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노팅힐>, 신데렐라 스토리 이상의 로맨틱 코미디

로저 미첼 <노팅힐(1999)> 리뷰

by 새시

0. 1999년 작품인 <노팅힐>은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대표하는 본 작품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서, ‘남성 버전 신데렐라 스토리’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하지만, <노팅힐>은 남녀 주인공의 매력을 바탕으로 작품의 매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으로, ‘신데렐라 스토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작품이다.


*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노팅힐 3.jpg

1. <노팅힐>의 주인공 ‘애나(줄리아 로버츠 분)’와 주인공 ‘윌리엄(휴 그랜트 분)’은 각자 굉장한 매력을 갖고 있는 캐릭터다. 하나 그들이 가진 매력은 결이 다르다. 극 초반부, ‘애나’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그가 가진 외적 가치인 사회적 지위에서 나온다. 시대 최고의 배우라는 수식어가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매력으로 무장한 그는 어디를 가든 환대받는 존재다.


2. 그에 반해 ‘윌리엄’은 다르다. 소위 ‘평범’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그는 직업이나 재산 등에서 말 그대로 평범해 보인다. 하나 그의 매력은 사회적 지위에 있지 않고 내적 가치에 있다. ‘흔들리지 않음’은 대표적인 그의 매력이다. 그는 어떠한 상황이든 ‘애나’에 대한 마음을 고수한다. 톱스타인 ‘애나’가 서점에 방문했을 때도 그는 의연하게 대처한다. ‘애나’가 자신을 초대했을 때도 들뜸을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애나’를 자신의 동생의 생일 파티에 초대한 날,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후 ‘애나’를 호텔로 마중하는 부분에서 '윌리엄'은 '애나'가 숨겼던 그의 연인을 만난다. 이에 그는 실망하지만 ‘애나’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하지는 못한다. 이후에도 '윌리엄'의 마음은 여전하다. ‘애나’의 누드 사진이 유출된 이후, 그를 찾는 기자들을 피해 '애나'가 ‘윌리엄’의 집에 찾아왔을 때, 그들은 하룻밤을 같이 지낸다. 행복했던 이러한 시간은 아침에 '윌리엄'의 집 앞에 몰려온 기자들로 인해 끝나게 되고, 이로 인해 ‘애나’가 ‘윌리엄’에게 모질게 대하고 떠나는 일이 발생한다. 하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윌리엄’은 ‘애나’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지는 못한다.


노팅힐 4.jpg

3. 역설적으로, 그들이 서로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시기는 그들이 가진 매력을 내려놓을 때이다. ‘애나’의 시대극 영화 촬영장에서 일어난, '애나'가 동료에게 '윌리엄'의 존재를 부정했던 사건 이후, ‘애나’는 그의 본심을 고백하기 위해 ‘윌리엄’의 서점에 찾아간다. 그 자리에서 ‘애나’는 톱스타가 아닌 ‘사랑을 갈구하는’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하나, 여태껏 자신의 마음을 고수하던 ‘윌리엄’은 그 자리에서 고백을 거절한다. '애나'는 그가 가진 지위를 내려놓고 한 명의 여성으로 사랑을 고백했고, '윌리엄'은 '애나'에 대한 흐들리지 않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 고백을 거절한 것이다.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을 때, 그들은 비로소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던 그들이 ‘애나’의 기자회견장에서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 감동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4. 작품이 그려내는 등장인물들의 사랑스러운 행동들은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에 따뜻함을 더한다. ‘윌리엄’과 함께 파티를 찾은 ‘애나’를 맞이하는 ‘윌리엄’ 친구들의 모습, 안경을 잃어버려 물안경을 쓰고 ‘애나’와 함께 영화를 보는 ‘윌리엄’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윌리엄’을 돕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친구들의 사랑스러운 행동들 등을 통해 영화는 내내 따뜻함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 사이사이 녹아있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사랑은 따뜻한 사랑 이야기를 더욱 포근하게 만드는 난로 같은 요소이다.


노팅힐 2.jpg


5. 이렇듯, 주인공들을 포함한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매력을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발산한다. 이렇듯 매력 가득한 본 작품이 시대를 막론하고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품이라는 점은 본 작품이 ‘신데렐라 스토리’에 머물지 않고 더 많은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로맨틱코미디의 스테디셀러 <노팅힐>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미소를 안겨주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