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엄마들의 모임, 그 유쾌한 동지들
나에게는 만나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는,
오래된 인연이 있다.
아이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한동네에서 함께 지내며
“밥은 먹었어?”라는 말로 안부를 대신하던,
그 시절 나의 육아 동지들이다.
그 인연도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다.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어색함 없이 수다로 시작해 웃음으로 마무리되는 사이.
그들과 마주 앉는 순간,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녹아내린다.
식당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시켜두고
수다 버튼이 눌린다.
“나 요즘 왜 이렇게 다 맛있지?” “그건 걱정할 일이 아니야. 그래야 인생이 즐겁지.”
이야기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밥은 식어도 대화는 뜨겁다.
“이제 진짜 가자, 내일 애 학교 일찍 간다니까…”
말은 그렇게 해놓고도
문 앞에서 또 한참을 서성인다.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 마음,
그게 우리를 오랜 친구로 만들어준 시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늘 놀이터가 우리 아지트였다.
커피를 나눠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도,
“뛰지 마!” 소리치며 정작 우리가 더 열심히 뛰었다.
물총에 옷이 흠뻑 젖은 채
“얘들아~ 재밌었지?” 하며 활짝 웃던 그 여름.
학교 운동회 날엔
“얘들아! 힘내 화이팅!”
“우리 팀 이겨라! 이겨라!”
청군 백군 목이 쉬도록 응원하던 시절.
줄다리기 한 판에 진심을 다해 팔뚝에 알이 배기고,
사진을 보면 아이들보다 우리 얼굴이 더 빨갛다.
그 즐겁던 시절은, 어느새
말보다 침묵이 익숙한 시간으로 바뀌어 있었다.
엄마와 떨어질틈 없던 아이들은
“나도 알아서 한다고.”
“엄마는 몰라도 돼.”
하며 눈을 치켜뜨는 사춘기 소년들이 되었다.
“왜 또 이래?”
“내가 뭘 잘못했나…”
하루에도 몇 번씩 자책 모드에 빠질 뻔하지만,
그럴 때면 난 단톡방에 하소연을 한다.
“우리 애는 방 청소 좀 하랬더니,
방에 못 들어오게 문을 잠갔어.”
”신경 쓰지 말라면서
왜 내 카드로 밥은 사 먹고 다니는 거냐고 “
그렇게 각자의 집에서 벌어진 드라마를
하나씩 꺼내 놓는다.
누구 하나 “헐, 진짜??” 해주고,
다른 누가 “완전 우리 집이랑 똑같아…”
맞장구쳐주면 속이 다 풀린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마무리 대사.
“근데 말이지…
또 엄마 생일이라고 몰래 케이크 사 왔더라…”
“맞아, 그게 문제야. 미워할 틈을 안 줘, 이놈들이…”
“다 컸네… 너무 든든하다…”
그러다 문득,
“엄마~ 나 이거 봐봐~”
해맑게 손을 잡아끌던 아이들이 떠오른다.
“그때 기억나지?
누군가 옛날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그때 우리,
정신없고 서툴렀지만 참 사랑스러웠다.
반항의 시기도 언젠가
“그래도 참 귀여웠지.”
하며 그리워질 날이 올 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을 견디는 게 아니라,
함께 웃으면서 지나가고 있다.
서로의 이야기에 손뼉 쳐주고,
아이들의 변화에 놀라는 마음을 함께 나누고,
사춘기 끝자락에서 피어날
우리 아이들 모습도 기대한다.
“이제 우리도, 우리 계획 좀 세워볼까?”
누군가 말한다.
“그래! 애들 크면 우리끼리 유럽 가자!”
“아니야, 일단 제주부터 가자~”
우리는 이제 육아 동지를 넘어
인생 동지가 되었다.
아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듯,
서로의 미래도 응원하며 나아간다.
그리고, 참 다행이다.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웃으며 이 시절을 함께 지나갈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