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보내는 짧은 글 시리즈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커피와 빵을 사러 달려 나갔다. 오늘이 이전과 달랐던 것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다는 것! 나름 게으름을 부려 보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커피를 사러 달려갔다. 맛있는 빵도 사 올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는 마음으로.
아침으로 사 온 플랫화이트와 빵, 요거트를 먹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도 이런 아침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주변에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이 없다는 것에서 탈락이다. 나의 입이 너무 고급화되어버렸다. 오늘 먹은 빵도 완벽했다. 하나는 버섯과 네 가지 치즈가 들어가 있는 페이스트리고, 하나는 까눌레였는데 이곳 버섯은 일반 버섯에서도 트러플마냥 향이 강력히 나서 맛있을 수밖에 없고, 까눌레는 내가 먹어본 까눌레 중 최고였다. 물론 가격은 엄청 비싸다.
그 후 나는 다시 누웠다. 날씨가 흐려서, 나가봤자 할 게 없어서. 누워서 핸드폰을 열심히 했다. 가슴 아픈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아무튼 책을 읽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2시, 그제서야 씻을 마음이 들었다. 결국 외출 준비를 다 하니 1시 반이 다 된 시간이었다.
원래는 점심에 태국 음식을 먹고 (똠양꿍이 먹고 싶었다.) 카페를 가려했는데 시간이 너무 늦기도 하고, 카페를 찾던 중 가고 싶은 곳이 있어 거기로 향했다. 다행히 그 카페는 늦게까지 하고, 맛있어 보이는 샌드위치 메뉴들도 있었다.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커피를 시켰다. 물론 스테이크 샌드위치와 플랫화이트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 둘을 먹고 싶었기에 그렇게 시켰다. 이곳 샌드위치는 다 크다. 그리고 이곳 스테이크는 정말 양이 많고 맛있다. 만족스럽고 영양 넘치는 식사였다. 밥 먹다 멍 때리다, 바깥 구경하다, 물로 입을 헹구고 커피를 한 잔 마시다, 책을 읽다…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니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겨 한 잔 더 시켰다. 카페인 과다가 아니길 바라면서 말이다.
날씨가 개는 것 같아 노트북을 두기 위해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전에 한 번 갔다가 좋았던 로얄 멜버른 가든에 다시 향했다. 오늘 노을이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재촉했다. 로얄 멜버른 가든은 굉장히 넓어서 두 번 갔음에도 절반도 못 본 것 같다. 또 가고 싶다. 마치 천국에 온 느낌이었다. 알 수 없게도 괜히 눈물이 날 뻔했다. 에어팟을 빼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 바람에 잎이 흔들려 내는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을 들었다. 다른 기후에서 만나는 다른 식생이 경이롭기도 하고, 큰 나무의 큰 아름다움과 작은 고사리의 작은 아름다움에 취하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노을을 보면서 함께 나누고픈 사람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전에 유튜브에서 봐 둔 파스타를 해 먹기 위한 장을 봤다. 물론 서툴렀지만 열심히 만들어서인지 허겁지겁 잘 먹었다. 잘 먹었지만 맛있었을까? 급하게 먹어서 맛이 기억은 잘 안 난다. 그래도 오늘의 좋은 마무리였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옛날 노래들을 듣는다. 쌀쌀한 날씨에 맞는 김치(?) 발라드를 들으면서 그 감성에 제멋대로 취해 있는다. 나도 저렇게 아름답고 가슴 울리는 가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말로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무엇인지 적어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오늘 일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