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가방에서 알록달록한 천을 꺼냈다. 그리곤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천으로 내 몸에 감싸고, 천에 난 구멍으로 내 앞다리를 스윽 넣었다. 여자는 내 오른쪽, 왼쪽 다리가 구멍에 잘 맞게 들어간 걸 보고 흡족해하며 내 등 쪽으로 난 지퍼를 올렸다. 찬바람이 맞닿던 몸이 한순간 따뜻해졌다. 부드러웠다. 나 이거 알아, 이거 그 하얀 개가 입고 있던 옷이잖아.
“우리 또또, 패딩 조끼가 잘 어울리네. 이제 좀 덜 춥겠지?”
나는 우리 집 뒤 나무가 여름에 보여주는 색의 옷을 입었다. 지금 나무는 앙상하게 말라 있는데, 나무 색깔이 그리우면 내 옷을 보면 된다. 왜인지 조금 기쁘다.
여자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우리 또또, 이제 안 추울 거야.”
춥지 않다. 기분이 좋아져서 오늘은 여자가 시키는 대로 ‘앉아!’를 한 번에 했다. 여자는 나와 함께 있는 동안에 ‘앉아!’ 나 ‘엎드려!’ 같은 것들을 가르쳤는데, 사실 나는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몰라서 내킬 때만 어울려주곤 했다. 여자와 ‘앉아!’ 놀이를 하고 있으면 아저씨도 나와서 박수를 쳐주었다. 엉덩이를 바닥에 착 붙이고 최대한 늠름한 표정으로 앞다리를 세운다. 이게 뭐가 어렵다고 이것만 하면 이렇게 칭찬해 주는 걸까. 하얀 개도 ‘앉아’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거야. 나만 할 수 있는 거니까 여자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겠지.
*사진출처 : 머니투데이 '1m 목줄'에 묶여…시골개의 하루를 보냈다[남기자의 체헐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