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향비빔국수
회사에서 늘 그렇다시피 화나는 일이 많다.
돌이켜보면 별건 아니지만
그 말을 듣는 시점에는
의식이 '뚜둑'하고 끊어져 버린다.
간혹 내가 분노조절장애는 아닌가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자면 처음에는 괜찮다.
괜찮다는 게 '몹시 베리 오케이'라기보다는
'음, 뭐 그럴 수 있지.'정도이다.
계속 듣고 있자면 한 번, 두 번씩 걸리는 문구가
사이사이에 끼어 있다.
'같은 말을 해도 꼭 저렇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찰나에 국수가 나왔다.
새빨간 국물은 맑다 못해 청량하다.
상큼함을 더해주는 치커리와
두툼하게 썰린 양파의 아삭함에
오이의 시원함이 변주를 준다.
그렇지만 진짜 주인공은 면이다.
탱글한 면은 조용한 듯 가만히 있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준다.
처음에는 매운맛을 잘 느낄 수 없다.
새콤한 비빔국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중간쯤 되면 조금씩 매운맛이 고개를 든다.
층층이 쌓여있다가 댐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매운맛이 '퐝퐝퐈라퐈라퐝퐝퐝'하고 터진다.
그래. 너도 힘드니까 그랬겠지.
오늘도 비빔국수를 먹으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