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단편집1 01화

아이스 아메리카노 ☕️

커피와 짝사랑의 상관관계

by 류설의


무더운 이 여름, 내게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겼다.


바로 집 근처 바래진 골목 사이 자리 잡힌 카페로 매일같이 출석하는 것.


골목이 주는 첫인상은 좀 특이했다. 묘한 거부감이 느껴졌달까. 낡고 허름한 이 골목에 대학가 앞에나 있을 법한 감성 있는 카페가 공존해 있어 뭔가 모를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또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구식과 신식 나름의 조화를 이룬 것 같달까 그래서 이제는 이곳이 꽤나 마음에 들어졌다. 또한 그곳으로 발길이 자꾸만 향하게 되는 이유가 생겨 요즘은 정말이지 매일이 즐겁다. 또한 새로운 나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평소 즐겨마시지도 않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이제는 마니아처럼 익숙한 듯 마셔대는 것과 같은 정말이지 낯선 나의 모습들을 알게 됐달까.


분명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았었다. 원래의 나는 가벼운 티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음료를 선호했었다. 그러나 이곳에 처음 방문했던 날, 평소 마시던 음료의 티백이 소진되어 계산대에서 잠시 메뉴판을 보며 망설이던 나를 보며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쳐다보던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시키게 된 음료였다.


자세히 바라보니 그녀의 미소는 참 싱그러웠다. 평소 나는 여름의 푸르고 짙은 것들을 사랑한다. 그녀의 미소는 내가 사랑하는 여름 같았다. 음료가 나오는 동안 여름의 미소를 품은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잠시동안 나는 사고가 멈추는 경험까지 하게 됐다.


세상에 숨길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다고 하던데... 바로 사랑과 재채기라고.


평소 타인에게 이렇다 할 관심조차 생기지 않던 내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스물다섯 해 넘도록 이런 감정을 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그동안은 기질적인 문제인가 했는데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가 보다.


그렇게 매일같이 그녀를 보러 그곳으로 향하게 됐다. 어디서 봤는데 카페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손님들이 아이스 아메리카노 시키는 사람이라던데 마침 잘됐다는 생각을 하며 이후 이것만을 고집하게 됐다.


항상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음료만을 시키는 나를 이제는 그녀가 먼저 알아봐 준다. 그녀가 나를 알아봐 주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어떠한 부담도 주고 싶지 않기에 매번 내 마음을 숨긴 채 조용히 음료를 마시고 그곳을 떠났다. 그렇게 매일같이 먹다 보니 쓰게만 느껴지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이제는 입맛에 맞아졌다.


'아... 나 어디 잘못된 거 아닌가?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큰일 난다던데... 진짜 큰일 났네..'

이런 생각들로 복잡하던 찰나 그녀가 있는 곳을 잠시 바라봤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다시 보니 내 마음이 요동쳤다. 그리고 확신했다.


오늘은 기분이 무척 좋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살며시 눈을 감고 기분 좋은 것들을 떠올렸다.


바람. 여름냄새. 초록잎. 녹음. 싱그러움. 햇살.

그녀. 그녀..


도무지 입맛에 맞지 않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오늘따라 유난히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커피가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다니.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나의 일상과 취향마저 변화시키는 것일까.

순간 눈을 뜨고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이내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커피를 음미하며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알까.

그녀로 인해 이러한 삶의 변화를 겪고 있는 나를.


얼마간의 무의식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는 손에 스친 커피잔의 맺힌 차가운 온도에 놀라 눈을 떴다. 시간이 꽤 흘렀나 보다. 이전보다 얼음이 녹아 커피색이 더 옅어졌다.


천천히 그녀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곳엔 이제 그녀가 아닌 다른 이만이 그곳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는 그녀가 이곳에 없다는 사실에 나는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며 커피를 연신 들이켰다.


그리고 그녀가 없는 지금,

이전처럼 커피가 다시 쓰게 느껴졌다.


이제는 폐 속 깊이 들어오는 산소마저 나를 쓸쓸하게 짓누르는 기분을 느끼며 자리를 떴다.




이 글은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떠오른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쓰디쓴 커피 한 모금 속에 짝사랑의 감정을 담아보았는데 커피의 중독성과 씁쓸함이 왠지 짝사랑과 비슷한 것 같지 않나요?


혹시 여러분께서 이야기 속 화자가 된다면, 여러분은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실 건가요?

같은 주제로 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이 글은 [단편1 - 류설의]의 첫 단편글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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