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하게 되었을까?
과거의 내게 묻는 질문이 다시 돌아와 현재의 나에게 묻는다.
미지근한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던 때 우리는 사랑을 시작했다.
쾌쾌한 매연과 담배연기가 코끝에 스리슬쩍 지나가는 순간 나는 당신에게 고백을 했다.
못질을 하듯 쿵쾅대는 내 심장을 움켜잡은 당신이었다. 내 손을 잡는 것으로부터.
나의 별거 아닌 이야기에 공연히 미소 짓는 당신을 사랑했다.
아무런 대가성 없이 나를 사랑해 주어 좋아했고. 나를 진심으로 안쓰러워해주는 사람이라 고마웠고,
세상의 모든 것이 어둡게 보였던 나를 다시금 아름답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 하염없이 애정이 갔다.
영화 편지를 보며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울던 나를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당신이 품어주고,
조바심을 내며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는 나를 말없이 껴안아주던 그 따듯한 품이 내겐 잊지 못할 추억이다.
매일밤 입을 틀어막으며 울던 나를, 한껏 긴장되어 뻣뻣해진 내 온몸을 꽉 붙잡아주던 때.
나의 쓰디쓴 신물 같은 말에 고통에 찬 시선으로 나를 내려보던 그 눈빛도. 나의 뇌리 한 구석에 촘촘히 수놓아져 있다. 나는 나지막이 그 회상들을 손으로 더듬어 가며 미래를 그려보지만.
여전히 내가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생각하면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가 가득 낀 하늘처럼 내 가슴속 한편이 너무나도 쾌쾌하고 그 공기에 질식하게 만들어 주저앉게 만든다.
언젠가 차디찬 비가 내려 그 미세먼지를 없애주겠지.
나는 또 내 불안과 복잡한 생각을 무거운 추로 짓눌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