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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Nov 13. 2020

"암 정복 연대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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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에 이어 또 다른 암 관련 서적. 책 사이즈가 훨씬 작아서 만만하게 봤지만 오히려 기술적으로는 더 자세히 들어가고 큼직큼직한 사건들을 집중해서 조명해놓아서 오히려 가끔 참고하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정책적인 시사점을 주지만 "암 정복 연대기"는 과학자 입장에서 쓴 책인 것이 더 장점이고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는 조금 더 빅픽쳐를 제공해주는 게 장점인 듯.


인상 깊은 문구들과 내 생각들을 정리한다. 


"과연 보베리가 주장한 것처럼 염색체 변형이 암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일까? 아니면 염색체 변형은 암이 진행되면서 나온 결과일까?"

이 또한 인과관계,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과학이라는 학문이 얼마나 수많은 가설을 검증해나가며 진행 되어 나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문구라고 생각이 들었다. 


"역설적이게도 라우스가 발견한 라우스 사코마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 연구는, 대부분의 암이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생긴다는 것을 밝히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산이 이산이 아닌가? 그럼 그 산을 올라간 건 허무한 결과일까?라는 질문에 '아니야 그것도 충분히 의미 있었어'라고 메시지를 주는 듯한. 


"의료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치료 연구보다 과학자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연구에 혈세가 낭비된다는 비판적 여론도 점점 커져갔다"

어쩔 수 없는 트레이드오프. 장기적 관점은 사회 전체를 봐서는 득이겠지만 단기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그걸 잠잠히 보기는 힘든 건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에서 마찬가지. 


"앞의 이론이 옳다면 글리벡에 내성이 생긴 만성 골수성 백혈병은 BCR/ABL 단백질을 저해하는 것만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뒤의 이론이 옳다면 변형된 BCR/ABL 단백질을 저해하는 새로운 화합물을 찾아 내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표적치료제의 내성에 대한 가장 어려운 점. 혈액 생검 기술이 발달해 실시간 혹은 자주 유전자 변이 혹은 단백질을 검사하면 좋긴 할 텐데, 혈액암의 단일성 고형암의 이질성 같은 이유로 이것 또한 정말 클리니컬 하게 쓰이려면 뭔가 아직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이 한 개의 부품 고장이었다면, 대부분의 암은 여러 부품이 고장 나는 상황이라 부품 하나 어떻게 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위의 문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


"많은 가설이 제시되어 믿어지다가 가설과 맞지 않는 실험 결과 때문에 폐기되거나, 수정되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과학 지식이 확립된다."

워낙 실험, 시험들이 비싸기에 모든 가설을 다 일일이 검증할 수 없다는 한계가 큰 것 같다. 심리학 실험들은 Replication study를 통해서 검증됐던 가설들이 다시 엎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했는데 의학에서는 현실적으로 재검증 혹은 추가 검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생산에 성공한 단백질 의약품을 지금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에 찾을 것인가? 아니면 재조합 DNA기술로 '세상에 없던 신약'을 만들 것인가? 많은 바이오테크들은 후자의 길을 골랐다."

경영학적으로 많이 다뤄지는 Process innovation vs. Product innovation. 경영학 이론대로 대기업은 전자에 초기기업은 후자에 집중하였다. 기업이 각자 잘하는 일에 역할 분담일까? 아님 자신들의 한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3세대 항암 치료제가 필요했다."

이상하게 마음에 안 드는 1세대, 2세대, 3세대로 불리는 각각 항암 치료제들... 50년 뒤에는 100세대 항암치료제이려나..


"실험 결과, 두 쥐 사이에 암 발생 빈도 차이는 없었다."

이론, 랩 실험, 동물실험, 인간 대상 시험 간들의 간극들을 보여주는 듯한. 


"공개 특허의 내용을 확인한 메다렉스는 공동 개발을 제의했다."

논문의 발행과 마찬가지로 특허는 기술을 보호하는 동기도 있지만 이렇게 기술의 전파에도 한 몫한다. 


"신약의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새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타깃, 모달리티 등이 나올 때마다 임상시험의 판단 기준도 달라져야 하기에 혁신 신약이란 정말 힘든 점. 사실 대부분의 약들이 '혁신'신약이 아닌 그냥 '신약'인 경우가 더 많긴 한 듯. 


"두 약물은 같은 타깃에 작용하는 메커니즘도 거의 비슷했지만, 바이오마커의 기준을 세우고 임상시험 대상을 선정하는 것에 따라 1차 치료제가 되느냐 되지 못하느냐의 운명이 갈렸다."

처음에 키트루다 옵디보 스토리를 듣고 제일 흥미로웠던 점. 기사들도 많이 났고 이렇게 대형 약물들이 단지 임상 기준이 달라서만은 아니겠지만 그 기준이 그 약들의 운명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은 경영/경제학적으로도 정말 흥미로운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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