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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지국호로록 Jul 11. 2023

대인관계 불안으로 아빌리파이를 증량하다

치료 4주 차. 아빌리파이와 인데놀 하루 2회로 증량한 후기

    지난 에스벤서방정의 추가 처방 시도의 실패 이후, 나는 내가 아빌리파이정 2mg만으로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나 자신에 대한 과신과 만용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루 1회, 아빌리파이 2mg과 인데놀 10mg. 그리고 자낙스. 이것은 내 불안을 잡기에 충분치 않았다.


나는 왜 다 내가 충분한 약을 먹고 있다고 착각했는가

    이 당시에 나는 내가 충분한 약을 먹고 있다고 '착각'했다. 첫 번째 이유로는 우울감이 마법처럼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내 진단명이 우울장애와 불안장애인 것을 알고 있었다. 불안과 우울은 함께 온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는 우울과 불안이 함께 갈 것이라는 착각을 했다. 하지만 내게서 우울은 먼저 가고, 불안은 가지 않았다. 

    다른 이유로는 내게는 마법의 약 자낙스가 주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자낙스가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기분이 약간이라도 나쁘면 자낙스를 먹어댔다. 그러다 보니 거의 대부분의 날을 자낙스를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낙스를 먹어야만 유지가 되는 상태는 불안이 적절히 유지되고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낙스가 없더라도 불안이 유지가 되는 상태가 되었어야 했는데 당시의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인관계에 대한 불안

    불안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특히나 대인관계 관련한 불안이 생겨날 때마다 여실히 드러났다. 친구들이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했다 하면 나는 친구들이 나 빼고 친해질 것이라는 두려움과 걱정이라는 불안이 있었다. 이에 저녁마다 방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자낙스를 삼켜대며 불안이 가라앉길 기도했다.  꼭 무언가 사건이 있어야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있을 때 어색한 모습을 보였다면 어떡하지, 그때 내가 한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았을까, 내가 너무 재미없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친구들의 사소한 반응 하나하나에 부정적인 해석을 덧붙여가며 분석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새로 산 옷을 입고 나가서 강의실로 가는 길에 집에서는 예뻤던 내 옷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져서 길거리에서 텀블러를 꺼내 자낙스를 먹기도 했다. 이는 불안으로 인한 증세임이 명백했다. 

    사람이 불안하면 무언가를 자꾸 분석하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려 한다. 이는 인간 본능이다. 불안을 느낄 상황에 놓였으면 응당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는 불안이 나를 인간 사회에서 생존하는 데에 너무나 큰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아빌리파이 2mg, 인데놀정 10mg 복용 횟수를 2회로 증량하다

    

"친구들과 있을 때도 이상한 모습을 보일까 봐 불안하고, 집에 와서는 혹시 이상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불안해요. 집에 와서 그때 그 말이나 행동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면서 계속 괴로워해요. 그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계속 떠올라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걸 잊으려고 유튜브나 게임 같은 다른 자극적인 것만 하려 해요."


    주치의 선생님께 내 증상을 말씀드렸다.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내 절망을 좀 담아서.


"우울의 정도를 숫자로 표현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높을수록 불안한 거고 1에서 10까지 있다면요."


"7에서 9 정도요."


"주로 불안해하는 시간대가 언제인가요? 보통 언제 가장 괴로워해요?"


"학교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요."


"그러면 약을 하루에 두 번씩 먹어볼게요. 아침 먹고 한 번, 저녁 먹고 한 번 이렇게요."


"아.. 그러면 약을 증량하는 건가요?"


    나는 약물을 증량해야 한다는 얘기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지만, 현대의학을 믿는 사람으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네. 약물을 하루에 두 번 먹는다는 건 혈중에 약물의 농도를 두배로 유지시키겠다는 거예요. 아무래도 약효가 저녁때 더 떨어지는 걸로 보이니 한번 이렇게 가보도록 하죠."


    아마 불안의 시간에 따라서 약을 단순히 증량할 것인지, 횟수를 늘릴 것인지 생각하셨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나는 아빌리파이와 인데놀을 증량하게 되었다.



아빌리파이 복용 횟수 증가 후,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루에 아빌리파이 2mg, 인데놀 10mg을 두 번씩 총하루에 아빌리파이 4mg, 인데놀 10mg을 열심히 복용하며 일주일이 지나 다시 진료시간이 돌아왔다.


"그럼, 지난 일주일간 어떠셨어요?"


"우선 되게 괜찮았어요. 불안한 생각이 안 떠오르는 것은 아닌데, 약을 추가로 먹고부터는 그 생각에 매몰되지는 않아요" 


"약이 생각에 너무 막 파고들려고 하면 멈춰준다는 느낌일까요?"


"네. 그런 것 같아요."


"필요시 약은 몇 번 정도 드셨어요?"


"지난 일주일간 두세 개 정도요."


"지금은 불안을 숫자로 표현한다면 몇 정도예요?"


"2에서 3 정도요."


"우리 불안 잘 잡힌 것 같아요. 우리 한번 이대로 가 볼게요. 그럼 다음 주에 보겠습니다."


    그렇게 내 증량은 성공적이라고 해야 할까,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었다. 필요시 약의 복용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그렇게 아빌리파이와 인데놀을 하루에 두 번 먹고서는 불안감이 많이 잡혔다고 생각했다. 약을 처음 먹기 시작했을 때처럼 약만 잘 먹으면 치료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불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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