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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oga Oct 13. 2019

내가 노르웨이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

베르겐(Bergen)의 핵심은 유네스코 문화유산 브뤼겐(Bryggen)


1. 베르겐 가는 길


다른 포스트에 쓴 것처럼,

노르웨이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 첫 계기는

베르겐 사진을 보고 반해서였다.


2016년 여름 3주짜리 인텐시브 폴란드어 수업에서

매일 노르웨이 자연이 그립다고 궁시렁거리던,

바르샤바에서 만난 노르웨이 친구가

베르겐 출신이라길래,

그리고 나중에 놀러 오면 안내해주겠다길래,


“베르겐”이 어딘가 찾아보니

사진이 너무 예쁘고,

또 피오르드도 가깝단다.


순간 딱히 나의 소망이 아니었던 피오르드까지

갑자기 나의 버킷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먼 거리높은 물가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노르웨이라는 나라를 여행하기가 쉽지 않고,

일로 갈 일도 더더욱 없어서,


정말 딱 “언젠가 죽기 전에 한 번 해보고 싶은”,

하지만 못할 확률이 매우 높은

버킷리스트에 그렇게 막연하게 담아 두었다.


그러다 2018년 상반기 크로아티아에 가게 되었고,

“유럽 간 김에 하면”

시간과 비용이 그나마 절약되는

노르웨이 여행의 소망을 버킷 안에서 빼내었다.


피오르드 여행에 적절한 여름이라는 시기와

한국에서 가는 것보단 가까운 거리라는

시공간적 조건 말고는

딱히 여행할 조건에 맞는 게 없었지만,


그렇게가 아니면,

평생 버킷 안에 담겨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베르겐(Bergen)은 노르웨이 제2도시로,

아래 지도처럼 노르웨이 서남쪽에 자리 잡고 있다.


노르웨이 도시 중에서는 남쪽인 데다가,

해양성 기후라 겨울에도 춥지 않고,

또 서남쪽 바다로 열려 있는 위치라,

오랫동안 노르웨이 무역의 중심지였다.


https://www.freecountrymaps.com/map/towns/norway/21261083/


나는 수도 오슬로(Oslo)에 먼저 들러

짧은 2박 3일 머물고

오슬로-베르겐 간 기차를 탔다.


노르웨이인이 가장 선호하는

오슬로-베르겐 간 교통수단은 비행기라고 하며,

소요시간은 50분,

비용은 싼 티켓이 편도 100유로 내외인 것 같다.


기차 티켓도 비용이 비슷하다.


하지만 난 원래 인생의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행은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다가,


노르웨이 자체가 초행이어서,

그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새롭고 궁금한 상태였고,


베르겐에 비행기를 타고 급하게 갈 용무도 없었다.


어차피 베르겐에서 예정된 피오르드 투어가

기차 타고, 버스 타고, 배 타고 돌아다니는 거라,

오슬로-베르겐도 기차를 타면

어떤 의미에서 그 피오르드 투어가 연장되는 거니,

기차가 더 나을 것도 같았다.


기차 티켓은 인터넷으로 예매 가능하고,



예매 방법은 이전 포스트에 언급했다.



오슬로-베르겐 기차는 약 6-7시간 걸리고,

비용은 시즌과 탑승 시간에 따라 다른데,


난 2018년 6월 주말에 기차표로

편도 977 크로네(약 13만원)를 냈다.


내가 산 표는 성수기에 또 주말이라,

보통은 이보다 좀 더 쌀 거다.


내일인 10월 중순 평일 기차표를 검색해보니,

일반 779크로네 (약 10만원)부터 있다.


그리고 학생은 약간의 할인이 있다.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버스

10시간 정도 걸리고,

비용은 편도 600크로네(약 8만원)이다.



사실 6-7시간이면 시간이 짧지 않은데,

나는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기차 타고 가는 길이 너무 예뻐서,

꼭 봐야 한다는 평을 읽고,


그리고 밤기차는 타고 갈 엄두가 안 나서,

가장 일찍 출발하는 기차를 예매했다.


아침 8시 25분 오슬로 출발,

낮 2시 57분 베르겐 도착 기차다.




오슬로에 짧은 2박 3일 있는 동안

계속 날이 맑았는데,

베르겐 떠나는 일요일은 아침부터 비가 왔다.


나는 다행히 기차 시간에 늦지 않게 트램을 탔는데,

요일별 대중교통 시간을 잘 체크를 해야 할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일요일과 토요일, 평일의

트램 시간이 다 다르고,

주말엔 배차 간격이 훨씬 길다.




2. "오슬로-베르겐 " 기차


기차 출발 시간 15분 전쯤 Oslo S,

즉 중앙역에 도착했고,


베르겐 행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성수기라 그런지 기차엔 빈 좌석이 거의 없었다.


기차는 좌석도 널찍하고 매우 안락했다.


전기 콘센트도 있어서

스마트폰 충전하면서 갈 수 있다.


객실 안에 공용 와이파이가 뜨는데,

이상하게 연결이 안 됐다.


베르겐 가서 피오르드 여행하면서

기차를 여러 번 탔는데,

대부분 다 공용 와이파이가 뜨고,

대체로 연결이 돼서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지만,

어떨 때는 연결이 안 되기도 했다.


나는 창가 자리였는데,

객실의 가장 뒷자리라 창이 반만 보였다.


내 오른쪽엔 중국인 젊은 부부와

어린아이 한 명이 앉아 있었고,

내 앞자리엔 대가족으로 보이는

인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중국인들은 자고,

인도인들은 계속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계속 창밖을 바라보며 가끔씩 사진을 찍었다.


오슬로를 벗어나며,

점점 깊은 자연으로 들어갈수록 풍경이 예술이다.


노르웨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행복감이 최고조로 오른다.


핀세(Finse) 역과 그 전역 근처가 특히 아름답다.


지금 찾아보니,

오슬로와 베르겐 거의 중간쯤인 핀세에는

큰 호수와 산이 있다.


그런데 6월인데도 눈이 쌓여 있는 걸 보니, 

더 두꺼운 옷을 챙겨 왔어야 했나 걱정스럽다.


핀세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베르겐과 그 주변 피오르드를 다녀보니,

한국 4월 정도 입는 옷을 입을 날씨다.


비가 자주 오니까 약간 방수가 되는

조금 두꺼운 점퍼를 입으면 딱인 것 같다.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동영상:Oslo-Bergen 기차 1)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동영상:Oslo-Bergen 기차2)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동영상: Oslo-Bergen 기차3)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동영상:Oslo-Bergen 기차 4)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동영상:Oslo-Bergen 기차 5)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12시 58분 뮈드달(Myrdal)에서

사람들이 거의 다 내렸다.


나도 다음 날 송네 피오르드 갈 때

거기서 내려야 해서 유심히 바라봤다.



1시 45쯤 보스(Voss)에 도착했다.


여기는 다다음날 하르당에르 피오르드 갈 때

내려야 하는 곳이다.



중간에 사람들이 많이 내리고 나서,

앞자리로 옮겨 앉아서

더 큰 창으로 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보스(Voss)에 도착하기 전 안내 방송으로,

이제부터는 예약이 다 되었으니,

제 자리에 앉으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 올라타서,

출발할 때처럼 좌석이 다시 거의 다 꽉 찼다.


Norway in a nutshell엔

이렇게 일찍 베르겐으로 돌아오는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루트로 여행한 걸까?


기차는 1시 50분 보스(Voss)에서 출발했다.


이제 창밖 풍경은

점점 문명에 가까워진다.


베르겐 외곽 지역인 아르나(Arna) 역에 도착하면,

이제 거의 다 온 거다.


(2018년 6월, Oslo-Bergen, Norway)


예정 시간인 2시 57분보다 몇 분 일찍

베르겐에 도착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베르겐 중앙역 한쪽 벽에는

아기자기한 그림체로 베르겐이 그려져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뭐 이렇게 브뤼겐을 그린 긴 그림인데,

파노라마가 잘 안돼서 끊어 찍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세기 초 건설했다는 베르겐 기차역은

당시 유행하던 노르딕 건축 스타일이라는데,

색이 비슷해서 그런지,

13세기 왕궁으로 사용되었던 브뤼겐 서쪽

호콘스할렌(Håkonshallen)이랑 비슷해 보인다.


기차역에서 시내는 멀지 않아,

걸어서 10분 내외였던 것 같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기차역 동쪽으로는 나무 울창한 언덕이,

그리고 그 언덕 위에 예쁜 집들이 보인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블로그에 나온 글마따나,

오슬로-베르겐 기찻길은 정말 풍경이 예술이다.


계속 넋 놓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베르겐에서

피오르드 투어를 해보니,

거기서 비슷한 풍경을 또 만나게 된다.


만약 베르겐에서 피오르드 투어 할 계획이라면,

더구나 나처럼 이틀 이상 할 계획이라면,


반나절은 필요한,

오슬로-베르겐 간 기찻길 풍경을 포기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밤기차를 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3. 베르겐의 첫인상


베르겐 시내는 아래 지도처럼 생겼다.


지도 오른쪽 상단에 기차역이 있고,

그 서남쪽의 호수가 중심가 Sentrum이고,

네모 번호가 많이 붙어 있는,

서쪽의 항구 Bryggen 근처가 주요 관광지다.


지도의 하늘색 숫자는 이번 포스트에서,

주황색 숫자의 다음 포스트에서 둘러볼 장소의

소제목 번호를 임의로 덧붙인 것이다.


http://priyaphoto.com/editor/


난 일요일 오후 베르겐에 도착해서

하르당에르 피오르드 여행할 때

시외버스 티켓 현장예매할 현금을 좀 인출하고,


샌드위치 만들 재료를 살 곳을 찾는데 없다.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이 붙어 있고,

버스터미널 건물 안에 작은 쇼핑가가 있는데,

일요일이라 다 문을 닫았다.


그날 저녁은 밖에서 사 먹는다 하더라도,

다음 날 피오르드 투어 갈 때,

점심을 좀 싸가지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상점이 거의 다 닫혀있을 뿐 아니라,

그래도 터미널인데 행인도 거의 없었다.


문 닫힌 가게들 사이 벤치에 앉아 있는

어떤 머리 긴 20대 남자를 발견하고,

가까운 슈퍼마켓이 어딘지 물으니,

일요일이라 다 문 닫았다고 한다.


그러고는 매우 시니컬한 표정으로,

문 안 닫은 데 딱 한 군데 있긴 하다고 알려줬다.


버스터미널을 나가면 트램 정거장이 있는데,

거기서 외곽 쪽으로 가는 트램을 타고

한 2분 정도 딱 한 정거장을 가면

일요일에 문을 여는 슈퍼마켓이 있다고,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문 연 슈퍼는 딱 하나밖에 없고,

트램은 딱 한 라인밖에 없단 말을 강조하며,


그런 상황이 매우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과 태도로 말했다.


뭔가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는데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했거나,

혹은 평소에 베르겐에 불만이 아주 많은가 보다.


트램 한 정거장이면 걸어갈 수 있겠길래,

트램길을 따라 그냥 걸어갔는데,

예상대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와~ 얘네는 10분 정도 거리를

트램을 타고 다니나 싶어 좀 놀랐다.




베르겐은 시내가 크지 않아서,

버스나 트램 안 타고,

충분히 걸어 다닐 수 있다.


더구나 트램은 라인도 하나밖에 없으니,

트램으로 갈 수 있는 데도 많지 않다.


그래서 짧은 3박 4일 베르겐 체류 기간 동안

트램이나 버스 탈 일은 없었는데,


나중에 베르겐에서 부다페스트 가는 비행기 타러

공항 갈 때 타보니,

트램은 1회 37크로네(약 5000원)나 한다.


(2018년 6월 37크로네였는데,

2019년 10월 검색하니 38크로네다.)


나중에 그 가격을 알고는,


와~ 얘네는 10분 정도 거리를

5000원이나 내고 트램을 타나 싶어 또 놀랐다.


(베르겐 대중교통 시스템)


베르겐 트램은 이렇게 생겼고,


(2018년 6월, Bergen, Norway)


티켓은 정류장에 있는 티켓자판기에서

현금이나 신용카드로 구매가 가능하다.

(아래 사진의 빨간색이 그거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렇게 걸어가서 쉽게 찾은,

기차역에서 트램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그 "슈퍼마켓"은 한국식 "슈퍼"같이 작고,

채소와 과일은 신선하지 않고,

오슬로에 비해 물건값이 다 비싸다.


인터넷의 자료로는

오슬로보다 베르겐이 더 물가가 싸다는데,



내가 베르겐에선 주로 중심가에 있었고,

오슬로에서는 중심가 바깥에도 있어서 그런지,


아님 그 신선하지 않은 물건을 파는

비싼 동네 슈퍼의 첫인상이 너무 강해서 그런지,


나는 베르겐이

오슬로보다 더 물가가 비싼 것 같이 느껴졌다.


오슬로처럼 베르겐도

외식, 대중교통, 숙박 등의 생활물가

한국보다 1.5-3배 정도 비싸고,


마트 물가는 고기나 생선 말고,

과일이나 채소, 빵이랑 유제품 같은 건

한국이랑 비슷하거나 약간 비싸다.


나는 노르웨이 물가에 대한 공포담을 많이 읽어서,

라면을 좀 싸갔는데,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


외식 물가가 보통 1-2만원 선이라,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편의점에서는

25크로네(약 3,500원)짜리 샐러드도 판다.


그 싸간 인스턴트 음식 다 먹느라,

오히려 노르웨이 음식은

많이 먹어보지 못한 게 좀 아쉽다.




아무튼 그 동네 슈퍼 같은 가게는

물건이 좋지 않은데도 비싼 편이라 좀 망설였다.


하지만 그 머리 길고 시니컬한 남자가

일요일에 베르겐에서 문 연 슈퍼는

딱 한 군데라고 그랬는데,


보아하니 그 슈퍼마저도

이제 곧 문 닫을 시간인 데다가,


현지인인지 관광객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20대 백인들도 거기서 뭘 이것저것 사길래,


그게 최선이겠거니 하고,

빵이랑 치즈랑 과일을 좀 샀다.


그런데 내가 베르겐 가서 유일하게 후회했던 게

바로 그 선택이었다.


그렇게 겨우 음식을 사고 나서,

중심가도 걸어가다 보니,

아랍계로 보이는 사람들이 하는,

문 연 마트 몇 군데 더 있고,

채소와 과일은 더 신선하고 싸다.


그리고 편의점도 일요일에 문을 연다.


그 장발 청년은 일요일에 쇼핑을 안 해서

그걸 못 생각했거나,

“슈퍼 마켓”이라는 범주에 

지나치게 충실하게 답변했나 보다.




베르겐은 해양성 기후라서

겨울엔 별로 안 춥다는데,


2018년 6월 중순, 즉 여름에 갔을 땐

비도 자주 오고,

계속 좀 서늘했다.


뭐 여러모로 첫인상이 좋지만은 않았다.




4. "일곱 산속의 초원", 베르겐(Bergen)


예전에 한 달 배웠던 독일어에서

Berg [베르크]는 "산"이었다.


같은 게르만어족에 속한

영어의 iceberg에서 berg도 "산"일 거다.


그래서 "산"이라는 의미에서 나왔겠거니,

그리고 en은 독일어처럼 복수 어미이려니 했는데,


어미 en은 초원이라는 의미의

노르웨이어 vin의 변형이란다.


그래서 베르겐은 "산속의 초원"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정말 베르겐은 주변에 산이 많다.


서울처럼 멀리에만 산이 있는 게 아니라,

좀 더 가까이에 있고,

높지 않아 언덕에 가까운 산이 많다.


그래서 그 산에 예쁜 집들이,

어딘가는 촘촘히, 어딘가는 듬성듬성 

쿠키 속 초코처럼 박혀 있다.


그리고 가까이뿐 아니라 멀리에도 

아득하게 높은 산들이 또 보인다.


베르겐 주민들은 흔히 그걸

"7개의 산(de syv fjell)"이라고 표현하는데,


베르겐 주위엔 최소 9개 이상의 산이 있어,

그 7개 산이 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단다.


"7개의 산(de syv fjell)"은

“로마의 7개 언덕 (Sette colli di Roma)”이란

표현에서 영감을 얻은

어떤 노르웨이 작가의 표현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그 7은

그리스도교 성경과 서양 문화권에서 흔히

“많음", “온전함, 완성됨"을 표현하기 위해

설정되는 숫자인 것도 같다.




관광객들에게는 피오르드 투어의 관문이지만,


노르웨이인들에게는 서남쪽에 위치한 베르겐이

다른 유럽 국가로 나가는 중요한 관문이었고,

외부인이 노르웨이인과 교류하는 중요 창구였다.


그래서 11세기 말에 세워진 후,

13세기엔 노르웨이의 수도가 되기도 했다.


14세기부터는 상업적, 군사적 길드였던

한자동맹(Hanseatic League) 도시 중 하나로

중요한 항구로 성장했다.


지도에서 보니,

베르겐은 한자동맹 가장 북단의 도시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Haupthandelsroute_Hanse.png#/media/File:Haupthandelsroute_Hanse.png


그렇게 베르겐은 수세기 동안

노르웨이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도시이자 항구였고,


19세기 중반까지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도시이기도 했다.




그리고 베르겐에는 언어학 전공자인 나에게

흥미로운 것들이 좀 있다.


우선 독일 주도 한자동맹을 통해

독일어가 널리 사용되는 한편,


노르웨이가 덴마크와 오랫동안 동맹을 맺으면서,

정치적, 문화적으로 좀 더 우위에 있던

덴마크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베르겐에선,


그렇게 독일어, 덴마크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베르겐 특유의 방언 Bergensk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베르겐 출신 아드리안이

자기는 노르웨이 표준어 보크몰(Bokmål)을 쓸 때

항상 문법 성(gender)이 헷갈린다고 해서,

어떻게 모국어인데 그런 걸 헷갈리지 생각했었는데,


표준어 보크몰에는 남성, 여성, 중성이 있고,

베르겐 방언에는 남성과 여성만 있는데,

그런 문법적 특징은 덴마크어의 영향이고,


어휘적으로는

독일어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노르웨이어는 표준어 연구에서

항상 언급되는 흥미로운 언어 중 하나다.


그래서 노르웨이엔 표준어가 두 개가 있고,


그 하나는 덴마크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책말"이라는 뜻의 보크몰(Bokmål)이고,


나머지 하나는 20세기 초 한 언어학자가

노르웨이 여러 방언을 결합해 만든

"새 노르웨이어"라는 의미의

뉘노르스크(Nynorsk)라는 사실을

나는 노르웨이 가기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르웨이인 대다수는 보크몰을 사용하고,

일부 지방에서 뉘노르스크를 사용하는데,

그 일부 지방 중 하나가 베르겐 인근이라는 건

노르웨이 가기 바로 전에 알게 되었다.


아래 지도 주황색은 보크몰이 공식어,

파란색은 뉘노르스크가 공식어,

회색은 특별한 선호가 없는 지역인데,

파란색이 베르겐 근처에 몰려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도 출처:By File:Norway municipalities 2010 blank.svg: Kåre-Olavderivative work Røed - Map from File:Norway municipalities 2010 blank.svgData from lovdata (2007),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2686246


사실 보크몰은 오랫동안 사람들이 사용하던 말이고,

뉘노르스크는 20세기 초에 일부러 만든 거니,


습관대로 보크몰을 쓰는 게 더 쉽고,

뉘노르스크를 쓰려면

의식적이고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거다.


베르겐 가기 전에 이걸 알고서,

그 동네 사람들 뭔가 고집이 있고,

자존심이 세구나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는 사실

베르겐 사람들의 그런 특징을 경험 못했는데,


폴란드에서 만난 베르겐 출신 아드리안은,

국가 문제에 좀 쿨한 다른 유럽 애들과 달리,

노르웨이와 베르겐에 대한 애착이 좀 강해 보였다.


근데 원래 베르겐인이 그러는지,

노르웨이인들이 그러는지,

아님 그 친구 개인의 성격인지는,

표본이 하나뿐이라 잘 모르겠다.




한자동맹이 쇠퇴하고 나서,

18-19세기 해상 상업도시 베르겐도 쇠퇴하여,


이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오슬로에 이어

노르웨이 제2도시가 되었다.


현재는 북해 석유, 가스 산업의 중요한 거점이고,

노르웨이 해군의 주요 기지이며,

어업, 해운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베르겐 총인구는 약 30만명으로,

오슬로 인구의 30%도 안되고,

인구 증가세도 오슬로보다 더디다.


이민자들이 30%를 차지하는 오슬로와 달리,

베르겐은 이민자의 비중도 약 15% 정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슬로는 단순히 "노르웨이 도시"가 아닌,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국제 도시"적인 느낌이 있지만,


베르겐은 "노르웨이 도시"의 느낌이 강하다.


그리고 그런 보편성 강한 세계 도시이기보다

개성 강한 지역 도시인 베르겐의 느낌

더욱더 강하게 하는 것이 또 브뤼겐이다.




5. 베르겐의 얼굴, “부두" 브뤼겐(Bryggen)


노르웨이어로 brygge [브루게]는

"부두"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오슬로에서도

아케르스후스 요새 건너편의 부두를

Aker Brygge라고 부른다.



bryggen [브뤼겐]은 brygge [브루게]의

보크몰 정관사 첨가형, 

The dock의 의미이다.


노르웨이 어디에나 brygge가 있지만,

정관사가 붙어 bryggen이 되면,

대체로 베르겐의 브뤼겐을 연상한다.


즉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부두인 것이다.


그 노르웨이 “국가대표” 부두는 

노르웨이 항구 동북쪽 연안에 자리 잡고 있다.


(출처:구글 지도)


드디어 실물을 만나게 된 브뤼겐은

내가 베르겐 사진으로 본 바로 그 모습이면서,

오히려 더 나았다.


사진에선 그냥 예쁜 건물만 본 것 같은데,

건물 뒤의 초록산,

그리고 앞의 바다와 어우러져

실물이 사진보다 훨씬 더 근사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부두 서쪽에는 좀 더 작고 아기자기한 건물이,

동쪽엔 좀 더 큰 건물이 있는데,

서쪽의 작은 목조 건물이 좀 더 오래된 거다.


그 중에서도 아래 표시한 집들이

가장 오래되었다.


(2016년 6월, Bergen, Norway)



브뤼겐 서쪽 바깥에 있는 회색 벽돌 건물 

호콘스할렌(Håkonshallen)

13세기 베르겐이 노르웨이 수도일 때

왕과 그 가족이 거주하던 곳이었고,

나중에는 곡물 창고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박물관이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브뤼겐 동쪽 끝에 있는 큰 건물들은

역시나 한자동맹 도시였던

라트비아 리가나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본 건축이랑 유사하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브뤼겐 동쪽에 있는 아주 작은 노랑-주황 건물은

피네고렌(Finnegården)이라는 이름의,

18세기 초 대화재 이후 다시 건설된

오래된 목조 건축으로,


지금은

한자동맹 박물관(The Hanseatic Museum)으로

사용되고 있다.


박물관이라 하기엔 너무 작아 보이지만,

브뤼겐의 건축은 밖에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고,

뒤쪽으로 길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가서,

브뤼겐 뒷길에 있는 Schøtstue로 임시 이관했다.



그 박물관 오른쪽 흰색 테두리 세모 지붕 건축은

19세기 후반 건설된 신 르네상스 양식의

육류시장(Kjøttbasaren) 건물로

지금은 스타벅스가 자리 잡고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브뤼겐 뒤로는 초록 산이 서 있다.


그 산속에 나 있는 길을 통해

아래 사진 오른쪽 위에 보이는 전망대도

올라갈 수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동영상: 베르겐 브뤼겐 건너편에서 본 전경)

(2018년 6월, Bryggen, Bergen, Norway)

(동영상: 베르겐 브뤼겐 송네 피오르드 투어 배에서 본 전경)

(2018년 6월, Bryggen, Bergen, Norway)




브뤼겐은 베르겐이 시작된

11세기 이전부터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4세기 한자동맹 시기 이후 본격적으로 발전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18세기 초인 1702년 큰 화재를 입어,

대대적으로 재건축되었다.


오슬로도 그렇고, 베르겐도 그렇고,

주로 목재 건축이라,

대화재로 손해를 많이 입었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래도 계속 목재로 재건축을 했다.


18세기면 벌써 서유럽에서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등

여러 양식의 석조건물이 등장했을 때라서,

사실 노르웨이에서 석조건물을

못 지었을 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그래서 다양한 색이 덧입혀진 목재가 

알록달록 예쁘긴 한데,

그래도 그렇게 대화재를 계속 겪으면서도,

계속 목조건축을 고집한 게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된다.


아무튼 1979년 브뤼겐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14세기 한자동맹 건축의 흔적을

잘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멀리서 보면 예쁜데,

가까이 가서 보면 별로인 여행지도 많은데,

브뤼겐은 가까이 가서 자세히 봐도 근사하다.


브뤼겐 동쪽에 있는 큰 건물 벽에는

그 건물 이름과

1903, 1910, 1904, 1912 같은 숫자가 쓰여 있고,

목조가 아니라 석조 건축이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이 곳엔 건축이 있었겠지만,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건

1702년 이후에 목조건축이 다 타고 나서,

20세기 초에 새로 지은 석조건축이라,

그런 숫자가 붙어 있나 보다.


그래도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축이지만,

브뤼겐의 1000년 역사에 비하면,

너무 어린 건물들이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 석조건물 서쪽에 있는 나지막한 목조 건축은 

1702년 화재 이후 다시 건축된, 

대체로 300년이 넘은 옛 건축들이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중에도 1702년 대화재 이후 재건되어,

300년이 넘은

더 오래된 중요한 건축들이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1)

우선 위 사진 왼쪽 끝에 보이는

빨간색과 노란색 건축 부고렌(Bugården)도 

그중 하나로,

왼쪽 통로 위에 도끼를 든 남자 조각이 서 있다.


(2)

그 오른쪽에 공사중인 두 집

브레스고렌(Bredsgården)

보전상태가 가장 좋은 브뤼겐 건축이란다.


그 뒤쪽엔 “Schøtstuene”라는 박물관이 있고,

브뤼겐 뒷길로 가는 작은 통로가 있다.


(3)

그 오른쪽 시계가 달린 노란색 건물은

엔히외르닝스고렌(Enhjørningsgården)으로

건물 이름이 “유니콘”이란 의미라,

건물 앞쪽에 유니콘이 붙어 있다.


보통 베르겐의 목조건축은

두 개씩 짝을 이루고 있는데,

이 건물은 이름에 걸맞게 한 칸짜리다.


현재는 2차세계대전 독일 점령기 활동했던

레지스탕스 박물관(Theta Museum)

자리 잡고 있다.


(4)

그 옆에 나란히 붙은 흰색 건물은

스벤스고렌(Svensgården)으로

두 건물의 연결 부위에

머리 셋 달린 남자 얼굴이 있다.


(5)

그 오른쪽의 두 붉은색 건물은

브뤼겐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

벨고렌(Bellgården)

야콥스피오렌(Jacobsfjorden)이다.


이 건물의 상징은 사슴이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부고렌(Bugården) 서쪽에 있는

[아래 사진의 빨간 건물 왼쪽에

도끼를 든 남자 동상이 보인다]

천사 조각을 품은 엔겔고렌(Engelgården)

1955년 화재로 불탄 후 재건축한 것으로,

동쪽의 건축들에 비해서 비교적 최근 건축이다.


그 밖의 다른 브뤼겐의 목조건물들도

18C 초보다 많이 뒤에 재건축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작은 목조건축들은 기념품으로도 판매되고,


(2018년 6월, Bergen, Norway)


브뤼겐 하수구 구멍에도 새겨져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브뤼겐 동쪽 석조건물 길 건너에는

숫자로 봐서 1차세계대전 추모비인 듯한

조형물이 있고,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에는 뭐에 쓰는 건지 잘 모르겠는

목조 조형물 전시 같은 걸 하고 있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동화 속에 나오는 집 혹은 영화 세트장 같은

브뤼겐도 어차피 부두이고 항구라,

그 서쪽 끝에는 이런 매우 현실적인

커다란 배도 정박해 있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6. 브뤼겐 뒷길


브뤼겐의 작은 건물들은 마치 비밀 통로처럼

건물들 중간중간에 통로가 있어,

브뤼겐 뒷길로 통한다.


그 브뤼겐 뒷길의 가장 서쪽에는

성 마리아 교회(St Mary's Church, Mariakyrkja, Mariakirken)가 있다.


성 마리아 교회는 12세기에 지어진

브뤼겐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으로,

그 후 여러 번 대화재로 손상되었으나,

목조건축들처럼 쉽게 재가 되진 않았던 것 같다.


당시 교회 건축 사조에 맞는

로마네스크, 고딕 양식인 이 교회는

12세기엔 가톨릭 성당으로 건축되었지만,

종교개혁 이후 루터교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되었다.


특별히 높은 건축이 없는 브뤼겐에서

이 첨탑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내가 갔을 때는 음악회 중이어서

들어가 보지 못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 옆엔 브뤼겐 박물관(Bryggens Museum)이 있고,



(2018년 6월, Bergen, Norway)


박물관 앞에는 아이슬란드 시인

스노리 스투를루손(Snorri sturluson)

동상이 서 있다.


그는 초기 노르웨이 왕에 대한

전설과 역사가 결합된 글을 썼다고 한다.


아이슬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현재의 언어적 유사성뿐 아니라,

과거의 역사적 유사성 및 연관성으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의 등 뒤로는 2차세계대전 추모비도 보인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성 마리아 교회 동쪽으로 걸어가면 

schøtstue 박물관이 나온다.

([쇠스투에]라고 읽을 것 같다.)


schøtstue는 원래 사람들이 모여서

돈을 나누는 장소라는 의미인데,


브뤼겐 건물 뒤쪽에 하나씩 있었던

한자동맹 시절 상인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었고,


겨울에 난로가에 모여서

몸을 녹이고 따뜻한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브뤼겐 뒷길 schøtstue 박물관에서는

이걸 경험할 수 있다.



나는 베르겐 가기 전

오슬로에서 너무 치열하게 박물관을 다녀서,


베르겐에서는 박물관은 하나도 가지 않고,

그냥 자연만 보러 다녔었는데,

이런 박물관은

매우 노르웨이적이라 재미있었을 것 같다.


내가 이걸 봤을 땐 첫날 좀 늦은 저녁이라서

못 들어 갔고,

그 다음날, 다다음날도 피오르드 투어 가느라

여길 다시 갈 시간이 없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 박물관 서쪽으로는 브뤼겐 뒷길이 이어진다.


플뢰엔 산에서 바라본

아래 브뤼겐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앞에서 보면 그냥 작은 집인데,

그 뒤에 이렇게 집들이 길게 숨겨져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사진 오른쪽, 즉 브뤼겐 가장 서쪽의 목조건축은

화재로 손실된 걸 나중에 한 번에 지어서인지,

하나로 이어졌는데,


좀 더 오래된 동쪽의 목조 건축들은

자연스럽게 덧붙여서 지붕이 알록달록하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브뤼겐 목조 건축엔 다들 조그만 통로가 있어서,

거기로 쭉 걸어가면

브뤼겐 뒷길로 넘어가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크고 또 유명한 건

아마도 벨고렌(Bellgården),

즉 아래 사진에서 사슴 달린 빨간 집 아래에 있는

통로일 것이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사람 없을 때 걸으면 좀 으스스하기도 한,

이런 길을 좀 걸으면,


(2018년 6월, Bergen, Norway)


곧 브뤼겐 뒷골목에 도달한다.


브뤼겐 앞쪽엔 상업 시설이 많은데,

내가 주로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런지,

여긴 그런 게 거의 안 보인다.


어떤 골목은 좀 더 넓고,

어떤 골목은 좀 더 좁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뒷모습도 물론 멋스럽겐 한데,

얄밉도록 단정하고 예쁜 앞모습에 비하면,

브뤼겐의 뒷모습은

좀 더 부스스하고 관리 안 된 모습이다.


처음엔 좀 실망스럽달까,

그런 느낌이 좀 있었는데,


뒷모습까지 앞모습 같았으면 놀이동산 같았을텐데,

어딘가 모르게 “인공적” 느낌이던

앞면의 비현실적임을 적절하게 보완해줘서,

이런 좀 허술한 부스스함이 

브뤼겐을 좀 더 “자연스러운” 역사적 공간

되게 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그냥 계속 이렇게 두면 좋겠다.




그 길로 계속 동쪽으로 걸어가면

이제 현대적 베르겐 상가와 주택가의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앞모습”이 보인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이 길을 걸으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니,

내가 "평범한" 주택가를 찍는 게 신기해했는지,


10대 노르웨이 여자애 두 명이

내 뒤에서 앞쪽으로 오면서

영어로 나에게 뭐 찍냐고,

자기들도 찍고 싶냐고 물으며, 

꺄르르르 웃었다.


보통 어른들은 관광객에게 어디서 왔냐곤 물어도,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아서,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노르웨이 어른들은

맨정신일 때는 낯선 사람에게 괜히 말 걸지 않아서,

(술 취한 사람들은 가끔 그러는 거 같다)


그 생기 넘치고 예쁘고 발랄한 두 소녀의 출현에

나는 여러모로 놀라고 또 당황했다.


그래서 내가 특별한 대답을 못하고

그냥 웃기만 하니,


자기들끼리 까르르 웃으며 내 앞을 걸어가면서,

웃는 얼굴로 흘끔흘끔 나를 뒤돌아보곤 했다.


그 소녀들 사진을 찍지도 않았는데,

1년 만에 이 골목 사진을 보니,

그 소녀들의 모습이 사진처럼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에게는 소녀들의 발랄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이 길의 동쪽 끝에는

베르겐 마지막 날 내가 올랐던,

플뢰엔 산으로 오르는 푸니쿨라 승강장이 있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그리고 거기서 계속 동쪽으로 가면,

좁고 예쁜 "평범한" 골목이,

 

남쪽으로 걸어가면

어시장, 항구 건너편, 시내, 기차역 등이 나온다.


(2018년 6월, Bergen, Norway)
(2018년 6월, Bergen, Norway)


내가 베르겐 간다고 연락했더니,

이제는 오슬로 산다는 베르겐 출신 아드리안이

관광객들 주로 가는 브뤼겐 말고,

Sandviken과 Nordnes도 예쁘다고 말해줬다.


그 정보를 처음 읽었을 때는

자기가 자주 갔던 식당이나 카페,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공원이나 건물

뭐 그런 것도 아니고,


그렇게 두루뭉실하게,

우리로 치면 “홍대랑 신촌도 좋아”

뭐 이런 식으로 말해준 게 좀 아쉬웠는데,


베르겐 첫날 이후 

이틀 연속 피오르드 투어 하느라

그나마 그가 알려준 지역도 제대로 구경 못했다.


그래도 짧지만 3박 4일을 머물렀으니,

브뤼겐 말고 다른 베르겐도 둘러보긴 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녀 보니,

나를 노르웨이로 이끌었던

그 예쁜 천상계 브뤼겐 말고 

다른 지상계 지역도,


베르겐은 구경하고 돌아다닐 데가 많고,

다들 얄밉도록 깔끔하고 예쁘고 개성 있다.


베르겐에서 가장 예쁜 건 브뤼겐이지만,

브뤼겐 바깥쪽 베르겐에 나는 더 정이 갔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그렇게 브뤼겐 보고 갔던 내가,

덤으로 보게 된 베르겐을 둘러볼까 한다.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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