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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룸 Apr 28. 2024

화려한 미정이

그녀의 사생활

미정이에게 독이 되었던 것은 화려한 외모일지도 모른다. 미정이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은 주위에 많았고 미정이는 마음만 먹으면 그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착각했다. 순진했다. 미정이가 몰랐던 것은 본인이 가진 욕망을 타인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그 순간부터 지옥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인생의 주도권을 타인에게 내어준 순간부터 그 사람은 을이 되어버린다. 

누군가의 연락을 기다리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관심을 갖고싶은 순간부터, 

누군가가 가진 것들을 탐하는 순간부터 권력은 나에게서 그 사람에게로 이동한다. 권력을 빼앗긴 사람은 조급해진다. 늘 기다리게 된다. 


인생이 흥미로운 점은 어딘가 삐끗한 그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1년이고 2년이고 그 상태로 시간이 흘러버린다는 점이다. 누군가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삶을 살다보면 그것에 익숙해진다. 미정이는 누군가의 인정에 목말랐다.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관성은 미정이를 그 삶으로 데려갔다. 


욕망을 탐한 미정이는 본인이 줄을 댈 수 있는 사람들로 주위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것 만으로도 미정이는 본인의 세계가 확장됨을 느꼈다. 꿈을 꾸며 현실을 도피했다. 


어느날, 우연히 그 사람을 만나면서부터 미정이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진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던 22년 7월 3일, 미정이는 여느때와 같이 배꼽티에 핫팬츠를 입고 집을 나섰다. 운동을 꽤 오랫동안 해온 미정이였기에 배에 있는 복근은 그녀의 몸매를 더욱 섹시하게 보이게 했고, 긴 목선 그리고 얇은 허리에 쭉 뻗은 다리는, 연습생을 권유 받았던 그녀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집 앞으로 미정이를 데리러 온 그 사람의 차를 탔다. 정말로 만날 생각은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미정이는 그와 함께 차 안에 있었다. 운동을 해서 다부진 어깨 그리고 수줍어하는 눈웃음과 미소, 겸손하지만 자신감 있어보이는 태도는 미정이의 마음을 흔들었다. 


"제가 이 지역은 처음인데, 어디로 갈까요?"

"여기서 10분만 더 가면 호수공원 있어요. 그 근처에 카페로 가요."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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