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막지 못한 요가

이참에 잘 쉬었습니다 요가도 하고요

by 사샤

원래 금요일, 그러니까 이 글이 발행된 날에 휴가를 쓰려고 했다. 지난주 일과 중에는 지역 출장을 비롯해 업무 미팅 일정이 많았고, 주말에도 계속 일이 있었다. 부부 상담, 친구와의 점심 약속, 무엇보다 월요일 아침에 올라가야 할 브런치 북 <기자, 널 사랑하지 않아> 글 마감까지. (일주일에 글 2편씩 마감하는 게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흑흑.) 일도 많고 주말에도 못 쉰 주간이 이번 달 내내 지속됐다. 어쩌면 탈이 나는 게 당연했다.


저번 일요일 밤을 보내면서도 ‘아, 하루만 더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여느 직장인들이 갖고 있는 일요일 밤 루틴 같은 거로 단정하면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찾아온 월요일 아침, 마음먹었던 아침 동네 요가를 보기 좋게 실패했다. 어차피 남은 4일 동안 두 번만 수업 가면 되니까 모레인 수요일 그리고 금요일에 반드시 가리라고 다짐하며 출근했다. 하지만 몸이 너무 찌뿌둥해 점심시간에 요가를 안 할 수 없었다. 마음의 짬을 내서 회사 앞 요가원에 갔다. M 선생님의 힐링 요가 수업을 들었다. 시원하게 몸과 마음 풀고 오후 업무에 풀 집중.


퇴근해서는 P 선생님을 대신해 오신 일일 선생님이 매트 필라테스 수업을 진행해 주셨는데 오, 새로웠다. 안 해본 동작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게 또 엄청 힘들었다. 다만 옆 자리 도반님께서 매트를 2개나 펼쳐 놓고 자리 차지를 하시고, 다리가 워낙 기신 데다 유연하신 탓에 내 영역을 과하게 침범하셨던 터라 (허허) 짜증이 좀 (많이) 났었다. (나마스떼. 나 자신, 수련이 더 필요하다. 나마스떼.) 어떤 행동은 그 도반님이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님을 알면서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그분에 대한 미움이 스멀스멀 생겨나며…. 다시는 이 도반님 옆에는 매트 안 깔아야지, 다짐한 밤이었다.


어쨌거나 요가 두 탕으로 비교적 평온한 (나마스떼. 후.) 마음으로 침대 위에서 눈을 감는데, 앗, 목이 조금 간질거렸다. 왜 목이 갑자기 간지럽냐? 머리맡에 둔 물컵에 입을 살짝 댔다 띄었다.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화요일 아침. 목이 간지러움을 넘어 칼칼하네? 그런데 왜 이렇게 기운이 없냐. 이마에 손을 대보니 아직 뜨겁지는 않다. 그러나 분명 나는 몸속 어딘가에서 생겨난 뜨거운 기운이 머리 꼭대기 방향으로 솟구치고 있음을 느낀다. 팔뚝이 뜨거운 듯 시리다. 오 마이 갓. 결국 몸살 기운이 생겨버린 건가. 금요일에 휴가 쓰고 주말 이틀 붙여서 쭉 쉬려고 했는데 어쩌지. 이번 주에도 일이 많은데. 차라리 오늘 푹 쉬고 얼른 낫고 내일부터 수, 목, 금, 달리는 게 나으려나.


잠시 고민 끝에 팀장께 양해를 구하는 민망한 메시지를 남기고 만다. “금요일로 결재 올린 휴가, 혹시 오늘로 당겨도 될는지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습니다, 선배. 죄송합니다.”


코로나였다.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는데 컨디션이 나아지질 않았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검사를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퇴근한 남편이 약국을 뒤져 자가진단 키트를 사 왔다. 선명한 빨간색이 두 줄로 나왔다. 남편은 목요일과 금요일에 건강 검진과 병원 일정이 있었다. 남편은 절대 코로나에 걸려선 안 되니, 바로 눈물 나는 거리 두기가 시작됐다. 아니 그나저나, 도대체 몇 번째 코로나인지. 다행히 증상이 심하지는 않았다. 목 아프고 기력이 없는 정도? 열도 안 났다. 휴가 다음 날부터는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었다. 팀장도 코로나에는 쉬는 게 답이라며 부담을 덜어주셨다.


선명한 두 줄 흑흑 (출처: 헬스조선)


이 와중에도 요가에 정신 팔린 박사샤 기자는 일을 제대로 못할 것 같다는 걱정보다 ‘요가원을 못 가다니!’에 꽂혀버린 것이다. 이럴 줄 알았음 월요일에 어떻게든 아침 동네 요가를 가는 건데. 수요일 저녁에는 P 선생님의 하타 요가 수업을 예약해 뒀는데 못 가게 생겼군. 일주일에 한 번은 P 선생님 수업 듣는 게 나 혼자 세운 원칙이었는데 말이야. L 선생님의 매트 필라테스 수업도 재밌고 힘든데 너무 아쉬워. 오후 시간에 업무 집중력 확 올리는 나만의 치트키인데…. 수업 횟수 차감될라 부랴 부랴 예약해 둔 요가 수업들 먼저 취소하고, 집에서 요가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나였다. 아프지만 요가 스케줄은 참 성실하게 챙기는 나 자신.


화요일 휴가에 이어 재택근무를 하는 수요일. 떨어진 체력, 그리고 함께 떨어진 집중력으로 업무를 거의 하지 못했다. 몸이 아아주 뻐근하고 뻣뻣하고, 아주 난리였다. 아마 코로나로 근육통 증세까지 겹친 모양이었다. 목과 어깨가 아프고 무겁고, 아휴…. 유튜버 에일린 요가 언니의 도움이 필요했다.


저녁을 먹고 작은 방에 매트를 깔았다. 오늘은 설렁설렁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요가원에서 입는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침실에 있는 노란 불빛 조명도 가져왔다. 요가원 못지않은 분위기, 나만의 작은방 수련실. 에일린 언니의 전신 스트레칭 요가 30분, 빈야사 요가 기초 20분짜리 영상을 보며 셀프 수련을 했다.


솔직히 아사나들이 잘 되지는 않았다. 끙끙 앓고 있지 않을 뿐이지 나, 아픈 사람이지 않나. 몸이 쉽게 말랑말랑해지지 않고 아사나를 버티는 힘도 부쳤다. 평소에는 수행도가 높았던 아사나들도 자세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혼자서 어설프게 했지만 그래도 50분 요가했다고 몸과 마음이 낮 시간보다 훨씬 개운했다.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베개에 머리를 대고 누우니 몸이 그제야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스르륵 잠들었다.


코로나 때문에 다니는 요가원들에 가지 못한 상황. 그렇다고 해서 요가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부족하지만 단 10분, 20분이라도 요가 영상을 틀어 놓고 나만의 요가를 시작한다. 요가를 하기 전과 후의 차이를 내가 너무 알겠으니 안 할 수가 없다.


다시 생각해 보니 차라리 잘 된 것이다. 코로나 감염. 이번 달 너무 달리 듯 살아왔다고 내 몸이 브레이크를 건 거다. 그럼 고분고분 멈춰야지. 요가야 뭐, 이번 주만 셀프 수련하면 되니까. 어차피 인생은 셀프. 아무것도 못하고 이렇게 쉬다가 원래 일상으로 복귀하면, 당연하고 지루했던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재밌어지겠나. 코로나 낫고 가면, 요가원에서 하는 요가가 얼마나 더 짜릿하게 느껴질지! 취재 업무도 늦어진 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될 거야. (제발.) 오히려 좋아. 고생 많았던 이번 달, 코로나 덕분에 막판에 푹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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