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17

엄마는 엄마로밖에.

by jungsin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어떡해. 엄마 어딨어... 나 엄마 보고 싶어. 엄마한테 갈래.. 나 죽고 싶어.. 하나님 저 좀 죽여주세요.. 제발요.. 으앙... 엉엉...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대출을 받아서 택배로 살림들을 장만하고, 혼자 머물 곳도 비밀리에 마련했지만. 혼자 멍하니 있다가. 엄마와 함께 병원에 있을 때의 경험을 썼던 글을 읽어보다가, 다시 그날들이 어제 일처럼 생각이 나서 울어버렸다. 새벽 한 시 이십 분께.


잘 얼어 있었는데. 동결시켜 놓았는데, 꽁꽁. 녹았다. 이제 녹아서 홍수가 될지도 모르는데.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냥 또 잠깐 냉동되어 있었나 보다. 핵심이 빠진 영혼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대체할 수 있는 사랑이 없다. 엄마밖에. 엄마의 사랑과, 그녀의 영혼밖에.


어른들은 다들 이런 멍울을 하나쯤 지고 살았나 보다. 대단하다. 어떻게 살 용기를 얻었는지. 내가 철이 없어 보일까 조금 두려운데. 사실 난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아무도 모른다. 엄마의 사랑은 무척 편파적이고 은밀한 사랑이었다. 작정한 편애였다. 누군가에게 작정한 편애를 받아본 사람의 영혼은 정말 풍요롭다. 그리고 그 사랑의 밀물이 빠져나간 자리는, 그만큼.


단어가 없다. 설명할 수 있는 형용사도 명사도 부사도, 동사도. 아무것도 없다. 그 비밀스럽고 충만했던 사랑의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언어란 이 세상에 없다. 그냥, 몽우리로 그건. 남아있을 수밖에. 푸르뎅뎅한 멍이나 목놓아 울고 부은 눈으로. 혹은 죽음이나, 그것에 호응하는 맹렬한 삶으로 남아있을 수밖에.


문젠 남아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남아있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하루도, 정말 단 하루도 살아있을, 힘이 없을 때.


레몬 스콘 하날 다 먹고 아메리카노를 연거푸 마셔 속은 달짝지근 밍밍하고, 배송받은 노르웨이 연어는 아직 냉장고가 없어 찬 보일러실 창밖에 내놓았다. 저녁에 먹은 태국 음식은 맛있을 뿐 아니라, 매력적으로 든든해서 한 동안 뱃속에 단 향기를 남겨놓았었다. 신기한 것은 이럴수록 마음은, 갈 곳을 잃는다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는 채울 수 없는 것에 이것저것 다른 것을 채워놓았을 때, 나는 아마 언젠가 게워낼 것만 같다. 엄마가 어느 날 꾸역꾸역 드신 음식을, 어떤 약을 드시고 침대 위에 앉아 무력하게 게워내던 슬프고, 표현할 수 없이 아팠던 모습처럼.


인체의 신비는 영혼의 신비. 혀와 내장의 모든 섬세한 점막들이 한 톨이라도 잘못되면 온 몸이 영향을 받아 불편해지는 것처럼 영혼도 섬세한 조직으로 이뤄져 있다. 영혼은 정직하다. 그러니까 이 미련하도록 정직한 영혼은 대체물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욕실 온풍기란 가당치도 않다. 초콜릿이니 커피니 다. 사랑은 사랑으로밖에. 사람은 사람으로밖에. 그러니까, 엄마는, 엄마로밖에. 엄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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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러니까,

괜히 쓸데없는 것들로 채우려고 하다가

다 게워내지 않고

쫄쫄 굶다가 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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