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세상은 잠잠해집니다. 낮 동안 찬란하게 피어나는 꽃들은 하나둘 고개를 떨구고, 잠에 들지요. 하지만 이 고요한 밤, 자신만의 시간에 꽃을 피우는 달맞이꽃이 있습니다. 달빛 아래에서야 비로소 활짝 피어나는 이 꽃은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내는 작은 등불과 같습니다.
달맞이꽃은 황혼이 깃드는 순간부터 서서히 꽃잎을 열기 시작합니다.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이 꽃은 밤에 활동하는 곤충들, 특히 나방과 같은 매개체를 통해 수분을 합니다. 낮에는 너무 많은 경쟁이 있기에 달맞이꽃은 자신만의 시간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들의 전략은 단순합니다. 경쟁이 치열한 낮을 피하고, 밤이라는 틈새를 활용하는 것. 이것은 곧 세상이 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보여줍니다.
이 모습을 보면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며 다투지 않는다"¹는 가르침이 떠오릅니다. 낮은 자세로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라는 뜻이지요. 달맞이꽃은 그 낮은 곳에서도 자기만의 빛을 만들어냅니다.
달맞이꽃의 생존 전략은 단순히 밤에 꽃을 피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이 꽃은 메마르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며, 뿌리는 땅속 깊이까지 뻗어나가 물과 영양분을 끌어옵니다. 표면적으로는 부드럽고 섬세해 보이지만, 내면은 단단한 생명력으로 가득합니다. 때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님을 일깨워주는 존재이지요.
달맞이꽃은 그 짧은 생애 동안에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눕니다. 씨앗에서 추출되는 기름은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약재로 쓰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존재로 세상에 가치를 더하는 이 꽃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작은 나침반 같습니다. 서양의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인간의 삶은 자신의 본성에 맞게 살아가는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달맞이꽃은 자신의 본성대로,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삶이 어두운 밤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요. 하지만 달맞이꽃은 속삭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 있어요. 지금 이 순간도 당신만의 시간일 수 있습니다.” 이 작은 꽃은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어둠을 자신의 빛으로 채워냅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달맞이꽃처럼 밤을 밝혀주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꿔야 할 모습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