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는 희망이 있어야 움직일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다. 두려움이 아니라. 절망이 아니라. 압박이 아니라.
그러니까 나는 희망을 보아야 움직일 수 있다. 무언가 또렷한 희망을 보았을 때. 그래야. 그래야만. 나는 녹는다. 그 전에는 꽁꽁 얼어 있다.
형식과 돈은 나를 얼린다.
희망은 나를 녹인다. 사랑은 나를 녹인다.
생은, 살아있음은 나를 녹인다. 에스프레소는 나를 녹인다. 국밥은 나를 녹인다. 첫눈은 나를 녹인다. 아름다움은 나를 녹인다. 눈물은 나를 녹인다. 그리움은 나를 녹인다. 마음은 나를 녹인다. 자신이 되는 일은 나를 녹인다. 자기는 나를 녹인다. 나는 나를 녹인다.
나를 울리는 것.
사랑은, 녹인다. 엄마는 나를 녹인다. 만남은 나를 녹인다. 엄마랑 만나는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