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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다들 더 관심이 많아진 면역에 대한 모든 것을 다뤘다는 책. 기대가 컸고 워낙 토픽이 방대해서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책을 들었다. 걱정을 해서인지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쓴다고 애쓴 저자의 노력은 알겠으나 어려운 부분은 그대로 어렵고 쉽게 비유한 부분은 조금 유치해서 집중을 방해하였다. 그래도 정말 면역세포의 기초부터, 암, 장기이식, 기생충, 백신, 알레르기부터 전염병까지 정말 방대한 내용을 한 권에 담아냈다는 것이 대단.
인상 깊었던 문구들과 내 생각을 정리한다.
"왜냐하면 아기가 외부의 침입자임에도 불구하고, 면역계가 아기의 성장을 허용하고 실제로는 격려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면역의 이중성은 책 처음부터 끝까지 강조되는 부분이다. 임신이 됐을 때 여성 신체의 면역 조절은 정말 신비롭기도 하지만 그야말로 그때 얼마나 몸이 vulnerable 해지는지를 깨우치게 해 줘서 살짝은 무섭게 느껴졌던 적도 있다.
"따라서 1918년에 젊고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죽은 이유는, 활발한 호중구들이 내뿜은 독성 물질이 되레 희생자들의 폐 조직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면역의 이중성. 면역력의 조절 능력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소중히 생각해야 되는 능력이라고 느꼈다. 사실은 take it for granted 하기 너무 쉬운 부분 중 하나.
"기존의 환자들보다 오랫동안 버티기는 했지만, 파이의 신체는 결국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거부하고 말았다."
얼마나 절실하였으면 원숭이의 심장을 이식했을까. 과학자들도 대범했지만 그 가족과 보호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려니 마음이 아팠다.
"이론적 위험으로 간주되었던 것이 명확하고 실질적인 위험으로 대두되자, 과학자/환자/가족들은 유전자 요법의 안정성을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론적 위험은 이론적이기 때문에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을 해봐야 하는 한계가 아직 우리가 이겨내지 못한 한계인 것 같다. 동물실험과 랩 실험의 정확도를 실제 임상적 결과를 정확하게 할 수 있을 만큼 올리는 게 불가능하다면 조금이라도 재평가를 덜 할 수 있게 만 해줘도 되는 걸까? 그래도 결국 어떤 이들은 시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불운의 주인공이 되겠지?
"연구자들은 종종 자신의 연구결과를 과장한다는 비판을 받지만, 파버의 간결하고 명료한 진술은 과학적 겸손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연구를 하면서 느끼는 게 자기가 한 연구 결과를 마치 진실을 찾은 것처럼 SNS에 올리는 분들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다. 나는 되도록이면 파버처럼 하려고 노력해보아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문은 세계 최고 수준 의학 저널에 당당히 게재되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 당시는 평상시와 달리 상황이 심각했고, 논문 자체가 (세심한 절차를 밟아 작성된) 학술 논문이 아니라 공중보건학적 연구였기 때문이다."
코로나 상황이 리마인드 되던 부분. bioRxiv에서 이번 코로나 때 발행되기 전 논문들의 preprint가 공유된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고 기사를 본 적이 있다. peer review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 의학 저널에 발행된 돈을 내야지 볼 수 있는 논문들.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바가 물론 큰 부분이지만 과연 공공의 이득을 위한 시스템인진 가끔 의문이 될 때가 있다.
"2014년 영국 정부는 에볼라 전염을 염려한 나머지, 뚜렷한 근거도 없이 큰돈을 들여 국제공항에서 에볼라 검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코로나가 생각나는 부분. ㅎㅎ 지금은 코로나 검사 프로그램 시행한다고 아무도 욕을 할 수 없지만. 이때는 오히려 검사 결과 에볼라 감염자가 0이어서 공분을 샀다고 한다. 0이면 좋아해야지 왜 화를 내고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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