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P 그리고 ENTJ
나는 스릴러, 범죄물, SF 장르를 좋아한다.
누가 범인인지 끝까지 추리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 같은
기묘한 세계관에 빠져들다 보면
현실 감정 OFF, 상상력 ON.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내가 된다.
내 최애 캐릭터는 드라마 비밀의 숲의 황시목 검사.
감정엔 무딘 대신, 이성과 논리로 사건을 쫓는 모습
흔들림 없는 중심, 차가운 눈빛, 말 없는 카리스마…
그는 내가 갖지 못한 모든 걸 갖췄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에 끌리는 건
나와 너무 달라서일 것이다.
아침엔 괜히 울컥했다가,
점심엔 떡볶이 한 입에 세상 다 가진 기분이 들고,
저녁엔 “나는 왜 사는 걸까…” 하고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계획은 늘 쓰기 전이 제일 찬란하며,
실행은 내 기분이 허락할 때만 가능한 일.
그런 내가, 만난 사람은…
계획, 효율, 논리로 무장한 전투형 인간.
그는 하루를 ‘To do list’로 시작하고,
주말에는 ‘자기 계발 플랜’으로 무장하며,
“지금 이 선택이 미래의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를
설계하는 사람
연애할 땐 그런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우와… 진짜 계획적이야, 대단해…”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감정엔 비밀번호라도 걸려 있는 건가?
정이 없진 않은데, 꺼내는 법을 까먹은 사람 같달까…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자기야, 엄마 집 좀 데려다줘. 짐이 너무 많아.”
“돌아오는 길엔 혼자잖아. 비효율 적이야.
택시가 훨씬 나아.”
“오늘 나 진짜 황당한 사람 봤잖아! 너무 짜증 나!”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
나는 말을 꺼내고 싶은 사람,
그는 정리된 말만 듣고 싶은 사람.
우리는 참 자주 부딪혔다.
나는 감정으로 말하고,
그는 논리로 듣는다.
나는 공감이 먼저인데,
그는 해결책이 먼저다.
INFP vs ENTJ = 공감충돌
그런데 정말 놀라운 건,
남편은 감성적인 영화를 즐겨보고
예쁜 글귀에 감명받고
잔잔한 음악에 귀 기울이고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풍경 사진을 찍으면서 힐링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 사람 뭐지?
우리는 서로에게 없는 걸 동경했다.
서로 너무 달라 자주 부딪혔지만,
그게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긴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런 식이다.
“오늘은 뭐 할래?” 질문에
인프피 아내는
“오늘은 집에서 맛있는 거 먹고 굴러다니래”
라고 말한다.
엔티제 남편은
“그럼 오전엔 편히 쉬고,
오후엔 다음주 할 일 같이 정리하자.”
라고 답한다.
그렇게 내 감정도 계획안에 포함된다.
나는 남편의 일상에 틈을 만들고,
남편은 내 감정에 뚜껑을 덮어준다.
정반대라 더 웃기고,
정반대라 더 부딪히고,
그래서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하루하루.
정반대의 두 사람.
그래서 더 오래가는 조합.
그래서 더 재밌는 커플.
사람은 누구나
자기와 다른 세계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그 다름은 처음엔 낯설고 버겁지만,
나중엔 단단한 연결고리가 생긴다.
완벽히 다르지만, 그래서 가장 완벽한 조합.
그렇게 또 한 편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