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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백 Sep 14. 2023

집돌이(ISTJ)와 집밖순이(ESFJ)의 잘못된 만남

극과 극인 우리의 만남은 유전자 때문?

예쁜 풍경을 볼 때 가장 행복한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싶어 결혼 전에 여행 가이드 일을 했었다.

주말마다 버스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단체여행을 인솔하는 일을 했고 같은 장소를 수십 번가도 그저 신나고 좋기만 했다.

사주를 보러 갈 때마다 역마살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나는 다니는 것이 좋았고 오히려 집에 있는 것이 더 힘들었다.

그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하면서 주말에만 데이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 가이드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도 그때는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부산이던 강원도건 함께 가주던 그였다. 그래서 서로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돌아보면 우리가 가장 많이 싸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매주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 하고 그는 집에서 쉬고 싶어 하고..

아무래도 일주일 내내 사무실에 앉아서 일하는 나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일하면서 몸을 많이 쓰는 그는 집에 편히 누워있고 싶어 했다.

집에 있으면 그는 주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했는데 게임을 시작하면 그는 집에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우리. 신혼 초 알콩달콩한 결혼생활을 꿈꾸던 나에게 결혼하고 더 외롭다는 기혼자들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다.  

밖에 나가자고 권했다가 거절당하면 서운하고 속상하고의 반복이었다. 절충안으로 주말 중 하루는 나의 날로 밖에서 놀고 하루는 그의 날로 집에서 쉬고도 해보았지만 그 간극을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나도 인정한다. 내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집밖순이라는 것을..


나는 살면서 집에서 편안하게 쉰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결혼 전 어수선한 환경의 친정집은 그저 잠자는 곳이었고, 결혼 후에는 청소, 설거지, 빨래 등 해야 할 일들의 총체인 집은 나에게 의무로만 다가왔다. 집에만 있으면 머리도 아프고 오히려 늘어져서 손 하나 까딱하기가 싫었다. 그 게을러지는 느낌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법륜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왜 나가기 싫은 그에게 자꾸 강요를 하는지? 나가고 싶으면 혼자 나가라.'는 말씀에 거절당하고 속상해하기 싫어서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커플들 넘쳐나는 크리스마스에 혼자 영화관에 가서 라라랜드 영화를 보고,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일출을 보는 새해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혼자 새해 계획을 세웠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은 공허했다.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그를 따라 청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겨울 주말. 게임을 하고 있는 그에게 같이 산책할 것을 권했지만 거절당하고 혼자 동네 뒷동산으로 향했다. 점점 해는 지고 있는데 내려오다가 길을 잃은 나는 너무 당황해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그는 태연하게 말했다. 자기도 어떻게 도와줄 수가 없으니 119에 전화하라고.. 맞는 말이긴 한데 순간 너무 서운했다. 결국 다시 정상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을 찾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그는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혼자서 분리수거를 하던 어느 날, 같이 분리수거를 하러 나온 어느 부부를 보고 부럽고 서러운 마음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큰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닌데.. 같이 도란도란 대화 나누면서 저녁 먹고 분리수거하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것이 힘든가? 그런 소소한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결혼 아닌가?'


이런 신랑의 무심함 때문에 내가 많이 속상해하고 힘들어하자 주변에 친한 친구는 나에게 아이가 생기기 전에 빨리 돌아오라고 말했다. 이는 성향의 문제라 바뀌기 쉽지 않고 너도 내려놓기 쉽지 않아서 힘들기만 할 거라고.. 하지만 그 당시 그는 빨리 아이를 가지기 원했고 또 아이가 생기면 그도 좀 더 변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사람 바꿔 쓰는 거 아니라는 옛말이 맞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덧 6살이나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그대로다. 주말이면 나는 아이랑 뭐 하고 놀지 어디를 갈지 고민하는 반면 낚시를 시작한 그는 주말마다 여기저기 낚시 다니기에 바쁘다. 새벽 3시에 나가 낚시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자고 일어나면 어느덧 저녁이다. 그 흔한 키즈카페 한번 안 가본 아빠가 대한민국에 몇이나 있을까? 아이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나는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동산도 가고 여행도 다니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럴 때마다 행복해 보이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도 그렇게 느낄 텐데라는 사실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예전에 아빠 때문에 엄마가 마음고생할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 사람은 무슨 복이 있어서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어느 순간 똑같이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며 정말 소름이 돋았다.


나는 결혼하기 전에 궁합을 보지 않았다. 무슨 말을 듣건 어차피 결혼할 텐데 궁합은 봐서 뭘 하나 괜히 안 좋은 소리만 듣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쉽지 않은 결혼생활에 답을 찾고 싶어 이곳저곳 철학관을 기웃거렸다. 그나마 내 운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철학관에서 들은 우리 사이는 용호상박!  우리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사람이었다. 지극히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의 만남.  결혼하는 커플들을 보면 보통 반대의 성향이 많은데 이는 유전자의 영향으로 완벽한 2세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 뇌에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전자의 승리로 극과 극인 사람이 만났으니 완벽하게(?) 태어난 우리 아이에게 감사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했다.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성향인 것이 아무래도 마찰이 적을 것 같다. 요즘 MZ 세대들은 소개팅하기 전에 MBTI를 먼저 물어본다고 한다. 나와 맞는 유형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만날지 말지를 결정한단다. 어찌 보면 현명한 것 같기도.. 나와 그가 만날 당시 MBTI가 지금처럼 유행하지 않은 것을 유감으로 생각해야 할지.. 사실 결혼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타고난 성향보다도 서로 맞춰나가려는 노력인 것 같고 그게 우리 사이에 부족했던 것 같다. 서로에 대한 애정과 배려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 부부관계는 어느 한 사람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단지 그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나 그를 욕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나를 그리고 나의 마음을 돌아보고 싶음이다. 이 글을 마칠 즈음에는 그 답을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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