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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 성 인 Aug 15. 2024

아름다운 밤의 동네

이 밤의 너는 어디로 걷고 있을까

또 하나의 세상이 열린다. 밤이 되면 새로운 빛이 눈을 뜬다.

늘 똑같이 지나치던 길에 그들이 숨어 있다. 조용히 우리가 말 걸어주길 기다리면서.

밤의 동네

거리는 여전히 밝고 나는 걷는다. 한낮의 햇빛 자리에 알알이 박힌 전구. 이들은 어느덧 나와 나란히 걷고 있다.

언제부터 나와 걷고 있었니

이렇게 밝고 친절하다. 밤의 동네, 나의 동네. 잔잔한 빛 사이로 조용히 걷노라면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불빛들. 언제부터 거기 있었을까.

밤의 불빛, 조용히 말 걸어오는

낮의 더위에 잠들어있던 식물들도 비로소 눈을 뜬다. 그래, 너도 거기 있었지. 동네가 아름다운 건, 어딘가 초록잎이 잠들어있기 때문이야. 더위에 지친 몸을 쉬어가며 초록빛은 더 진해진다.

동네가 아름다운 건 어딘가 초록잎이 있기 때문이지

나도 좀 쉬어가볼까.  24시 아이스크림 셀프 빨래방! 반가운 빨간색 간판이 유혹한다. 이걸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엄청난 유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색색깔 즐거움이 펼쳐진다. 취향껏 아이스크림 하나 골라 들고 셀프 계산대로 향한다.

지나칠 수 없는 더 큰 유혹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다시 거리를 걷는다. 하얀색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편지함, 잔망스럽게 나란히 놓인 귀여운 화분들, 의류수거함과 소화기는 또 어찌 이리도 조화로운가.

공간의 멋

볼 때마다 아득하게 멋진 외부 계단. 저 계단을 오르내릴 누군가를 상상한다. 언제 상상해도 아찔하지만 실제로 오르내리는 모습은 아직 못 봤다. 그래서 더 아찔한 것일까.

아찔 계단

이 밤에 어울리는 춤추는 선인장. 10분 동안 걷는 밤의 동네가 이리 아름다운데, 자세히 들여다본 동네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춤추는 선인장

아름다운 밤의 동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잠시 걸음을 멈춘다. 내가 걸었고, 네가 걸었을 낮의 흔적을 더듬어 이 밤의 너는 어디로 걷고 있을까.

                                                                                                                                         by 강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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