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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cony Review Apr 17. 2020

세 번째 시도

조금은 유별난 암 투병일기 (14)

심평원에 따르면 우리가 다음에 써야 할 약은 할라벤 (Eribulin)이었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의 3차 치료제로써 임상결과에 따르면 약 20-30%가 부분 관해를 보였었다고 했다. 사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이 후 1차 치료제와 2차 치료제를 고작 7개월 만에 써버린 우리로썬 저 숫자에만 의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꾸 '우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삼중음성 유방암에 대한 논문을 조금씩 더 읽기 시작했고 과학자들은 역시나 삼중음성 유방암을 더 분류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2010년 정도에 나온 논문부터 읽어보니 적게는 4가지 많게는 7가지까지 삼중음성 유방암을 분류하고 있었다. 실제로 이 분류를 할 방법은 우리에게 없었지만 와이프의 전이 후 한 유전자 검사 (NGS)를 통해서 대략적으로 예측은 해볼 수 있었다. 


와이프의 암의 유전자 분석에서 나온 변이들을 바탕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표적 항암제의 표적과 비교를 해보면서 전략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있는 약들은 많이 없었고 와이프는 벌써 3차 치료제 사용을 앞두고 있기에 대부분 임상시험의 자격에도 미달이었다. 대부분의 2/3상 이상의 임상시험은 '몇 차 치료제 이내' 혹은 '몇 달 내 재발/전이는 참가 불가' 등의 자격들이 달려있었다. 


찾다 보니 완벽한 표적은 아니었지만 와이프 암의 변이와 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표적을 노릴 수 있는 약으로 아피니토 (Everlolimus)가 있었고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할라벤+아피니토 임상이 미국에서 진행 중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거다!" 난 관련 논문을 여러 편 뽑아서 폴더에 넣어놓았고 이제 외래를 갈 준비가 되었다고 신나 했다. 와이프는 나를 '폴더맨'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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