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간호사의 여초병동 적응기
요즘 병원에서 남자 간호사 선생님들, 정말 많이 보이죠?
제가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남자 선생님은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에서나 한두 명 보일까 말까 했습니다.
병동에서 남자 신규를 만나는 건 거의 전설 같은 일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남자 간호사는 1~2년 버티고 소방으로 간다"는 말이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병동에서 전화 받을 때 남자 선생님 목소리 나오는 거, 이제 아무도 안 놀랍니다.
이쯤에서 한 번 짚고 갈게요.
병원 바깥에서 남자라는 이유로 듣는 말이랑,
병원 안에서 남자 간호사가 듣는 말은 완전 다릅니다.
"남자애들은 손이 좀 느려."
"확실히 여자애들보다 디테일이 부족하더라고."
"섬세함이 떨어져. 일머리가 없어."
밖에서는 "남자니까 일 잘하겠지" 소리 듣다가,
안에서는 "남자라서 뭔가 부족해"로 바뀝니다.
같은 신규인데, 성별 때문에 기준 자체가 다르게 적용되는 거죠.
✔️1. 섬세함? 성격 탓 말고 훈련으로!
남자 신규에게 가장 먼저 붙는 꼬리표가 "섬세함 부족"입니다.
근데 성격 탓해봤자 답 안 나옵니다.
일할 때만큼은 섬세한 척이라도 해보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천천히, 정확하게. 이게 핵심입니다.
✔️2. 프리셉터가 어려워할 수도 있다
남자 신규는 군대 다녀온 경우가 많아서
프리셉터랑 나이가 비슷하거나, 심지어 더 많은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나이 많다고 프리셉터보다 잘난 척? 절대 금물입니다.
"선생님한테 다 배우겠다"는 태도 확실히 보여주면 관계가 편해져요.
✔️3. 여초집단에서 남자라는 위치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약간 귀여움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근데 이게 오래 안 갑니다.
"쟤는 일도 못하는데 남자라서 봐준다" 소리 나오기 시작하면 끝장입니다.
결국 살아남는 방법은 성별 말고 실력입니다.
✔️1. 여성 환자들은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
특히 옷 갈아입히기, 배변 처리 같은 일에서는
여성 환자들이 남자 간호사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은 여성 환자일수록 더 민감하니까,
이럴 땐 여자 선생님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역할 조정하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2. 의사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남자 간호사 = 의사라는 공식,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게 편할 때도 있어요.
왠지 말빨이 더 먹힐 때도 있고요.
하지만 "니가 의사 아니야?" 하면서 책임 떠넘기는 경우도 있으니까
"저는 담당 간호사고, 정확한 판단은 주치의가 하십니다."
이 멘트는 꼭 외워두세요.
✔️3. 폭언·폭력은 조금 덜하다
슬픈 현실이지만,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무례한 말이나 행동이 줄어드는 건 사실입니다.
여자 선생님들은 똑같은 상황에서 더 많이 시달립니다.
이런 현실, 알고 있으면
같이 근무하는 여자 선생님들 더 이해하게 될 포인트입니다.
✔️1. 섬세함은 훈련으로 만든다
급하게 하지 말고,
늦더라도 정확하게.
이거 하나만 지켜도
"남자라서 엉성해" 소리 피할 수 있습니다.
✔️2. 뒷담화엔 절대 끼지 않는다
여초 조직 특성상 뒷말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근데 남자 신규가 그 판에 끼면?
불판 위에 올라가는 건 본인입니다.
그냥 듣기만 하고, 아 그래요? 정도로만 반응하는 게 안전합니다.
✔️3. 힘쓰는 일, 꼭 먼저 나설 필요 없습니다
무거운 물품 정리, 침대 밀기, 이송 같은 일.
체력이 된다면 돕는 게 좋지만,
굳이 남자라는 이유로 먼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진상 환자가 있을 때는 뒤에 서 있기만 해도 됩니다.
말을 건네거나 할 필요도 없어요.
다수의 여자간호사보다도 한명의 남자간호사가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4. "곧 나갈 사람" 이미지 벗기
남자 신규는 아직도
"좀 있다 소방 간다며?" 소리 듣습니다.
그런데 진짜 오래 다닐 생각이라면
그런 이미지부터 깨야 합니다.
"여기서 오래 일할 사람입니다"는 걸
꾸준히 보여주세요.
✔️5. 화장실·탈의실 미리 체크
남자 화장실, 탈의실이 따로 없는 병원 많습니다.
화장실이 멀면
"잠깐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응급상황과 환자 대응을 위해
이 한마디 꼭 남기고 가세요.
남자 신규가 여초 조직에서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남자 선배들도 꽤 많습니다.
선배들한테 팁도 많이 물어보고,
자기 스타일에 맞는 생존법 하나씩 찾아가면 됩니다.
남자 신규 선생님들,
버티는 게 이기는 겁니다.
적응 성공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