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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교준 Apr 15. 2022

단상 2

1.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다. 그나마 사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적는 것이 나의 문장이 되었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요즘 들어 긴밀히 체감한다.      


2. 

얼마 전에는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변 그 누구에게도 그것을 토로하지 않았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상상 속에서 나는 보폭을 맞추기 위해 그녀를 틈틈이 돌아봤다. 인도 경계석 세 보 앞에서 조심하라고 일러주거나, 부러 그녀는 보도 안쪽으로 이끌고 나는 차도 쪽으로 붙어 걷기도 했다. 그녀는 붉은 볼을 띈 채 걷고 있었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거리를, 동시에 지나쳤던 건물을, 순간의 느낌을 얼마간 곱씹었다.     


3.

간혹 작년에 적은 글을 보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때의 전부와 지금의 전부를 가늠했다. 생을 고유명사로 정의할 수 있다고 여겼던 때가 있었다.      


4.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결정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그것은 종종 시행착오를 동반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시행착오에는 일정량의 인내라던가 후회, 그랬으면 어땠을까 로 이어지는 상실감, 뭐 그런 것들이 얽혀있었으므로 한 번 실수했다가는 한동안 앓아야만 했다. 인간사 처음부터 알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마는. 사회를 구석구석 경험해보기로 결심한 뒤부터 하루하루 몸에 가시가 돋고, 점점 날카로워지는 기분이다. 그것이 날붙이가 되지 않기를, 누군가를 지켜주거나 도와주는 용도로만 사용되기를, 하고 마음먹는 때가 간혹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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