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MIU 404'
*방영시기 : 2020년
*등장인물 : 아야노 고, 호시노 겐, 오카다 겐시, 하시모토 준, 와타나베 케이스케, 스다 마사키
*산들의 코멘트
MIU 404은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이다. 야생의 감을 믿고 발로 직접 뛰는 것을 선호하는 '이부키'와 이성적이고 관찰력과 사고력이 뛰어난 '시마', 이 두 남자가 한 팀을 이뤄 4 기수 중 순찰차 번호 404를 맡는다. 기수란 기동수사대의 준말로, 신속한 출동과 수사를 위해 기본적으로 차량 대기를 하면서 통신 지령실과 무선 연락을 취하는 형사 경찰대를 말한다. 드라마 제목인 MIU는 Mobile Investigation Unit의 약자고 404는 이부키와 시마 버디를 부르는 콜사인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현장에 출동하고 초동 수사를 진행하는데, 위험한 현장을 수없이 드나들면서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이유는 믿음직한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다.
둘의 상반된 성격에서도 예측 가능하듯, 처음에는 티격태격한다. 원칙주의자이자 그 누구도, 자기 자신조차도 믿지 않는 시마와 육감을 믿고 달려드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이부키. 시마는 엘리트들의 집합체인 수사 1반 출신, 이부키는 차곡차곡 동네 순경 업무에서부터 올라온 사람으로 둘의 커리어 패스도 전혀 달랐다. 그렇게 초반에는 으르렁거리던 둘이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개인적인 아픔을 겪을 때도 곁에 있어 주면서 점점 가까워져, 나중에는 서로를 위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된다. 여성 범죄, 외국인 노동자, 야쿠자의 불법 자금, 장난전화, 마약, 익명성에 기댄 SNS 문제 등 사회적 쟁점들을 다루면서 이부키와 시마가 겪은 과거의 아픔에 대한 서사도 함께 펼쳐지는 이중적인 구조가 흥미로웠다.
4 기수에는 이부키와 시마뿐 아니라 경찰청 형사 국장의 아들인 엘리트 신참 '코코노에', 35년 차 베테랑 기수 대원인 '진바'가 콜사인 401로 활동하고 있다. 이 둘은 아빠와 아들 같은 케미스트리. 진바는 산전수전 다 겪어 노련하지만 체력이 슬슬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는 선임이고, 코코노에는 아버지가 고위 간부인 엘리트로 무슨 일이든 잘 해내고 싶어 하지만 현장 근무는 처음이라 실수를 하곤 하는 신참이다. 그리고 여성 최초 1 기수 대장이자 4 기수를 설립한 '키쿄'가 있다. MIU 404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기수 대장 키쿄와 그녀의 개성 강한 부하직원 네 명이 사수하고자 하는 사회의 정의, 생명의 중요함, 사람 간의 믿음, 용서에 대한 코믹한 버디물이자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중쇄를 찍자',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언내추럴'을 제작한, 요즘 일본에서 가장 핫한 각본가 중 하나인 '노기 아키코'의 작품답게 기본적으로 재미를 보장하면서 에피소드마다 모든 인물의 서사를 짚어주는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사내에서 동료들과는 일정한 선을 지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나 사내에서 겪었던 어려웠던 일들을 동료에게 공유했다가, 나중에 그게 내 약점으로 잡히는 불상사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믿었다고 생각한 동료에게 배신당한 기분은 퇴사를 생각하게 할 정도로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회사의 동료는 일로 만난 동료일 뿐, 나에게 우호적인 가족도 친구도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잘되거나 나에 대한 평판이 높아지고 내가 승진을 하게 되면, 나와 비슷한 연차의 다른 동료의 승진이 밀리는 일이 생기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 경쟁적인 관계라는 생각도 필요하다. 그래서 동료와의 관계는, 특히 같은 팀이나 같은 조직의 동료의 경우 항상 양날의 검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좋다. 동료 입장에서도 회사 사람이 사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지나치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하고 배려해야 한다. 동료들과는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필요한 업무에 대해서 잘 협업하고, 사생활이나 회사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우에 적당히 공유하는 게 낫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대출이나 보험, 자동차 사고처럼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에게 물어볼 만한 일이 생기거나,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 생겨서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경우가 생길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나와 최대한 비슷한 상황의 사람, 특히 같은 직장이라는 분류 속에 속해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게 가장 손쉽고 현실적인 대안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는 가급적이면 나와 같은 상사를 모시지 않는, 다른 조직에서 친한 사람 몇몇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던 경우 동료에게 공감받고 털어내는 것은 좋지만, 상사나 동료의 험담 같은 것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편이 본인을 위해서도 좋다. 특히 누군가를 험담하는 것은 돌고 돌아 결국 본인에게 온다. 회사 사내 식당이나 카페, 회사 주변 술집에서 하는 이야기를 내가 아는 누군가가 전해 들을 확률을 예상외로 높다는 것을 명심할 것. 하지만 그럼에도 회사 동료 중에서도 속내를 드러낼 친한 이가 필요한 이유는 회사생활을 하며 속이 뒤집어지는 일이 생겨도 나의 어려움이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의외로 금방 풀리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의 경우 나와 잘 맞는 동기들을 찾으면 제일 좋다. 경력직의 경우에도 경력 사원 연수 등 모임의 기회가 있으면 가급적 여러 사람들과 말을 섞어보고 다른 조직에 친한 사람 한 두 명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사내에 나도는 소문이라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되기도 하고, 업무 관련해서 서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A는 경력직으로 회사에 입사했다. 팀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겨우 어느 정도 익혔을 무렵, 경력직 입문 교육을 가게 되었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거나 다른 계열사에서 온 사람들과 6명씩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자리는 사전에 인사팀이 배치해둔 듯싶어 A는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입사원 교육이면 모를까 경력직이 되고 나니 모르는 사람에게 말 붙이고 서로 소개하고 '같이 앉아요' 같은 낯간지러운 말을 하기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슬슬 교육이 시작되는 시간이라 자리로 가니 소속팀과 이름이 적힌 작은 패널이 자리마다 붙어 있었다. A의 옆자리에는 같은 디비전의 B라는 사람이 앉았다.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보니 B는 A와 같은 층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고 이번에 다른 계열사에서 왔다고 했다고 했다. 점심시간에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6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했다. 다들 경력직이다 보니 연령도 20대~40대로 다양했고, 직무도 마케팅, 인사, 제조, 개발 등 다양했다. 누군가 3일 동안 같은 테이블에서 교육을 받을 거고 이것도 인연이니 전화번호 교환을 하자고 해서 다들 번호를 저장했다. 경력직은 팀 동료 아니고서야 새로운 직장 동료를 만나기 힘든데, 이렇게 안면을 트고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특히 B와는 또래고 비슷한 업무를 하며 자리도 가깝다 보니 교육이 끝나고 나서도 같이 점심 식사 한 번 하자고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A와 B는 관심사도 비슷해 퇴근 후에도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거나 업무 중간에 티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이 회사에서는 계열사 간 이동이 많았는데, B는 계열사에서 전배 온 입장으로 A와 다르게 회사의 문화나 주요 이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업무 이외의 것, 예를 들어 인사 발령 예정 소식이라든지 사내에서 여러모로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라든지 내년도 연봉 인상률 같은 부분은 같은 팀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어려웠는데, B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들을 A에게 자주 알려주곤 했다. 경력직으로 입사하면 사내에서 정보력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A는 B 덕분에 회사생활의 팁을 남들보다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었다.
어느 날 A는 B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번에 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했다. 말하다 보니 그 프로젝트의 선임 멤버 C가 예전에 B와 같은 조직에 있었던 사람인데, 회식에서 술만 들어가면 술자리를 끝내지 않으려 하고 직원들에게 폭언, 특히 여자 직원들에게는 성희롱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프로젝트 킥오프 미팅에서는 전혀 그런 분위기가 나지 않았던 사람이라 놀랐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아직 회사에 있냐고 물어보니 과거에 3개월 감봉 징계를 받긴 했지만, 한동안 잠잠하더니 술만 들어가면 또 나쁜 버릇이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고 했다. B는 A에게 조심하라고 조언했고 C와는 최대한 술자리를 만들지 말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시작에 앞서 이미 킥오프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A는 고민에 쌓였다.
A는 킥오프 회식 전 미리 대략적으로라도 자리배치를 하자고 제안했다. C 주변에 동년배의 남자 직원들이 앉았으면 했는데, 다행히도 C의 나쁜 술버릇을 알고 있는 직원들이 알아서 어린 직원들을 밀어내고 C 옆에 진을 치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전담마크였다. C가 회식 중간 자리를 옮기려 하자 눈치 빠른 직원 한 명도 C와 함께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였는지 C는 회식 내 얌전했고, 회식은 1차로 끝났다. 그리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의 회식은 점심 식사로 대신했다. B의 조언 덕분에 A의 프로젝트는 불상사 없이 잘 종료되었다.
B가 도움을 청한 경우도 있었다. B네 팀에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B가 기존에 해왔던 것 같은 온라인 조사 형식이 아니라 오프라인 간담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다. 마침 A가 비슷한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어, B는 A에게 공식적으로 미팅 요청을 했다. A는 간담회 참석 고객 선정 방법부터 연락 방법, 사전 준비, 리허설, 질문 리스트 등 해당 업무를 진행하며 만들었던 자료와 품의서들을 B에게 회람해주었다. 그리고 간담회를 진행하며 현장에서 느꼈던 부분이나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한 팁도 모조리 B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연락도 없이 간담회 당일에 나타나지 않는 고객이 한 두 명 정도 있을 수 있으니 그 부분을 채울 방안을 미리 마련해 두는 게 좋을 거라는 조언을 한 덕에, B는 한 명의 고객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간담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A와 B는 동료이자 친구로서 사적인 이야기 외에도 회사에서 서로 알고 있는 것과 경험했던 업무에 대한 내용까지도 공유하며 서로를 끌어올리는 사이가 되었다.
요즘은 회사와 사생활을 구분하고, 회사에서 업무 외 이야기를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회사가 요구하는 게 과도한 목표라도 다 같이 모여서 으쌰 으쌰 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옛말이다. 저녁 회식과 친목 도모도 업무의 연장이라며 참여를 강제하는 행위도 없어지고 있다. 직장인의 문화가 바뀌는 시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내가 의지할 수 있는 동료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와의 연대를 추구하는 동물이고, 회사에서도 의외로 나와 잘 맞는 친구를 사귈 수 있으니까. 다만, 내가 친해지고 싶다고 해서 나와 친해질 것을 강요하거나, 직장 동료의 사적인 영역에 섣불리 들어가지 않도록 하자. 내가 필요한 순간에만 동료를 찾는 밉상이 되지 말자. 회사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거나 누군가의 의지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선을 지키는 역지사지 정신이 필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