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아가는 70년대생의 우울과 불안
어느 날인가 뜬금없이 떠오른 한 구절,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고등학교 때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국어 과목을 좋아했던지라, 맥락 없이 교과서나 수록 작가의 관련 지문 프린트의 일부분이 가끔 떠오른다. 그 의미를 알지도 못하면서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 시의 일부분이라니, 그만큼 그 구절이 강한 임팩트를 남겼었나 보다.
불안 속에서 외로이 자맥질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다.
불안 속에서 마음은 자꾸 문장을 잣는다. 어디선가 본 문장을 제목으로 떠올리기도 하고.
살아온 날들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헛된 몸부림.
이럴 땐 약간의 알코올이 필요하지.
비밀 얘기를 하듯 말했다.
"... 가끔 자살을 생각해."
친구가 말했다. "결혼하면 그런 건 없는 줄 알았는데..."
"심리 상담이라도 받아볼까?"
일회성 걱정과 스트레스에도 쪼르르 신경정신과로 쫓아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스스로의 판단으로는 심각하지 않아 그냥 지나치는 나 같은 사람이 더 많겠지. 일단 전문가든 누구든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내 얘기를 공개하는 것이 싫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관심받기 위한 엄살일 수도 있다고 내면의 자아가 속삭인다.
이 불안과 고독과 예민함을 다 총합하면 글이 최소 수백 편은 나와야 되는 것 아니야?
정서적인 면으로는 작가가 되고도 남았겠는데 예술로 승화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를 살아가는 70년대생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가끔 위험한 짐승이 된다. 사회적으로는 위험하지 않지만, 내부에서는 숱한 부정적인 감정이 격하게 흐르고 있는 짐승. 그 격류는 노년이 되면 평온한 강물로 바뀔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