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

by 금교준

재채기가 나왔다. 눈은 충혈됐고, 두통도 약간 있었다. 비염이 도진 거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것. 이십 년이 훌쩍 넘도록 겪었으면 적응될 법도 할 텐데, 도통 그럴 여지가 보이질 않았다. 첫 키스만 오십 번째라던 주인공처럼.


뜨거운 물을 몇 모금 마셔본다. 입술부터 목젖, 그리고 식도까지. 누군가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를 음미하며 조금은 살만하단 생각을 한다. 그러고 보니 슬슬 크게 앓을 때가 되긴 했다. 일을 마치고 이리저리 쏘다니거나, 쉬는 날 없이 읽고 쓰는 버릇. 나는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성정을 지닌 탓에 잘 가다 한 번씩 앓는 일이 습관이었다.


가끔은 쉬어가는 것도 좋아요.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흑갈색 단발, 웃으면 반달이 되는 눈, 수줍게 자리 잡은 애교살, 도톰한 콧볼, 튤립 향이 나는 입술까지.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밤마다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눕는 일을 좋아했다. 오늘은 빨리 잠들지 않을 거야, 하고는 머리를 쓸어내리는 온기를 느꼈다. 그러다 문득 눈을 뜨면 아침이었다. 그녀가 포근한 목소리로 ‘자기 얼굴을 한참 보다가 나도 얼른 잤어요’ 하면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하고 아쉬워했다. 그런 생활은 늘상 반복됐다. 나는 금세 눈을 감고, 그녀는 밤새 나를 보고. 매일이 따뜻해서 얼마간 아픈 날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재채기가 나왔다. 눈에서는 이물감이 느껴졌고, 미간 부근이 지끈거렸다. 가끔은 쉬어가는 것도 좋아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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