과 인슐린 저항증 개선에 분명한 차도를 가져온다. 건강식의 한 갈래로서 자리 잡았기에, 노력한다면 그 실천을 생활에 적용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두뇌가 인슐린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대체연료인 케톤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희망적이다. 지방을 잘게 쪼갠 에너지 대사물인 케톤은 두뇌의 ‘슈퍼 연료’로 여겨지는데, 이 케톤을 얻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탄수화물의 제한을 통해 케톤을 몸에서 만들도록 하는 방법과, 식품을 통해 케톤을 섭취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치매 환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아 식습관이 굳어진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탄수화물을 급격히 제한하는 식사를 환자들에게 권하기는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케톤을 외부에서 공급하는 방법이 실현 가능한 최선의 실천이 될 수 있다.
코코넛유에 함유된 중쇄지방산(Medium Chain Triglyceride : MCT Oil)은 간에서 바로 케톤으로 전환된다. 인슐린에 관계없이 두뇌의 연료로 쓰인다. 이 케톤이 공급된 두뇌는 오래도록 굶주렸던 에너지를 얻는다. 다른 생활의 변화 없이 코코넛유/MCT의 보충만으로 치매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음이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수십 년째 알츠하이머를 연구해온, 스테판 컨네인 박사는 케톤의 공급이 알츠하이머의 증상을 줄여주는 현상을 연구했다. 60일간의 MCT 오일을 통한 케톤 공급은 두뇌의 케톤 이용률을 2배로 향상했으며, 이 기간 동안 실험대상자인 치매환자들의 인지능력은 확연히 개선되었다.
2 숟갈 분량의 코코넛유가 가져온 효과이다. 혈당 관리를 위한 모든 노력, 특히 간헐적 단식과 정제된 탄수화물의 제한이 병행된다면 그 효과는 더 배가될 것이다.
전방위적 접근을 강조하는 브레드슨 박사 또한 케톤의 효과를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에게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일정 주기로 행할 것을 권한다. 이러한 탄수화물의 대사를 휴식하는 기간을 주기적으로 갖는 것은, 인슐린 저항증을 리셋하고, 축적된 염증을 해소하며,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신체의 능력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에 유독 취약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 ApoE4라는, 면역/염증반응을 담당하는 유전자가 염증을 많이 생성하는 성향인 경우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같은 손상이나 감염에도 더 큰 염증으로 반응하는 신체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인데, 인구의 약 14퍼센트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백만 년의 진화 과정 동안 이러한, 적극적인 염증반응을 보이는 유전 성향은 절대다수를 구성했다고 한다. 염증반응이 적게 발생하는 ApoE3 유전자는 220,000년 전 즈음, 염증반응이 그보다도 낮은 ApoE2 유전자는 불과 80,000년 전 즈음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에서 살아남기에는 외부의 침입이나 신체의 손상에 더 큰 염증반응으로 대비하는 유전자가 더 적합했을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방어 기능 없이는 야생의 환경에서 감염에 대처할 수 없었을 것이며, 자연선택에서 도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러한 ApoE4 유전자는 현대적 질병에 유독 취약하다. 현대적 질병은 때때로 찾아오는 감염이 아닌, 만성적인 염증으로 인한 퇴행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모든 대사증후군의 단초인 인슐린 저항증의 기저에는 만성염증이 있다고 밝혀지고 있다. 치매환자의 두뇌에서 발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또한 염증반응의 표현이다.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은 치매 발병 확률이 50~90% 증가한다고 한다. 전체 치매 발병자 중 65%는 이 유전자의 보유자이다.
유전 성향이 치매에 취약하다고 해도, 치매는 필연이 아니다. 신진대사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만성염증을 해소하는 실천들을 생활화하면 그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염증반응이 적은 유전자를 지녔다고 해서, 치매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 또한 아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반복하면 두뇌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어 치매에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치매라는 병을 통해 바라본 두뇌 건강은, 우리 몸의 에너지 공급 시스템이 우리의 두뇌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건강한 신진대사는 두뇌 건강의 핵심이다. 이러한 두뇌 건강은 기분, 의지력, 집중력, 능력, 모든 정신의 영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