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의 중간고사에 대한 고찰
우리 지역은 비평준화 지역이다.
중학교 3년의 12번의 지필고사와 전 과목의 수행평가 성적, 출결, 봉사 등을 합산하여 학생의 내신 성적을 산출해 그 성적으로 원하는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것이다. 비평준화 지역의 아이들은 학습을 연습할 기회도 없이 14살부터 평가를 받는다. 그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 없는 최상위권 아이들은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좋은 대학으로 갈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평행선이 아닌 다이내믹한 곡선을 그리는 성적표를 받은 학생이나 또는 내리막으로 내리꽂는 성적표를 받은 학생들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회생의 기회를 얻기도 전에 특성화고로 갑자기 16살에 진로를 정해야 하는 잔인한 현실을 맞닦드리게 된다.
이런 비평준화지역에서 중3 담임교사로서 고입 진학을 몇 년간 지도하다 보니 아이들의 이 잔인한 여정을 마음 깊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좌절과 기쁨을 동시에 공감하는 한 해, 한 해를 보냈다.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우는 아이들을 여러 명 보았다.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 우는 아이들이었다. 이런 식의 성적이 계속되면 집 앞에 학교를 지원하지 못할까 봐,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 홀로 덩그러니 낮은 성적의 학교를 갈까 봐... 16살이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좌절감과 불안감에 눈물이 뚝뚝...
그러던 중 교무실에 갑자기 한 학생이 찾아와 엉엉 우는 것이다.
“넌 또 무슨 일이니? 분명 시험 잘 봤을 텐데.”
우리 반 1등이다. 왜 울지?
마킹 실수했나? 밀려서 마킹했나?
“틀리면 안 되는 걸 틀렸어요.
전 과목 올 백이어야 하는데 틀렸어요.”
“몇 개나 틀렸길래?”
“하나요...”
“우린 아직 중3이란 걸 기억해야 해. 멘털 관리도 최상위권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능력이야. 올백이란 기준은 네가 만든 거잖아. 기준을 때로는 너무 높게 잡지 않아야 해. 최선을 다 한 것에 뿌듯해해야지. “
이 아이는 그다음 시험에서도 틀릴 때마다 울었다.
아무리 잘해도 만족을 몰랐다. 나는 문득 걱정이 되었다. 인생에서 성적이 다일 수가 없는데, 그 학생은 모든 면에서 자기가 세운 이상적인, 때론 말도 안 되게 높은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못 미칠 때마다 불안하고 불행해할 것이다.
나는 이 친구가 부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법을 찾기를, 그 방법은 본인만이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기도했다.
내 과목에서 항상 20점 초반이었던 학생이 있었다.
놀라지 말자. 백 점 만점 시험이다.
내 수업 때마다 항상 초점 없는 눈빛과 잠은 자지 않지만 항상 어딘가 헤매고 있는 마음이 느껴졌던 아이였다. (그 아이에겐 학교란 무엇일까.)
그 학생이 언젠가 나를 찾아왔다.
“30점 이상 받고 싶어요.”
“그래? 너도 할 수 있어! 내가 수업 중에 질문을 자주 할 테니까 그런 것들은 바로바로 외우려고 해 보자.”
“네, 노력해 볼게요.”
시험 후, 학생이 찾아왔다.
“선생님!! 대박. 샘이 알려준 거 맞혔어요!”
“오 그래서 몇 점이야?!”
“23점요!”
“ㅎㅎㅎㅎㅎㅎ“
그런데 이 학생의 그런 환한 웃음을 나는 처음 보았다. 자신이 뭔가 알고 싶어서 알아냈고, 기억해 냈고, 그 문제를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리고 그걸 맞혔을 때 그 환희가 내게 전해져 왔다.
이 두 학생의 눈물과 미소를 보면서 나는 인생을 배웠다. 하나만 틀려도 만족하지 못하는 아이와 하나만 맞았어도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김혜남 작가는 말한다.
“행복은 원하는 것 분의 가진 것이라고.”
행복할 수 있으려면 분모(원하는 것)를 줄이거나,
분자(가진 것)를 늘려야 한다.
남편은 말했다. 분명 완벽주의 성향인 아이가,
하나 틀렸다고 우는 학생이 더 잘 살 거라고.
그럴지도 모르죠.
“잘 산다”는 기준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저는 알아요. 적어도 한 문제을 맞혀서 행복해하던 그 아이는 자신의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아이라는 것을요.
그래서 걱정이 되지 않아요.
인생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100점 만점이 아니라 생각하거든요.
웃은 아이는 20점 만점의 인생을 살며
20점을 받는 인생에 행복해하며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갈지도 모르고,
97점에 울던 아이는
200점 만점의 인생을 살며
계속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 수도 있으니까요.
부디 우리 아이들 모두가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을
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시간이 부디 너무 오래 걸리지 않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사진 출처- 크라우드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