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낮에 보이지 않던 빛깔들이 보이는 신비로운 시간. 밤은 빛을 흡수하며, 다채로운 색으로 반사한다. 낮 동안, 활기차게 춤을 추던 자연의 초록빛깔은, 이제 달빛을 반사하며, 낮 동안 보지 못한 색을 뽐낸다. 초록빛깔 안에도 어둠이 있다는 것을, 벚꽃잎에도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이처럼 밤은 사물의 그림자 색이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시간.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색은 더욱 밝게 빛난다. 낮 동안 모습을 감추던 별들은 밤 하늘에 제 빛을 더욱 아름답게 뽐낸다. 그리고 물결의 파동은 달빛 아래서 더욱 빛난다.
실로 밤은 내면의 그림자를 볼 수 있는 신비로운 시간. 낮 동안 바쁜 일상 때문에 관심 갖지 못한 내면의 형형색색을 볼 수 있는 시간. 웃음 뒤의 색깔이 무엇인지. 기쁨의 그림자는 무슨 색깔을 반사하는지. 낮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역류하는 시간. 역설과 모순이 지배하는 시간. 주관이 객관을 뒤엎는 시간. 오류도 정답이 될 수 있는 시간. 이처럼 밤은 낮 동안 감추려 했던 마음의 진실이 드러는 신비로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