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게 없다.
아니, 여행은 가고 싶다.
먹고 싶은 건 있어서 살은 또 꽤 많이 쪘다.
작년 여름까지는 좋았는데 상황이 많이 악화되었다.
약을 초기 투약량까지 다시 늘렸다 줄이는 중이다.
나는 왜 낫지를 못하는 걸까?
슬슬 내 우울과 불안이 지겹기 시작했다.
죽고싶다는 마음은 아직 들지 않는다. 그런 생각은 군대에서 이미 정리하고 결론짓고 왔다.
불안감에 게임으로 회피를 해서 성적은 또 떨어졌다. 더 떨어지면 학사경고로 위험할 정도까지.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내 미래를 망치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처럼 내 성적이나 걱정하는 부모님이 싫었다.
요즘은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조교알바를 대치동에서 하고 있다.
지금 방학이라 주 5회 출근. 월수금은 하루 5시간, 토일은 8시간 정도 근무한다. 시급 1.2만원
이걸로 모은 돈은 2월초 도쿄 여행을 갈 생각이다. 예산은 2백만원, 기간은 4박5일
비싼 음식과 쇼핑, 그리고 즐겁게 노는 데에 쓸 생각.
계획은 꽤 세세하게 짜 두었다.
운동도 다니고 있다. 하루 한시간 월화수목금 나간다.
살을 빼려고 닭가슴살과 고구마를 먹는다.
비는 시간에 즐길거리가 필요하다 싶으면서도 게임이 재미가 딱히 없다.
게임하면 졸리다 싶을 정도.
유튜브도 딱히 재밌는게 없다.
그저, 여행이나 가고 싶다.
어쩌면 도파민 디톡스가 필요할지도.
새로운 사람은 만나고 싶은 마음과 싫은 마음이 공존.
친구가 부족한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자주 연락하는 사람은 두명 뿐이니까.
돈이 많았더라면 더 행복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내 우울과 불안을 쫒다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나온다.
집이 가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미래를 가정에서 책임져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돈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럴 수 없는 게 더 많다.
하고싶은게 없는 게 아니라 하고싶은 것만 할 수는 없는 걸지도.
투약을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는지 세어 본다.
23년도 전역 후 그해 4월부터다. 이제 난 곧 투약 2년차다.
병원을 나보다 오래 다니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간호사랑 의사쌤은 나를 잘 기억하는 듯 싶다.
여행가기 전에 약은 좀 줄이고 싶은데..
구멍 속에 숨어 있는 듯한 기분.
바깥은 비바람이 분다. 는 비유적인 포현.
나가면 춥다. 무섭게 춥다.
안에만 있고 싶지만 먹고살려면 나가야 한다.
나가서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더 나가기 싫다.
상처가 없는 척 단단히 무장하고 나가지만 속이 비어 있는데 어떡할까.
바람에 한번 날아가고 나면 다시 붙잡기는 쉽지 않다.
너무 높이 올라가버린 낙엽같다.
돌아가는 것은 내 능력 밖을 일이라 어림짐작 후 흐름에 몸을 맡겨버린다.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서 멀어져만 가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