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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Nov 02. 2019

좋은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는 법?

연애와 수영의 공통점

좋은 남자, 나쁜 남자, 혹은 좋은 여자, 나쁜 여자의 기준이 무엇일까? 아주 극단적인 예를 제외하면, 그 앞에 "나에게" 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말이 될 것이다. "나에게" 는 세상 나쁜 남자도, "다른 누군가에게" 는 세상 좋은 남자일 수 있으니까.


사실 '연애'의 영역에서까지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걸 꿈꾸는 것은, 마치 물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수영할 수 있는 법을 물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수영을 하려면 일단, 직접 물에 들어가서 허우적 거리는 경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 수영장 물의 온도가 어떤지, 냄새가 어떤지 직접 느껴보고, 발차기도 해보고, 머리 끝까지 물에 담가보기도 하고, 소독약 냄새가 나는 수영장 물을 본의 아니게 먹어가기도 하면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는 길 밖에 없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물에 뜨는 느낌도 알게 되고, 호흡법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도 잘 안 먹게 되고, 속도 조절도 가능해지며, 내가 좋아하는 영법도 생기게 된다. 연애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이제는 유부녀지만, 주변에 연애로 인해 고민에 빠진 동생들을 보니 옛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맞아, 나도 그랬었지. 나도 그렇게 어리숙하고 순수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지...


사실 연애도, 그리고 수영도, 사실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수영을 하다보면 나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모든 운동이 다 그렇다. 아, 내가 체력이 여기까지 밖에 안되는구나, 폐활량이 형편 없었구나, 발차기가 엄청 약하구나, 기초 체력이 부족하구나, 그런데 잠영은 잘하고 싶구나, 배영은 재미없네, 나는 물속에 잠겨있는 그 조용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등등. 연애도 그렇다. 친구와 있을 때의 내 모습과, 연애할 때의 내 모습은 또 상당히 다른 면이 있다.


내게 가장 참기 어려운 상태는 소위 말하는 '썸'의 상태였다. 도대체 '썸을 탄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좋으면 좋은거고, 싫으면 죽어도 싫은 것이었던, 호불호가 확실했던 나로서는 내 감정에 대해 헷갈려본 적도 거의 없었고, 상대방의 아리송한 태도 때문에 혼란스러워 했던 적도 많지 았았던 것 같다. 대부분 좋으면 엄청나게 좋은 티가 자동으로 나는 편이었고, 상대방도 그랬다.


만약 상대방이 아리송하게 나온다면, 이미 아니구나 싶어서 맘을 접은 상태였기 때문에, 썸까지 이어지지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나에게는 YES와 NO 밖에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리송 = 맘에 없음'으로 자동 해석되어서, 미련이 아무리 많이 남아도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았다. 모든 사람이 나같지 않을텐데, 그걸 이해할만한 그릇이 못되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중간에 타협하지 않고(?) 나와 꼭 맞는 배우자를 만났으니 참 다행스럽기도 하다.


자신에게 잘 맞는 이성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스펙이나 외모같은 세부적인 사항까지 들어가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 것은 알아서들 해야 하는 문제이고... ㅎ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가' 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내가 누구인지 잘 알아야, 나와 잘 맞는 이성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연락 두절이 되는 사람, 그리고 갈등 상황을 회피하는 사람은 무조건 제외시켰다. 돈과 시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냉정히 말하면, 돈과 시간의 투자는 애정과 직결된다. 그리고 '연락'도 사실은 '시간'의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만들어서, 라도 연락하는 것이 애정어린 마음이다.


사실 진짜 마음이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 상대방의 사소한 것들, 이를테면 뭘 먹었는지, 뭐하고 있었는지, 무슨 생각 하고 있었는지와 같은 사소한 것들을 매일 매일 질리지도 않고 물어보는 것은,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다.


갈등 상황을 회피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갈등이 생겼을 때, 그것에 대해 서로 대화와 의견을 나누면서 풀려고 노력하지 않고,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는 사람이다. 연락이 두절되거나, 말을 돌리거나, 못들은 척 하거나, 계속 다른 화제로 돌리기도 한다. 혹은 무조건 미안하다는 말로 그 상황만 모면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의 끝없는 도돌이표가 여기서 생겨난다.


사실 누가 갈등 상황을 좋아할까? 일부러 싸움을 걸고 싶은 사람도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갈등을 겪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과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어서, 혹은 어떻게든 잘 지내기 위해, 애정어린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서로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사소한 갈등들을 겪으면서, 서로에 대한 마지노선 내지는 분노의 도화선(?) 같은 지점도 파악하게 된다. 바닥까지 치닫는 싸움은 물론 독이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선을 지키며 겪는 갈등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런 말이 있다. 진짜 사랑은, 상대방이 좋아하는걸 해주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싫어하는걸 안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정말 맞는 말이다. 이걸 하려면, 일단 상대방이 '무엇을' 싫어하는지 파악해내는 세심한 관찰과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하고, 그걸 하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좋아하는 걸 하는건 쉽다. 좋을 때는 사실 다 좋다. 싫은 영역에 들어가면, 진짜 자신의 본성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이론과 주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란 감정은 또, 내가 좋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연애의 끝이 꼭 결혼일 필요도 없는 것이고, 이별했다고 해서 실패한 연애인 것도 아니다. 연애는 결과가 아닌, 그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아름답고, 또 힘든 것 같다.


그래도 이 아름다운 가을날, 연애하는 한창 때의 청춘들을 보니,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워 보였다.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조차 예뻐보였다. 부디 열심히 연애하고 사랑하고 후회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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