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구의 의식주 15편
나는 남편과 둘이서 살고 있다. 1인 가구만큼은 아니더라도 2인 가구의 특성상 구매한 식재료가 남는 경우가 많다. 실온 보관을 하는 바나나는 항상 먹다 보면 까맣게 변해 있다. 사실 껍질이 그렇더라도 안에 있는 바나나는 얼추 먹을만할 때가 많다. 그렇지만 왠지 손이 안 가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렇다고 1송이가 아닌 낱개로 구입하자니 더 비싼 느낌이다. 그래서 매번 1송이를 사 오게 된다.
바나나를 끝까지 먹어보고자 냉동실에 넣는 방법 등 다른 보관법을 찾아봤으나 딱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일 주스를 좋아하지 않아서 바나나 주스도 해 먹지 않았다. 그렇게 꼬리 물듯 검색을 하다 보니 '바나나빵' 레시피가 나왔다. '바로 이거다!'라고 생각하고는 생존 요리인으로서 몇 가지 레시피를 시도해 보았다. 도전 끝에 얻은 내 마음에 드는 바나나빵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바나나빵
1. 새까만 바나나 으깬 것 2개, 계란 2개, 아몬드가루 100g (또는 중력분), 베이킹파우더 1/2t, 소금 1/4t, 바닐라 익스트랙 5방울 (생략 가능)을 넣고 섞는다.
2.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 50-60분 굽는다. (젓가락으로 콕 찔러봤을 때 묻어나는 것이 없으면 완성!)
바나나빵은 안은 촉촉하고,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맛이 좋았다. 그렇지만 '바나나빵이 몹시 맛있다.'라는 감상보다는 남은 식재료를 잘 활용해서 느끼는 뿌듯함이 더 컸다. 천덕꾸러기처럼 마지막으로 남겨진 식재료가 바나나빵이 되어서 행복했다. 이후에 남은 당근으로 당근 라페를 만든다던지, 자투리 야채를 피클로 만드는 등 식재료 소진에 열과 성을 다하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