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6목의 기록

by 이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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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에는 좋아하는 직원들과 점심을 먹었다. 5일에는 쉬었다. 쉬는 날엔 모든 것을 쉬게 된다. 그리고 오늘은 6일이다.



2


3일에 연서가 다음날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4일에 출근해 보니 예진이 있다. 예진도 함께 점심을 먹자고 했다. 오늘 점심은 나와 종혁이 먼저 나오게 되었다. 종혁에게 같이 점심을 먹을지 묻고, 그러면 오늘 여자 셋과 같이 하겠느냐 물었다. 그렇게 오늘 오전 근무자 모두 모여 밥을 먹기로 했다.

연서와 예진은 나오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터였으므로 우리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녀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와 카페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주로 시답지 않은 것을 묻고 떠들었고 종혁은 답하고 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종혁이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다.


“일적인 건 아닌데 질문 하나 해도 되나요?”


“그럼요.”


“저 혹시 아직도 영아 씨 생각나요?”


“네. 나요. 매일 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요. 비슷한 또래의 사람만 봐도. 비슷하게 생긴 사람만 봐도. 그녀의 꿈이었을지도 모르는 승무원들을 봐도. 길을 걷다가. 문득문득 생각나요. 여기에서도 저는 그녀를 매번 생각해요. 커피를 기다리던 그 모습을 생각해요.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책이나 영화를 볼 때마다. 누구보다도 먼저 그녀가 떠올라요. 올 한 해 나에게 가장 큰 사건은 그녀의 상실이니까.”


자신도 여전히 그녀가 많이 생각난다는 종혁은 얼마 전 화성에 다녀왔다고 했다. 영아의 어머니가 쓴 글을 보고서 좀체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지만 우리는 아직 그녀를 잃은 상실을 메우지 못했다. 메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나는 그가 오늘처럼 그의 슬픔을 자주 공유해 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상실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난 각자의 빈자리의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위로를 받을 테니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나에게 그녀를 물어주는 그가 고마웠다.


기다리던 그녀들이 점심시간에 나왔고 나는 다시 쾌활해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애초에 우리 둘에게 상실은 없었던 것처럼. 그런 대화를 나눈 적도 없는 것처럼. 정말로 그녀가 눈앞에 그녀들처럼 어디에선가 잘 지내고 있을 것처럼.




3


새로운 곳으로의 이직을 생각하며 일을 한다. 요즘은 비수기라 유독 매장은 한가하고, 관리자분들도 여유가 있다. 그래서 종종 웃음 띤 이야기들이 오가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가 또 좋아서, 이 사람들이 좋아서 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그 분위기에 젖어 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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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새롭게 연재할 글의 프롤로그를 쓰고 일을 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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