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세계 10 신들의 전쟁

꿈 속 검은 그들은 다시 한번 유리의 태양을 빼앗아갔어.

by 류인환

만약 신들이 전쟁을 한다면, 지금이야.


빗나간 주먹이 거대한 고목을 으스러뜨리고 고함 소리로 구름을 짓이겨 비를 내리는 그들. 거인이 아니었어. 인간을 지배하는 신들. 이곳은 신들의 정원이야. 보통의 사람들이 감히 올 수 없는 곳. 신들의 규율을 어겨, 벌로 노예가 된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억울했어, 자신은 이제껏 그들의 노여움을 살 행동을 한 적이 없으니까. 그는 이 세계에서 한 평생 신전을 방문하고 그들의 상에 정성으로 예를 다했어. 땀 흘려 캐낸 금을 헌납하는데도 불평이 없었어.


문득, 유리는 새로운 기억이 떠올랐어.


자신이 신들의 정원에 온 이유. 내가 사랑하는 그 여자가, 나를 흠모하기에 신들이 화가 났다는 것. 그 여자는 신이기에. 지금 여신이 유리를 살리려 다른 신들을 죽이고 있어. 쩌렁쩌렁 울리는 신들의 고함에 더 이상 남아있는 구름은 없어. 소나기가 쏟아져. 세상은 이제 회색 하늘과 핏빛 섞인 검은 흙탕물이 소용돌이치는 지면 말고는 남은 것이 없어.


여신은 거대했어.


유리를 품 안에 넣었던 여린 손바닥으로 주먹을 쥐고는 신들의 얼굴을 바스러뜨리고 있어. 유리는 열광했어. 검은 신들에게서 자신을 구원해줄 여신의 거대한 뒷모습은 깊은 갈색의 거목. 여신은 다시 달려드는 괴물들의 머리통을 손아귀로 움켜쥐고는 힘껏 던졌어. 빌딩이 지면에서 뿌리째 뽑혀 공중으로 솟구치는 듯한 광경으로. 검은 괴물들은 지치지 않았어. 하이에나들처럼. 그들은 박테리아로 가득한 침을 공중에 흩뿌리며 덤벼들어. 내가 힘이 될 수만 있다면. 유리는 두 주먹을 꽉 쥔 채 서있을 뿐이야. 지금 하이에나들이 검은 눈자위를 부라리고 여신을 향해 땅을 헤집고 있어. 여신은 가느다란 왼손으로 첫 번째 하이에나 주둥이를 꽉 움켜쥐었고, 오른손으로는 두 번째 하이에나의 목에 손을 짓이겨 넣어. 그리고 왼쪽 발로 세 번째 하이에나의 머리를 짓밟아. 여신은 하이에나들의 피와 살 조각으로 물들었어. 네 번째 하이에나가 그녀의 오른쪽 다리를 물었고, 그녀는 넘어졌어. 태풍이 부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 그녀 위로 회색 흙물이 덮여. 그리고 백지에 쏟은 잉크 자국처럼 검은 하이에나들은 그녀를 위를 뒤덮었어.


유리는 더는 가만히 서 있지 못해.


혈관에서 쇳물이 흐르는 듯 그의 몸은 달궈졌고 허벅지를 찢어버릴 듯 다리는 달리고 있어. 여신의 얼굴 맡에 닿았어. 유리 쪽으로 고개를 돌린 여신의 초점 없는 눈망울에 그의 모습이 비춰져. 텅 빈 백색 공간에 벌거숭이로 서 있는 유리의 모습. 유리는 뒤를 돌아보았어. 커다란 돌덩이가 보여. 그 주먹은, 너무도 거대해서 머리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삼 초 쯤 될듯해. 유리는 자신이 죽어서, 더는 여신을 살릴 사람이 없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울음이 터지고 말았어.


삼 초, 이 초, 일 초.




꿈 속 검은 그들은 다시 한번 유리의 태양을 빼앗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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