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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구 Oct 21. 2023

화날 때 먹는 비빔국수

망향비빔국수

회사에서 늘 그렇다시피 화나는 일이 많다.

돌이켜보면 별건 아니지만

그 말을 듣는 시점에는

의식이 '뚜둑'하고 끊어져 버린다.

간혹 내가 분노조절장애는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자면 처음에는 괜찮다.

괜찮다는 게 '몹시 베리 오케이'라기보다는

'음, 뭐 그럴 수 있지.'정도이다.

계속 듣고 있자면 한 번, 두 번씩 걸리는 문구가

사이사이에 끼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꼭 저렇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국수가 나왔다.


새빨간 국물은 맑다 못해 청량하다.

상큼함을 더해주는 치커리와

두툼하게 썰린 양파의 아삭함에

오이의 시원함이 변주를 준다.


그렇지만 진짜 주인공은 면이다.

탱글한 면은 조용한 듯 가만히 있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준다.


처음에는 매운맛을 잘 느낄 수 없다.

새콤한 비빔국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중간쯤 되면 조금씩 매운맛이 고개를 든다.

층층이 쌓여있다가 댐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매운맛이 '퐝퐝퐈라퐈라퐝퐝퐝'하고 터진다.


그래. 너도 힘드니까 그랬겠지.

오늘도 비빔국수를 먹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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