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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Apr 21. 2024

23년 5월 10일

날씨는 화창했다. 

그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다고 34살의 미정은 기억한다. 5월의 중순을 달려가는 날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미정이의 속을 모르는 다른 날씨가 유독 더 밉게 느껴진건지는 잘 모르겠다. 연애는 진작 끝나있었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고, 그 날이 전 남자친구를 보는 마지막일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몇 시간뒤면 영원히 다시는 못 볼 사람이었지만 그 때의 미정이는 몇 달 뒤면 우리는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헤어진 남자였지만 그에게 만큼은 예외를 두고 싶었다. 왜인지 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라면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미정이와 전 남자친구는 헤어진 이후에도 종종 시간을 내서 만났고 서로의 안부를 물어봤으니까, 당연히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우정은 몇십년이고 영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남녀사이를 뛰어넘었다고 믿었으니까. 모든 건 착각이었다는걸 깨닫는 데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날이지만 23년 5월 10일, 그날을 미정은 잊지 못한다. 오후 반차를 내고 그가 좋아할만한 쿠키를 샀다. 미용실에 가서 드라이를 했다. 어쩌면 그 날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미정은 가장 이쁜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외국으로 이직한 그 사람이 이민을 위해 한국을 완전히 떠나는 그 날, 울고있는 미정이를 보며 그는 말했다. 항공사 복지를 통해 단돈 몇만원으로 미국과 한국을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그만 울고 잘 지내라고. 어느 누구보다 멋있으니 자존감을 잘 챙겨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현실을 깨닫기까지는 아직 먼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고,

애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게 다가올 사람들에게 벽을 치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깨닫게 된 미정이는 그때의 시간들이 아깝기도, 아쉽기도 하다. 


애도의 시간은 집약적으로 최소한의 시간으로 끝내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음 연애를 준비해 보기로 한다.


어떻게 해야 안정적인 관계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갈 있을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며 테스트 해보기다짐한다. 


어쩌면 혼자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미정에게 이상 남자는 최우선순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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