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사비나 May 18. 2024

“어머님, 동글이가 사라졌어요 “

교실을 자꾸 뛰쳐나가는 아이의 속마음

”여보세요? “

“어머님, 동글이가 사라졌어요. “


동글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입니다. 동글이를 맡은 담임 선생님은 자꾸만 교실을 나가는 동글이로 인해, 매일 긴장 속에 학교를 출근하고 있습니다. 담임교사는 한 학급에 보통 25명 내외의 학생들을 맡아 가르칩니다. 담임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에는 단순히 1교시부터 5교시까지 아이들에게 교과 내용을 전달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과 시간 동안 25명의 학생들 모두 안전하게 일과를 마치고 하교하는 것, 그리고 학부모 상담까지 많은 것들을 ‘책임’ 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10여 년 간 중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아오며, 매 시간 들어갈 때마다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인사가 아닙니다. 바로 모든 학생들이 있어야 할 교실에 있는지입니다. 만약 학생이 교실에 없다면? 교사는 바로 학생의 안전을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학생이 교실 밖을 나갔다 불미스러운 사고라도 당할까 등에 식은땀이 납니다. 바로 교사에게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죠.


그러니 뛰쳐나가는 동글이를 맡은 담임선생님은 매 시간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동글이 어디 갔니?! “

이동 수업을 다녀왔는데 아이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그냥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상황에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달려 나가 그 학생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실에 남은 나머지 24명은 교사가 없는 교실에 또 방치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교사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교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지요. 그리고 부모님께 바로 연락을 드립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교사는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교실을 뛰쳐나가는 동글이는 ADHD일 확률이 높습니다. 교실을 자꾸 나가는 아이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 마음을 아는 데서 아이를 도울 수 있습니다. 과잉행동, 충동성으로 인해 지루한 수업을 견디지 못하거나 나가고 싶은 충동성이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이길 때 교실을 뛰쳐나가는 것이지요. 또는, 불안이 높은 ADHD 아이일 수도 있습니다. 불안이 높은 경우, 새로운 환경이 너무 낯설고 자꾸만 집에 있는 엄마가 생각납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친구들이 온통 자극이다 보니 일단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교실을 벗어나는 것이죠.


ADHD는 사냥꾼 유전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학교라는 공간이 없던 아주 오랜 시간 전에는 이런 ADHD 성향이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위험한 동물들에 잡아먹힐 수도 있던 정말 그런 시대에는 유리한 유전자였죠. 그러나 이런 ADHD 성향은 이제 학교라는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학교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친구들과 소통하며 교실에서 ‘가만히‘ 앉아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환경이니까요.


교실을 자꾸 뛰쳐나가는 아이를 다시 교실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선 ’ 반항아‘ ’ 문제아‘로 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그저 ADHD가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문제아로 보는 순간, 치료보다 훈육에 매진함으로써 아이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학교에 대한 반감만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학교의 ‘협력’입니다.


첫째, 가정에서는 아이의 ADHD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과잉행동과 충동성은 ADHD 약물 치료로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ADHD 학생을 담당했던 선생님들께서도 학생이 약물 치료를 시작하고 착석이 잘 되는 경우를 많이 보셨다고 합니다. 또한, 불안감에 자꾸 학교를 나가고 싶어 하는 아이라면, 아이가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 안정할 수 있는 물건을 챙겨주세요. 부모님의 편지도 아이들에게 많은 안정감을 줍니다. 엄마가 함께 있진 않지만 이 편지에 엄마가 함께 있다고 생각하라고 해주세요. 실제로 그런 편지를 보고 안정을 찾아 다시 교실로 잘 들어오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들께서는 착석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바로 학교에 가서 아이를 함께 찾을 수 있게 대기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맞벌이 부모님의 경우 굉장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학교에서는 각각의 선생님들이 담당해야 하는 또 다른 학생들이 있기에 부모님이 함께 아이의 안전을 위해 협력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학교에서는 아이가 ADHD 약물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부모님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 치료 이외에도 아이가 착석이 잘 된 시간에는 칭찬이나 스티커와 같은 눈에 보이는 외적보상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ADHD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보상이 행동 수정에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이가 자꾸 나가고 싶은 충동이 들 때나 불안이 높아질 때는 학교 밖이 아닌, 상담실과 같은 곳에 갈 수 있도록 안내해 주세요. 그렇게 점차적으로 행동을 수정하면 아이도 어느새 교실을 이탈하는 횟수가 줄어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과 부모님들께서 아이의 착석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ADHD 아이는 보통 초등학교 1학년쯤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합니다. 약물 치료의 처음은 약 용량을 정량으로 쓸 수 없고,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에 적응할 수 있도록 소량으로 시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법처럼 한 순간에 아이가 약만 먹으면 바로 앉아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도기를 잘 ‘돕는다면’, 아이의 다음 달, 다음 해는 분명 다릅니다. 아이의 문제를 인지하고 전문의, 교사, 부모의 도움이 시작되는 순간 아이의 문제 행동의 반은 해결된 것입니다. 옳은 방향으로 그 각도를 틀었기에 아이의 발달 속도를 기다려준다면 분명 나아질 것입니다.

이전 03화 "동글이는 ADHD일리가 없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