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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22. 2022

단상 3

1.

읽는 일이 서툴러지고 있다. 그렇다고 분명히 인식되는 순간이 왕왕 있었다.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뭐랄까, 성급히 쫓아가는 것 같았다. 문장을 쫓기 시작하면 글자는 자음과 모음 순으로 뿔뿔이 흩어져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은 어지러운 것처럼 정신이 몽롱해질 때도 있었다. 온몸으로 현실을 겪다 보니 얻게 된 기이한 증상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2. 

현실을 관통하면서 남들이 취업하지 못해 안달인 곳들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대다수가 좋다고 여기는 것이 마냥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이 형성된 과정을 들여다봐야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를 조금씩 견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왜 네가 가진 것을 활용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3. 

눈살이 찌푸려지는 문장을 발견하면 자연스레 과거를 떠올리게 되었다. 인간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서, 관습과 전통, 그러니까 깊이 고착되어버린 생활 모습에 대해서 곱씹는 날이 늘었다. 현대 문화권에서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들의 실상을 체감한 뒤부터 무언가에 눈을 찔린 것 같다.      


4.

삶에서 필요한 것과 중요한 것을 구별할 줄 아는 눈을 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더니즘은 곧 포스트 모더니즘이 된다는 말을 자꾸만 잊어버리고는 했다.      


5.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해서 반대하거나 걱정했던 사람들의 문장이 별안간 생각나는 순간이 있었다. 젊은 날의 치기랄지, 그때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내지르고 싶었던 내가 있었고, 지금은 그런 나에게 그들의 말이 진실은 진실이라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내가 되었다, 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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