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 여행 준비 프롤로그 두 번째
24년 7월 초 출국 3주 전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 부부에게 당혹스러운 사태들이 발생했다.
아니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가 이래도 돼?'라는 마음과 '프랑스가 프랑스 하네'라고 생각함이 공존했던 일련의 사태들.
대중교통 티켓은 어디로 갔는가?
7월 초까지 개인적인 일 때문에 여행에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여행에 필요한 내용들을 되짚어보다가 문제가 발생함을 알았다.
"Paris 2024 나비고 교통패스는 언제 오지?"
파리올림픽 시즌 5일간 무제한으로 파리 시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인 Paris 2024 나비고 교통패스. 구매 당시에는 앱 구매는 불가하고 오로지 실물 구매 후 배송만 가능하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구매했었다. 그런데 구매한 지 벌써 2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배송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는 재빨리 티켓 구매 사이트인 일드 프랑스 모빌리티에 접속하여 구매 내역 및 송장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구매내역은 처리 중으로 되어있고 송장번호 등은 아직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알아채고 알아채고 바로 사이트에서 문의를 남겼다. CS메일 주소도 딱히 없고 일일히 사이트에서 Q&A 등록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하. 지. 만 3일이 지나도록 회신이 없었던 일드 프랑스 모빌리티.. 이건 아니다 싶었고 이글이가 전화를 걸었다. 국제전화지만 뭐 별 수 없지. 그 결과 우리의 문의 메시지는 보지 못했다고 했고 메일로 송장번호를 전달 준다고 하였다. 그렇게 받은 송장번호를 우체국 EMS택배 사이트에서 조회해 보니 '반송 처리 중'이라는 문구를 보게 되었다. 네??
자초지종을 알고자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우체국 택배 담당자에게 문의를 했다. 그 결과 받는이 주소 입력 시 내가 입력했던 전화번호도 없었고 상세주소도 모두 기재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배송할 수가 없어서 반송처리 중으로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굉장히 황당한 상황.
이 이야기를 듣고 일드 프랑스 모빌리티에 다시 메일을 보내게 되었다. 해결 방안은 우리가 제시했다. 환불 처리, 일드프랑스 모빌리티 앱에 구매내역을 등록하기, 파리에서 직접 티켓을 수령하기 등.. 제시했으나 답변 온 내용은 불가하다 어렵다는 것. 으으 프랑스가 프랑스 했네라고 생각할 무렵 우체국 택배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택배 보관함에서 보관 중입니다!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장기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신분증 지참하여 찾아가세요~"
이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티켓을 무사히 가져올 수 있었던 우리 부부! 사실 이글이는 시간 쏟는 게 더 아까우니 그냥 또 사버리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하지만 둘이 합쳐서 거진 17만원 정도 들었기 때문에 또 구매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그리고 프랑스의 일처리가 괘씸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또 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수령했으니 다행이지! 그리고 일드 프랑스 모빌리티에 티켓 수령을 완료했다고 전달하였다.
그러다 출국 전 주에 갑자기 일드 프랑스 모빌리티에서 메일이 온다.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앱에서 추가로 결제해 주세요"
네?? 환불이요? 우린 이미 수령했다고 전달했는데? 갑자기 환불? 그러고 나서 카드취소건 앱 알림이 왔다. 아마도 우리와 같은 클레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괄 취소할 수가? 그리고 신난 우리 부부. 우리는 이미 교통패스를 갖고 있는데 환불해 주셨네? 오예 이득인걸? 시내 교통비를 아낄 수 있음에 기뻤다.
프랑스가 프랑스 했다며 열받았던 우리 부부. 본인들의 잘못으로 인한 환불이긴 했으나 티켓을 공짜로 받은 셈이 되었으니 프랑스에 대한 인식이 다시 업그레이드(?) 되었다.
온갖 사건 사고들
출국 전 주 파리 18구에서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었다. 18구는 위험한 지역이라 익히 듣긴 했으나 그래도 '올림픽 주간인데..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역시 파리는 파리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심히 다녀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절대 18구 지역으로는 가지 않아야겠다는 계획을 하고 동선을 짰다. 몽마르트르 절대 안 가!
또한, 파리 지하철 테러 위협, 파리 시민들의 올림픽 보이콧 운동, 엄청난 물가 상승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었다. 물가 상승은 예상했던 바 어쩔 수 없지만 테러, 보이콧 등 기타 위협은 예상할 수 없는 문제기에 걱정이 되긴 했다.
이래저래 난리가 난 개막식 이슈...
출국 3일 전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진행되었다. 개막식은 엄청난 이슈가 되었었다. 여러 관점(?)에서 난리가 났던 개막식.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이름을 잘못 불렀던 것이 아닐까. 정말 큰 문제였다. 국제대회에서 이런 실수를..? 이 실수를 보고 순간적으로 정이 확 떨어졌다. 이건 진짜 아니잖아!
하지만 전체적인 개막식을 본 후에는 기대감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역대급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가진 문화유산을 적극 활용하여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웠기때문. 파리 시내 전체를 활용하며 센강에서 선수들이 등장한다니.. 이보다 더 낭만적인 올림픽 개막식이 어디 있는가. 특히 라벨 물의 노래를 연주할 때 비가 쏟아지는 순간이 단연 베스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물의 노래라는 제목과 걸맞게 비가 내리다니. 이게 파리 아닐까? 그다음 베스트 장면은 성화 봉송이었다. 성화를 띄운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한 것일까? 대단한 기획자. 게다가 튈르리정원 한복판이라니.. 이것이 낭만 아닐까?
파리 시내를 전부 활용하려 했기에 정신없는 구성으로 비판받기도 했으나 개인적으로는 매우 마음에 들었던 파리 올림픽 개막식. 설레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출국 준비를 하게 되었다.
대중교통 티켓 이슈는 잘 해결되었기에 괜찮았으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테러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이미 벌어진 개막식으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들로 인해 약간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드디어 출국을 하게 된 우리 부부.
하지만 그 우려와 걱정은 감탄과 놀라움으로 바뀌게 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그러한 우려와 걱정으로 인해 상반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