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u Ing Sep 12. 2022

220911 - 여행 중엔 별로 한 게 없는 날도 있다

멜버른에서 보내는 짧은 글 시리즈

(이 일기는 하루 지나 쓰는 일기이다)

확실히 추석 연휴가 되면서 쉬러 온 여행 중임에도 쉬고 싶어 지는 게 생겼다. (쉬는 여행이 절대 쉬는 게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혹은 내 몸이 추석 연휴임을 알고 쉴 때라고 파업 선언을 한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별 거 안 한 일요일을 보냈다.

핑계는 많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커피와 빵을 사러 나섰는데 너무 추워서 건물 밖을 나서자마자 바로 돌아왔다. 이 날씨에 따뜻한 커피를 사 와 봤자 바로 식고 말 것이다. 아무튼 너무 추운 날이었다.

아침을 그래서 빠르게 먹고 빠르게 씻고 카페로 향했다. 나름 가꾸고 나가기도 했다. 카페에 가는 길에 이어 커프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길바닥에 떨어진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카페에 앉았다. 결국 오는 길에 찬찬히 봤지만 못 찾았다. 별 수 없지 뭐…

일요일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는 자리에서 플랫 화이트랑 빵을 시켰는데 빵이 나오고는 커피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종업원을 잡고 물어보려 해도, 줄 서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부르기도 어려웠다. 결국 불러다 플랫화이트 확인해달라 했더니 그제서야 나왔다. 아마 주문이 빠졌던 것 아닐까 싶다.

빵은 그냥 그렇고 커피도 평범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이미 좀 별로여서 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커피만 빠르게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기운을 뺏기고 나니 저번에 먹고 남겨놓은 신전떡볶이가 생각났다. 숙소로 돌아와 얼려놓은 신전떡볶이와 지난번 사놓은 참치마요 컵밥을 데워 먹었다. 영혼을 위로해주는 맛이라 떡볶이 국물까지 싹싹 데워 먹었다.

일단 누웠다. 춥고 거리엔 사람이 많고 특히나 내가 가려는 곳은 더더욱 사람이 많을 텐데, 앉아서 멍 때릴 곳이나 있을까. 그래도 하루 2개의 커피는 마셔야겠단 생각으로 숙소를 나섰다. 맵고 짠 걸 먹었더니 단거랑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땡겼다. 카페에서 다쿠아즈랑 아아를 시켰다. 역시 맛있고 이래서 한국에서 위가 안 좋았나 싶기도 하다.

그러고 나서 집으로 왔나?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이후로 날씨가 좋아지는 것 같아서 공원을 갈까 했지만 역시 너무 추워서 바로 멜버른에 있는 동안 가려고 했던 발레 브랜드 샵에 갔다. 알찬(?) 쇼핑을 했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 위한 탐험을 했다. 추운 날씨에 국물이 너무 땡겼다. 그래서 똠양꿍을 찾아 타이 음식점으로 향했다.

처음 간 곳은 일요일 저녁엔 혼자 먹을만한 음식을 파는 것 같지 않아 다시 나왔고 중간에 라멘집을 갈까 하다가 다른 타이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똠양꿍 누들이 있다고 해서 갔지만 어쩐지 수프만 팔고 누들은 안 팔았다. 그래서 고민하다 똠양꿍 수프와 팟타이를 시켜 먹었다.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이 맛있음을 혼자만 느껴야 한다니 아쉬웠다.

혼자 먹는 식사는 말 안 하고 밥만 먹기 때문에 금방 끝난다. 나는 빠르게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왔고, 빨래를 돌리고 쉬고 건조기를 돌리고 쉬고, 짐 정리를 조금 했다. 오늘 깨달은 사실인데 수요일 출국이라 수요일까지 여기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수요일 아침에 체크아웃해야 해서 화요일까지만 이곳을 즐길 수 있더라.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누워있다 영상통화를 했다. 이제 집에 갈 때가 된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이제 무언가 더 특별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집에 갈 때가 됐다. 어제는 그래서 일부러 쉬었다. 일기도, 코딩 문제도 안 하고 푹 쉰 저녁시간이었다.

쓰다 보니 한 게 많아 보이지만, 내게는 별로 한 게 없는 날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220910 - 오늘의 좋았던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