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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miverse Oct 25. 2020

P19-저기요, 여기요, 그리고 여사님

식당에서 사람을 부를 때

매장에서 일하는, 소위 서비스직을 경험했었기에 매장에 들어서서 서비스를 받는 일에 대해서는 의도치않게(?) 들어섰을 때의 응대부터 계산 후 문을 열고 나갈 때까지의 '서비스'를 의식하게 된다. 특히, 내가 경험한 서비스직은 서비스에 있어서 철저한 기본 매뉴얼이 있고, '고객 경험'에 대해 중시하는 스타벅스에서의 경험이었기에 유난히 비교를 하게되고, 제공을 하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될 때가 많다.


그러던 어느 날(실은 오늘) 스타필드의 평양냉면 집에서 들었던 생각.




먹었지만 또 먹고싶...(팁 : 평양 냉면 국물에, 식힌 밥을 말아 먹어 보시라)


요즘은 대부분의 가게에 페이저, 호출기, 혹은 비퍼, 흔한 말로 "띵동"이 설치되어 있다. 반찬을 더 달라고 하거나, 주문을 할 때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람이 오는 이 편리함. 해외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가장 신박하다고 하는 물건 중의 하나라고 한다.


뉴욕 맨하탄에서 만난 Made in Korea의 위엄


실제로 제법 해외 진출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위 사진은 2018년 뉴욕 한달살기를 하면서 맨하탄의 쉐이크쉑 버거에서 찍은 사진인데, 주문을 하고 나니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건네주는 페이저. 한국이랑 동일하게 번호가 뜨면 햄버거를 받으러 가서 페이저를 건네주면 햄버거를 준다. 어찌나도 자연스러웠는지, 너무 당연히 영수증과 함께 손에 들고 있다가 여기가 뉴욕임을 깨닫고 앞뒤로 살펴보기까지 했다. (당당히 Made in Korea, JTech이란 회사의 것이었다. 추측으로는 한국 진출 후 한국의 시스템을 가져간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동일한 모양의 페이저를 사용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냉면집에는 페이저가 없었다. 너무나도 당연히 점원을 불러야 하는 상황. 너무나도 소심하게 손을 들고 '...저기요...'하고 불러보았는데, 당연히 오지 않았다. (난 안다. 손을 들고 불러도 서비스직을 하는 사람은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손 든 사람은 뻘쭘)


결국 어떻게 해서 불러서 주문을 하고, 좋은 서비스와 함께 맛있게 먹고, 든든하게 걸어 나오는데...문득 드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부르지?'




나는 서비스직에 있을 떄, 엄청나게 다양한 방식으로 불렸다. 가장 많은 것이 '저기요'와 '여기요'이고, '오빠' '언니' '선생님' '사장님' '점장님'까지. 이렇게 다양하게 불릴 때 당연히 나를 호출하는 것이니 챱챱챱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나는 반대로 이렇게 '서비스를 제공해주시는 분'을 부를 때 어떻게 불렀던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부를까.


보통은 나도 마찬가지로 이렇게 페이저가 없는 곳에서 '저기요-'를 사용한다. 가끔 사장님(?)이 혼자 운영하시는 가게라던가, 오래된 가게, 포장마차 등 약간 친목(?)이나 넉살이 필요한 데를 가면 '이모님' 혹은 '사장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매번 그런 곳을 가는 것은 아니라 가장 대표격으로 사용하는 말이 '저기요'이다. 


이 말이 어떤 느낌이냐면, 뭔가 듣지 못해서 상대방이 반응하지 않아도 좀 덜 뻘줌하고, 일반적으로 대화하면서 화제 전환용으로도 쓰이는 말이라 문맥상으로도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다. 


같이 있던 동행인은 '여기요-'를 사용한다고 했다. 것도 제법 괜찮은 말인 듯 하다. '저기요'보다는 좀 더 주목 시키는 느낌, 주의를 환기시키는 느낌이다. 말을 하는 화자인 '나'를 (간접적으로) 가리키는 말이기도 해서, 정확하게 '당신이 필요한 사람(혹은 테이블)이 여기 있습니다'라는 느낌도 준다. 미묘한 수준이기는 하지만 쪼오오오오오오오끄음 더 다이렉트한 느낌. 다만 둘 다 어떤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 '저기'나 '여기'가 사람인지 물건인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이렇게 손들면 좀 잘 보이려나


다른 언어들은 어떨까...? 영어로 보통 사람을 부를 때에는 'Excuse me'를 쓴다. 흐음. 뭐만 하면 'Thank you'와 'Excuse me'를 입에 달고 쓰는 영어인지라 한글의 '저기요'처럼 약간 약한 느낌이지만, 한편으로는 'me' 때문인지 '여기요'처럼 '나라는 사람'을 강조하는 말의 느낌.


일본어도 비슷한 어감인 듯 하다. すみません(스미마센)-이라고 부르는데, 비음이 많은 일본어 특성상 '스(강한 저음)이(공기 반, 발음 반으로 거의 안들림)마(작음)센(바람 가득한 강조)'라고 발음하다보니 '저기요'나 'Excuse me'보다는 주목도가 높은 편이긴 하다. 받침이 있는 발음의 위엄


프랑스어로는 S'il vous plaît(실부쁠레-). 영어로 'If you like' 'If you please'같은 느낌이긴 한데, "쁠" 발음이 센 음이다보니 잘 들리는 듯 하다. 다만 의미적으로는 약간 미약한 느낌...? 상대방을 지칭하는 의미지만 약간 '그래서 뭐?'의 느낌...? 어렵군




그러다가 최근에 이야기를 들은 '여사님-'이란 호칭이 떠올랐다. 발음이 좀 가벼워서 발음 측면에서는 'Excuse me'의 '큐' 발음이라던가, 'S'il vous plaît'의 '쁠'같은 되거나 센 발음은 아니지만- 서비스를 제공해주시는 분들에게 뭔가 조금이라도 더 '의미'를 담아 말씀을 드리기 좋은 호칭이 아닌가. '저기요'나 '여기요'처럼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분'을 지칭하니 조금 더 주목이 되는 듯하고.


아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고운 말을 쓰고 존대해주시는 손님에게 조금이라도 눈길이 가는 법.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저기요' '여기요'는 사람을 지칭하지 않으니 살포시 하대(?)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고, '이모님'이나 '사장님'은 뭔가 뜬금포 높이거나 친한 척하는 느낌이고.


나도 가장 일반적인 '저기요'나 '여기요'로 불려봤었기에, 뭔가 스페셜하게 불리면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었었다. '스페셜하게 불리는 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스페셜'한 것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사람을 필요로 할 때, 그 사람의 존재감과 필요성을 (어느정도라도) 높여주면서 그 사람의 일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라는 점을 어필할 수 있는 호칭이면 충분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은 말에 민감하다




암턴, 다음 기회가 있다면 '여사님'을 써볼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시는 분이 남자라면? 젊은 사람이라면?? 그냥...페이저가 있는 곳을 가는 것이 나으려나...? 결국 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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