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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Apr 16. 2020

오 주여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13)

3번의 항암치료. 3주마다 1번의 항암치료. 9주는 참 빨랐다. 


특히 와이프의 여명이 1-2년 남았다고 들은 뒤부턴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렀고 그것이 제일 무서웠다. 얼마 남았을지 모르는 시간을 지금 우리가 잘 보내고 있는 걸까? 잘 보내는 건 뭘까? 너무 바둥바둥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잘못 쓰고 있는 거 아닐까? 잘못 쓰는 건 뭘까? 


이번에도 여김 없이 CT 촬영일이 왔고 외래일이 찾아왔다. 우리가 직접 뭔가 치료법에 관여를 한 첫 치료였기에 심리적으로 기대가 컸었다. 와이프는 나보다 훨씬 현명함으로 아마도 기대를 덜 했으리라 생각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폐 양쪽에 여러 개가 더 생겨났으며 원래 있던 아이들은 커져있었다. 이젠 와이프의 암이 유방암이었는지 폐암이었느지 헷갈릴 정도였다. 


교수님의 의견은 워낙 진행이 빠르고 재발이 바로 된 암이기도 하고 워낙 항암치료가 안 듣는 암인 것 같다고 하였다. 교과서 적으로 남은 항암치료는 이제 1-2개 남았고 그것도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였다.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또 긍정적으로 와이프에게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고 해야 하는 걸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바로 결정하기 힘들었고 외래를 다음 주로 미루고 주차장을 향했다. 


와이프도 이제 이 정도 소식엔 눈물이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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