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일상에 대한 짧은 토막글.
얼마 전 일이 있어서 밴쿠버를 이틀 정도 짧게 다녀왔다. 다운타운에서 머물렀는데, 그곳에서 있었던 아주 짧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공유해볼까 한다.
1. 공사 중인 도로, 그곳을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인부
아침으로 먹을 빵과 커피를 사기 위해 구글맵에 목적지를 찍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4분 남짓. 맑고 따사로운 밴쿠버의 아침 공기를 즐기며 베이커리로 향하던 길이었다. 저 멀리서 한창 공사 중인 현장의 바리케이드가 보였고, 그 앞을 커다란 중장비들이 막고 있었다. 아, 돌아가야 하나 하고 생각이 들어 잠시 멈칫했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공사장 인부들 중 한 중년의 여자 직원이 말을 걸었다.
"There is a small corner where you can get through. Just be careful. (저쪽 코너로 빠져나갈 수 있어요. 조심해요.)"
그녀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보니 과연, 긴 바리케이드의 왼쪽 끝에 사람 한 명쯤은 여유 있게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따라 모여든 다른 사람들 두어 명을 눈치챘는지, 그녀는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주겠다며 자신이 앞장섰고, 나는 마치 길을 건너는 어린이 마냥 신나게 그녀를 따랐다. 사실 몇 미터 채 안 되는, 아주 짧은 길에 불과했지만 공사현장을 뚫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배려해주고자 하는 그녀의 따뜻한 마음씨가 고마웠다.
2. 주문이 뒤바뀌어도 여유롭게 웃어넘기자
밴쿠버 다운타운에는 브레카(Breka Bakery & Cafe)라는 24시간 영업하는 베이커리 카페가 있다. 이곳은 밴쿠버 로컬 비즈니스 중 하나인데, 다운타운에만 4개의 지점이 있다. 3년 전쯤에 밴쿠버 다운타운을 방문했을 때는 하나밖에 없던 지점이 어느새 다운타운을 넘어 밴쿠버 전역에도 여러 개의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사업의 규모가 커졌다. 혹시 밴쿠버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강력 추천하는 곳이다.
커피를 비롯한 음료들도 맛있을뿐더러, 이곳의 자랑은 바로 거대한 쇼케이스를 꽉 채우는 베이크드 굿즈(Baked Goods)의 향연이 아닐까. 베이커리 카페라면 으레 갖추고 있는 대표적 아침메뉴인 스콘, 머핀, 크로와상 등부터 시작해서 델리 메뉴, 샌드위치 종류도 구색을 잘 갖추고 있다. 심지어 도넛, 슈 및 각종 페이스트리도 빼곡할뿐더러 케이크까지 그야말로 없는 것이 없다. 덕분에 여기를 갈 때마다 본격적으로 주문을 하기 전, 십오 분 정도는 고민하는 데 시간을 보내곤 한다.
특히 아침 식사 시간이 되면 이곳은 더욱 북적인다. 인파를 뚫고 간신히 주문을 하는 데 성공했다. 메뉴는 우선 남편이 좋아하는 치폴레 치킨 포켓(Chipotle Chicken Pocket), 얼그레이 크림 슈(Earl Grey Cream Choux), 피스타치오 브라우니 크런치(Pistachio Brownie Crunch), 그리고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이 계절에만 누릴 수 있는 가을의 향기가 가득한 펌킨 스파이스 머핀(Pumpkin Spice Muffin)까지.
그렇게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할 차례가 되었다. 주문 내역을 확인해 달라는 말에 모니터를 보았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다른 사람과 주문 내역이 엇갈린 듯했다. 내 말을 들은 직원은 미안하다고, 바로 앞 손님에게 자신이 잘못된 상품을 줬다며 누군가를 불렀다. 차림으로 보니 여행자인 듯했다. 상황설명을 들은 그와 나는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동시에 농담을 하며 직원의 실수를 웃어넘겼다.
"Apparently, there's a mix-up. (뭐, 이건 명백하게 헷갈린 셈이네요.)"
"I know! I was paying for your stuff. (그러니까요! 제가 당신 걸 대신 계산해 준 거군요.)"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밴쿠버 여행자 1과 나는 서로 자신의 주문 내역을 결제해 줘서 고맙다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잠시 후 상황이 정리되었고, 우리는 각자 주문한 것들을 마침내 제대로 받을 수 있었다. 비록 약간의 사고는 있었지만, 맛있는 아침식사를 하라며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곤 헤어졌다. 이렇게 약간의 소소한 해프닝은 하루의 시작을 웃음으로 물들이기도 한다.
3.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작은 친절
베이커리에서의 그 작은 해프닝을 뒤로하고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하필 가방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양손은 빵이 든 상자와 커피로 가득했다. 가까스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데는 어찌저찌 성공했다. 방이 위치해 있는 25층의 버튼을 누르려면 지갑에서 호텔 방 카드키를 꺼내야 했다. 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꺼낼 요량으로, 엘리베이터 벽에 붙어있는 손잡이 틈에 빵이 든 상자들을 간신히 걸쳐두었다. 정장을 입은 누군가가 급하게 엘리베이터로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키를 툭 찍더니 웃으며 말을 건넸다.
"Which floor are you going to? I can tap it for you. (몇 층 가세요? 제가 대신 눌러드릴게요.)"
"Oh, 25th. Thanks. But you will probably need my room key. (고마워요, 25층이요. 그런데 아마 제 호텔 카드키가 필요할 거예요.)"
"Don't worry. I work here. I am used to. (괜찮아요. 전 여기서 일하거든요. 이런 일은 익숙하죠.)"
그 말을 하더니 그는 빠르게 자신이 가려던 4층과 내가 가려는 25층의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양손이 빵과 커피에 묶여있던 상태였던지라 마침 곤란한 상태였는데 고맙다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밴쿠버에서 좋은 시간 보내라고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층에서 내렸다.
누군가에겐 스몰토크 지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말 한마디와 소소한 배려가 있는 곳. 이래서 캐나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