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말대로 나는 늘 웃는 얼굴이 포인트인 아이였다. 어느 때라도 웃으면서 사람들을 대하는 내 ㅗ모습에 주변에서는
"애가 참 밝네요."
"저렇게 밝은 애가 눈이 안 보이다니..."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내 속마음은 웃음과 거리가 멀었다. 부부 싸움을 보고 오빠가 아빠에게 맞는 걸 보고 나는 마음 속으로 늘 두려움을 품었다. 내 울음이 아빠의 분노를 샀을 땐 정말 무서워서 울음이 그치기를 바랐다. 하지만, 놀란 가슴은 쉽게 진정 되지 않아 더 큰 울음이 됐고, 아빠의 고함이 이어지곤 했다.
그걸 깨닫자 나는 점점 우는 법을 줄였다. 우는 것보다 웃는 게 더나을 거라는 걸 어린 마음에도 깨달았던 것이다. 그래서 늘 웃었다.
사람들이
"너는 뭐가 그렇게 좋아?"
물어볼 정도로 나는 웃는 얼굴과 밝은 행동으로 주변을 밝ㅎ히는 사람이었다. 어떨 땐 심하게 활달하거나 소란스러워 혼도 났지만 내 웃는 얼굴은 늘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우는 걸 잘 못한다. 울음이 터져도 오래 가지 않고 금세 멈춘다. 심지어 어릴 때는 우는 건 약한 거다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어느 순간에도 울지 않으려 애 썼다.
그러나 커 가며 알았다.
내게 울음도 중요하다는 걸. 울음 역시 필요한 감정임을. 그걸 몰랐기 때문에 내 속이 너무나 많이 굳어 버렸다는 걸 알았다.
상담을 하면서도 나는 울고 싶을 때 얼굴만 일그러질 뿐,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 흘러도 아주 작게 찔끔 나올 뿐이다. 속 시원히 울고 싶어도 그게 되지 않는다는 건 답답하다. 그리고 운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음을 알았다.
사람은 누구나 울 수 있다. 살아가는 동안 울지 않는 사람은 없다. 슬퍼도 울고, 기뻐도 울고, 감동해서도 울고, 감사해서도 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있어 울음은 당연한 감정이다.
그러나 나는 그 감정을 늦게 알았다. 내 감정이 쌓이고 쌓여 폭발한 후에야 울음을 토해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폭발한 이후 감정을 밖으로 내보내는 게 두려워 늘 불안감에 시달렸다.
'내가 이 감정을 표현해도 되나? 혹시 이 감정이 잘못된 걸까?'
누구나 표현하고 터뜨리는 감정을 나는 밖으로 쉽게 꺼내지 못했고, 그래서 마음에 불안과 우울감이 찾아 왔다. 누구보다 활짝 웃는 내 얼굴과 달리 마음은 이미 병 들어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잇는 울음이 나에게는 어려운 것이 돼 버린 것이다.
요즘은 그래서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 한다. 웃고 싶을 땐 웃고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슬퍼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나는 내 감정을 숨긴 채 웃음 속에서 살아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다시 내 감정을 찾으려 하고 있다. 이런 내게 한없이 미안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나는 여러 감정을 경험할 거고, 표현할 것이다. 그 감정들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나를 더 단련시켜 줄 거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오늘도 글을 쓰면서 감정을 표현 해 본다.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나아가다보면 나아질 거라 믿고, 오늘도 나는 한 걸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