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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가시에 숨긴 온기

by 사유

엉겅퀴는 그리 눈에 띄지 않는 들녘에서 자주 마주치는 식물입니다. 키가 크고, 뾰족한 가시로 몸을 감싸고 있는 이 꽃은 멀리서 보면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보면 보랏빛 꽃송이가 가지런히 피어 있어 묘한 따뜻함을 줍니다. 겉으로는 단단하고 차가운 가시로 무장했지만, 안으로는 풍부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식물이 바로 엉겅퀴입니다.


엉겅퀴의 가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들판에서 자라나는 엉겅퀴는 다른 초식동물들에게 먹히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시라는 강렬한 무기를 통해 자신을 지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가시 때문에 엉겅퀴는 자기 자리에서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삶의 어려움과 외부의 위협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운 것이죠.


이 모습을 보면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은 피하고, 승리할 수 있는 자리를 확보하라"는 가르침이 떠오릅니다. 싸움터에서 무모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생존의 지혜라는 뜻입니다.


엉겅퀴는 생존을 위해 강해 보이지만, 그 강함은 부드러움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보랏빛 꽃잎은 나비와 벌들에게 소중한 꿀을 제공합니다. 가시가 없었다면 그 꽃잎은 맹렬한 공격에 쉽게 사라졌겠지요. 엉겅퀴는 부드러움을 지키기 위해 강해진 것입니다. 삶에서도 종종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강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때로는 우리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단단한 껍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껍질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드러움을 간직하는 마음입니다.


서양 철학자 키케로는 "강함이란 자신을 보호하는 동시에 타인을 돕는 여유에서 온다"고 말했습니다. 엉겅퀴는 가시로 스스로를 보호하면서도, 꿀과 꽃가루로 생태계의 조화를 돕습니다. 우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다른 이를 돕는 여유를 갖는다면, 우리의 삶은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엉겅퀴는 자신을 지키면서도 끝내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길을 찾습니다. 지치고 힘들 때, 엉겅퀴의 이야기를 떠올려보세요. 자신을 지키는 가시가 때로는 필요한 법입니다. 하지만 가시 속에 숨긴 보랏빛 온기를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엉겅퀴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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