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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l 04. 2021

글쓰기의 은밀한 즐거움

구독자수 1000명 달성 기념글

 브런치를 시작한  5년이 되었다. 게으른 편이라 주기적으로 글쓰기를 하는 기특한 사람은 못되고, 쓰고 싶은 글감이 생길 때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  혼자만 알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모두에게 공유하고 싶은 일이나 어디에다 털어놓지 않고는  견딜 감정이 생길 , 글쓰기는 훌륭한 수단이자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나는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지 않았고,  글이 기술적으로 훌륭한 글이 아니라는 안다. 내가 글을 쓰면서 바라는 것은  글을 읽은 누군가가 공감해 주는 , 작게나마 기쁨을 느껴주는 . 모르는 사람이  감정에 공감해 주고 위로를 받았다고 해주는 것에 더없는 행복을 느낀다.


 실개천 졸졸 흐르듯 가늘고 길게 이어나가는 브런치 글쓰기 활동 속에서, 얼마 전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1000명이 넘었다는 알림이 왔다. 대단한 전문성도 드라마도 없는, 일상적인 내 글을 즐겨주는 사람이 1000명이나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사실, 아마추어 작가 지망생에게는 독자 10명도 100명도 999명도 1001명도 모두 의미 있는 숫자지만. 1000이라는 숫자에서 받는 인상이 다르게 느껴지는 만큼 나도 속물이긴 한가보다. 뭔가 하나의 단계를 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브런치에 썼던 글들을 돌아봤다.

신나서 캡쳐도 했다

 브런치는 다소 폐쇄적인 플랫폼으로, 네이버나 다음 사이트처럼 노출 영역이 많지 않다. 나는 브런치를 주로 모바일로 이용하는데, 모바일앱 기준으로 보면 내게 큐레이션 되는 글들 일부, 그리고 시간대별로 선정되는 인기글 정도가 독자 입장에서 봤을 때 바로 진입 가능한 영역이다. 나머지 브런치 작가들이 쓰는 수많은 글들은 독자가 특정 주제로 검색해보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 브런치를 시작하면서는 쉽사리 늘지 않는 글 조회수에 실망하는 작가들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곱게 다듬은 글을 외부에 내놓는 순간, 그 글이 얼마나 조회되는지 궁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법이다. 감사하게도 내 브런치가 지금의 누적 조회수와 구독자수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 사이트에 글이 노출되어, 외부에서 인입된 조회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앱 디스플레이와 큐레이션의 한계가 있긴 하겠지만, 브런치는 더욱 많은 작가의 글들에 대한 독자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주면 좋겠다.


 내 브런치 기록에 퀀텀점프가 되어줬던 글은 두 개로, 시골 부모님 댁에서 생활하면서 썼던 시골생활 이야기와 우리 뿌꾸를 데리고 오며 썼던 시골 개 이야기다. 모두 다음 메인에 게시되면서 조회수가 크게 늘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시골 생활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 글이었는데, 대단히 전문성 있는 주제나 흥미 위주의 글을 써야만 조회수를 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선입견을 바꾸는 계기가 된 일이기도 하다. 일상을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읽어봐 주셨다.


[시골의 일상]

 특히 40대 이상의 독자분들이 좋아해 주셨던 글이다. 아무래도 귀촌이나 시골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읽어주신 듯하다. 이 글이 포함된 브런치 북에는 내가 부모님 댁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사정이 나오는 글도 있는데, 따뜻하게 위로해주시는 댓글들을 보면서 큰 힘을 얻었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일방적으로 글로 토해낸 상처에, 댓글로 달린 독자분들의 언니/오빠 같은 다정한 말들을 보면서 글을 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brunch.co.kr/@saddysb/75


[시골 개는 처음이라]

 부모님이 시골에 집을 지어 살게 되면서, 우리 집 새 식구가 된 뿌꾸의 이야기다. 마당이 있는 집이니 ‘덩치가 좀 크고 멋진 골든 레트리버나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강아지를 키웁시다’ 하고 주장했던 우리 자매의 의견에 아랑곳 않고 부모님이 들인 강아지는 전형적인 시골 똥개, 진도 믹스였다. 처음 만난 날부터 이 못난이와 금방 사랑에 빠져버린, 나의 팔불출 인생의 서막을 알리는 다소 발랄한 글이다.

https://brunch.co.kr/@saddysb/140


 글쓰기는 행복한 일이다. 앞으로도 진솔한 글들을 써가면서 내 세상을 넓히고 많은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다. 하지만 내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오랜 기간 동안 혼자만 외치는 도전에는 녹이 스는 법. 나의 소심한 도전에 메아리가 되어 힘을 주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힘내서 이것저것 더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회사생활도 열심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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