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옆에 언제나 준비물을 책임졌던 문구점이 존재한다. 나의 첫 문구점은 당연히 초등학교 밑에 위치한 문구점이다. 양쪽에 두 문구점이 있어서 선생님이 가져오라는 물건을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문구점 그리고 과거의 나
어릴 때 여배우가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백화점을 떠나는 장면을 보았다. 난 그 장면을 보고 부러워했다. 나도 그 여배우처럼 돈을 많이 써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사고 싶었다. 여배우가 들고 있는 그 카드로 좋아하는 인형과 장난감, 그리고 게임기를 사고 싶었다. 슬프게도 난 그런 카드를 가질 수 없어서 그러한 욕망을 문구점에서 풀었다. 여배우처럼 카드 들고 백화점에 갈 수 없지만 5천 원 지폐를 들고 어린이 백화점인 문구점에 갈 수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5천 원만 있어도 텔레비전의 언니처럼 학용품과 간식을 많이 살 수 있었다. 그럼 한국 생활 좀 해본 외국인이 초등학교 때 문구점에서 주로 무엇을 샀는가.
문구점 간식, 일명 불량식품
방과 후 친구들과 함께 문구점에 가서 다양한 간식을 먹었다. 내가 주로 먹었던 간식은 아폴로, 나나콘, 꾀돌이, 씨씨, 보석반지와 초콜릿이 들어있는 모든 간식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간식을 많이 사지 않았다. 오히려 옷 입기 스테커 세트인 아바타 스티커나 다이어리를 많이 샀다. 간식은 중학교 들어갔을 때 많이 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보다 공부하는 양이 많아져서 간식을 향한 욕구가 높아졌다. 그래서 간식을 미리 사서 쉬는 시간에 먹기도 했다.
나나콘을 사서 수업 시간에 몰래 먹는 친구들을 종종 보았다. 난 손을 들고 '선생님 이 친구가 수업 도중에 과자를 몰래 먹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신고하지 않고 친구에게 눈빛을 보낸다. 친구가 내 눈빛을 보고 내게 몰래 과자를 준다. 먹방 찍듯이 맛있게 먹으면 바로 선생님에게 걸리기 때문에 팀킬이 된다. 선생님이 칠판에 무언가 적기 시작할 때 난 재빠르게 과자를 입안에 넣고 혀로 녹았다. 과자를 녹으면 바삭 씹는 소리가 사라져서 문제가 없다.
초등학교 때 사탕 위주의 간식을 샀는데 중학교 때부터 나나콘 같은 바삭한 과자를 선호하게 되었다. 사탕은 내 배를 채우기엔 부족했고 공부하는 뇌가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나콘이나 꾀돌이를 자주 사 먹었다. 문구점에서 사서 가져온 간식이 떨어지면 학교 안의 매점에서 간식을 샀다.
뽑기
문구점에서 두 종류의 뽑기가 있다. 캡슐 뽑기 기계와 종이 뽑기다. 초등학교 시절, 바닥에서 동전 몇 개만 발견하면 두 종류의 뽑기를 할 수 있다. 종이 뽑기는 늘 문구점 대문에 붙어있었고 캡슐 뽑기 문구점 밖에서 캡슐 기계 뽑기가 있었다. 내 기억으로 종이 뽑기는 100원 또는 200원 정도였다. 뽑기 한 세트를 다 뜯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어도 천 원 이상의 돈을 쓰지 않았다. 상품이 나올 때까지 돈을 써서 기다리는 것보다 그 돈으로 조금 더 비싼 간식이나 샤프를 사는 것이 낫다. 종이 뽑기에서 늘 꽝만 맞았던 내가 딱 한 번 작은 간식을 받은 적 있었다. 내 기억으로 상품이 간식이었다.
기계 뽑기는 그 당시 유행했던 애니메이션 관련 인형이나 아이템이 들어있었다. 동전이 남아돌면 기계 뽑기를 돌렸다. 주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캐릭터 인형이나 키체인을 자주 걸렸다. 팔에 대고 때리면 구부러지는 팔찌도 자주 걸렸다. 캡슐이 떨어지면 발로 살짝 밟아서 캡슐을 여는데 가끔 열정적으로 밟아서 안에 있던 상품이 고장 날 때가 있다. 200원 정도 되는 캡슐이라서 '아, 아깝다. 마음 아프다.'라는 생각보다 '그래, 고장 났으니 버리고 다시 돌리자.'라는 생각으로 동전을 더 썼다. 예전에는 500원 이하로 기계 뽑기를 할 수 있어서 캡슐을 많이 얻을 수 있지만, 지금은 500원 이상의 가격이 되는 기계 뽑기가 많아져서 돈을 쓰기도 아깝다.
아바타 스티커
어릴 때 옷을 꾸미는 놀이를 좋아해서 문구점에 파는 아바타 스티커들을 자주 샀다. 아바타 스티커는 종이 인형과 비슷하게 스티커 인형에게 다양한 옷을 입히는 세트다. 아바타 스티커를 고를 때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당연히 패션이다. 되도록 집에 없는 옷, 한 번도 보지 못한 예쁜 옷이 나와야 살 수 있다. 아바타 스티커의 단점은 이틀 만에 더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스티커의 접착제 때문에 오래 쓸 수 없다.
난 아바타 스티커를 가지고 인형 놀이를 했다. 인형을 들고 외출하면 불편하다. 두고 가거나 잃어버릴 때가 있어서 한 번 쓰고 버릴 수 있는 아바타 스티커를 자주 사서 챙겼다. 부모님을 따라 어디로 가게 되면 할 일없는 나는 가만히 서서 기다려야 했다. 그럴 때마다 아바타 스티커를 들고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감독 놀이와 비슷하다. 내가 감독이자 작가면 아바타 스티커들은 배우들이다. 공주 테마로 이야기를 완성하면 드레스가 많은 아바타 스티커를 샀고, 현대 배경의 이야기를 완성하면 현대 패션이 많은 아바타 스티커를 샀다.
학교 준비물
문구점과 학교 준비물을 뗄 수 없는 콤비다. 대표적인 준비물은 미술용품이다. 찰흙 판, 색종이, 도화지, 크레파스 등 학교에서 준비하라는 미술용품을 문구점에 살 수 있었다. 나는 문구점을 떠오르면 불량식품과 학용품 그리고 미술용품을 파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에서 어떤 준비물을 언급했을 때 '이런 곳도 팔아?'하고 놀란 적이 있다. 내가 몇 학년이었는지 기억 안 나지만 학교에서 우리 보고 체육복을 챙겨 오라는 알림을 받았다.
'옷이라면 늘 마트나 지하상가에서 샀는데, 이 옷은 어디서 얻지?'
문구점도 옷을 팔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문구점에 갔다. 학교에서 준비하라는 체육복도 팔고 있었다. 그 체육복은 교과서에 나온 하얀색 체육복으로 '우등생 체육복'으로 불린다. 문구점에 정말 다양한 것을 팔고 있구나. 어린 나는 모든 것을 팔고 있는 문구점을 보고 신기했다.
문구점, 그리고 현재의 나
지금의 나에게 문구점은 당연히 추억의 장소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졸업한 몸이 되었기에 문구점에 갈 일이 없다. 길을 가다가 '문구점'이라고 적힌 가게를 보면 '그땐 그랬지.'하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지나갔다. 가끔 시간이 나면 문구점을 방문해서 추억의 간식을 사기도 했다. 안에 들어가면 과거의 내가 무엇을 샀는지 떠오르게 된다. 그때의 기억을 회상하면 이런 말이 떠오른다.
'문구점만 가면 지름신이 내렸다.'
앞뒤 안 가리고 모든 것을 사게 만드는 그 무서운 지름신. 과거의 나는 문구점만 들어가면 지름신이 내려온다. 내 눈이 마음에 들면 다 사려고 했다. 학교 끝나면 집이 아닌 문구점부터 갔다. 도대체 뭘 사려고 거의 매일 갔을까. 종이접기를 위한 색종이, 아바타 스티커, 다이어리, 샤프, 간식 등 거의 다양한 물건을 샀다. 어떤 사람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소비를 많이 하는데 내가 어릴 때 그랬나 보다.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힘들어서 나의 모든 불안감을 문구점 소비로 푼 것 같다.
과거의 내가 충동구매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니. 내 기억을 이러한 방식으로 해석하니까 씁쓸했다. 이 해석이 틀린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난 후 문구점으로 향하던 감정을 떠올랐다. 그 감정은 해방과 편안함에 가까웠다. 현재의 나는 다행히 산책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정말 화가 나면 적은 돈으로 코인 노래방에 가서 소리 지른다.
어쩔 수 없이 달라진 문구점
초등학교 때 매일 가던 문구점을 다시 방문하니까 감회가 새롭다. 그때 먹었던 불량식품을 아직도 팔고 있어서 방문 기념으로 아폴로를 샀다. 문구점 한 바퀴를 돌고 나니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했다. 어릴 때 자주 봤던 아바타 스티커와 종이 뽑기를 찾을 수 없었다. 스티커는 요즘 어린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바뀌었고 캡슐 기계 뽑기만 있었다. 예전에는 문구점에서 파는 것이 많았는데 지금은 별로 없었다. 어릴 때 찾았던 문구점이 그대로인데 그때 샀던 물건들이 사라졌다. 무언가 당연하면서도 씁쓸했다.
아바타 스티커와 다이어리 메모지를 아직도 팔았다면 지금 샀을 텐데, 그게 없어서 아쉬웠다. 문구점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내 추억이 불량식품이다. 나머지 추억들은 문구점에서 찾아볼 수 없다. 지금의 문구점은 내 어린 시절의 백화점이 아닌 현재 어린이들의 백화점이라는 뜻이다. 나는 아폴로를 가방 속에서 넣고 현세대 어린이들의 문구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