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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유리 Apr 13. 2023

불안이 시작된다는 것은

설렘이 시작된다는 것

  평온하던 일상에 설렘의 기운이 이는 순간 일상은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한다. 갑자기 찾아온 이 기운은 밤잠을 설치게 했다. 자려고 누워서 눈을 감아도 심장이 두근두근. 원래 나라는 사람은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데, 어젯밤은 오랜만에 잠들기가 힘들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동물이라 그럴까? 눈을 감아도 집요하게 따라오는 설렘의 기운은 어딘가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설렘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불안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나는 약간 들뜬 상태였는데, 잔잔하던 일상에 누군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나는 뭔가가 시작되고 있는 듯한 이 순간이 너무나 좋다. 난데없이 어디선가 작은 불씨가 튀어오른 상태, 이때는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머릿속에서 자꾸만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그런 때다. 이런 상황의 기반은 불안이다. 안정 앞에 사람은 이렇게까지 자극을 느낄 수 없다. 불안한 지반 위에 쌓아가는 나와 너 사이의 팽팽한 기운을 밀었다가 당겼다가 하며 조절해보려고 애쓰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아무리 기복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시기에는 태도와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어렵다. 나는 누구보다 연약한 존재가 되어 시시때때로 바뀌는 파도에 휩쓸렸다가, 빠져나왔다가를 반복한다.

     

  나는 왜 불안을 사랑할까, 그런 고민을 해본다. 불안을 사랑하는 바람에 나의 만남에는 항상 삐걱이는 소리가 가득 차는 걸까 하며 나를 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반성을 해봐도 똑같다. 오전 9시에 스치며 하는 다정한 말 한마디에 날아갈 듯 기뻤다가, 오후 4시에 나를 못 보고 지나친 듯한 몸짓에 서운함을 속으로 삭이는 이 순간이 나는 너무 즐겁다. 오늘, 지금밖에 느낄 수 없는 이 순간의 감정에 더 흔들리고 더 휩쓸리고 싶다. 있는 힘껏 애태우고 싶다.      


  연애를 두고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하는 의견에 나는 크게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반복되는 삶 속에서 연애만이 줄 수 있는 생기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한 방울로 시작했으나 급기야 호수 전체에 퍼지는 물의 파동처럼 설렘의 감정은 나를 금세 점령한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휩쓸리는 나를 건져 올리다, 다시 잠겨 죽을 듯하다가를 반복하게 하는 이 불안이 왜 이리도 좋은지 모르겠다.


이 불안의 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를 잠 못 들게 했던 이 문자는 두고두고 보고싶다.

  불안의 결실이 사랑으로 맺어지지 않더라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설렘(불안)만이 나를 이다지도 행복하게 만들 것을 나는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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