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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Feb 04. 2024

일본을 홀로 여행하는 법

 2023년 여행한 기록을 찾아봤다. 3월에 도쿄, 6월에 친구와 함께 오사카, 7월에 후쿠오카, 11월에 도쿄. 3월의 도쿄는 벚꽃구경을 하러 나섰다가 덕질의 즐거움, 가마쿠라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왔고, 6월에 친구와 함께 나선 오사카에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신나게 즐겼다. 야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7월의 후쿠오카 여행에서는 난생처음 일본 프로야구 돔경기 직관이라는 멋진 경험을 했고. 단풍놀이를 하고자 했던 11월의 도쿄에서는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단풍 구경은 못했지만 덜덜 떨면서 산리오 퓨로랜드와 디즈니랜드 속에서 꿈을 꾸고 왔다.  


 도쿄뿐 아니라 일본 대부분 지역이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다. 치안 괜찮고, 아기자기 구경할 것도 많고, 음식 종류 다양하고 맛있고. 다만 여행하면서 시스템/문화적으로 다른 부분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혼자 여행할 때의 안전


 혼자 여행한다면 밤늦게 도쿄의 가부키초나 오사카 도톤보리처럼 유흥가가 밀집하고 난파(헌팅)가 수시로 일어나서 시비 걸리기 십상인 곳은 알아서 피하는 것이 좋겠다. 3월 여행 때 머물렀던 도쿄 프린스 호텔은 대로 하나만 건너면 가부키초였는데, 일정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던 길에 구글맵 따라가다 보니 가부키초로 들어서게 된 적이 있다. 저녁 시간 이후 가부키초에는 순찰하는 안전 요원들이 있었는데 그 뒤에 딱 붙어서 총총거리며 이동했다. 여자 혼자서 밤에 가부키초, 물론 아무 일 없을 수도 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일행이 있다면 가부키초를 구경하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수 있겠지만, 외국인 손님을 대상으로 술값을 덤터기 씌우는 가게나 수상한 호스트바/호스티스바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특히 해지고 으슥한 곳이나 유흥가 지역을 혼자 다닐 땐 레이더를 세우고 다닐 필요가 있다는 말씀! 나는 아키하바라에 갔을 때, 만다라케 찾다가 들어간 골목길이 너무 어둡고 호스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길래 금방 대로변으로 후퇴하기도 했다. 며칠 있으면 떠날 외국인들이 입은 경범죄 피해를 현지 경찰들이 도와주기는 힘들기 때문에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심하자.


밤에는 가급적 큰길로 다니자
아키하바라에서 마주친 반가운 제왕님!


 오사카 도톤보리의 경우 활기가 넘치지만 그만큼 난파를 걸어오는 수상한 사람도 많다. 누가 말 걸면 그냥 무시하고 걷는 게 답인 듯하다. 대답해 주면 오히려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고 더 붙어오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 여행지에서의 혼술도 낭만적이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만취하지 않도록 특별히 더 조심하는 게 좋겠다. 소지품의 경우, 딱히 소매치기의 위험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여권, 지갑, 핸드폰 같은 중요한 건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혹시 모르니 여권, 항공권, 호텔 예약 내역은 사진 찍거나 캡처해 두는 것을 추천. 카페에서 노트북이며 가방, 핸드폰 다 놔두고 주문하러 간다거나 화장실 다녀온다거나 하는 대한민국의 카페 신뢰문화(?)에 익숙해져 있더라도 외국에 나가 있는 이상은 경계하자.




일본의 지하철


  일본 여행하면서는 지하철 타게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특히 도쿄의 지하철은 복잡하기로 악명 높다. 나도 나름대로 일본 여행을 꽤 다녔다고 생각하는데, 신주쿠 역에서 목적지로 나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눈물이 날 뻔했다. 그도 그럴 게 신주쿠의 출구는 200여 개라고 하고, 이 역을 지나는 노선만 해도 JR동일본(야마노테선, 주오선, 주오소부선 등), 게이오 전철, 오다큐 전철, 도쿄 지하철(마루노우치 선), 도에이 지하철(신주쿠 선, 오에도 선) 등으로 엄청나게 많다. 사람들은 쏟아지는데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지하에 있으니 믿고 있었던 구글맵도 먹통이 되어 사고가 정지하는 느낌이었다. 워낙 이용객수가 많은 역이라 가만히 서서 멍 때리면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구석에 숨어서 출구 안내를 보다가 무작정 지상으로 나가서 구글맵 따라 이동한 적이 있다. 모든 나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에서 길막, 뒷걸음질은 하지 말자. 넘어지거나 다칠 수도 있다.


지하철에서는 바닥에도 사인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으니 부지런히 안내판을 찾아다니자


  그리고 지하철/철도를 운영하는 회사도 여러 곳이라 다른 철도 회사끼리는 환승 연결이 불편해서, 환승하러 가는데 10분이 넘게 걸리는 역도 있었다. A선 타고 가다가 B선으로 환승해야 하는데 둘이 운영 회사가 다른 경우에는 표도 각각 끊어야 했다. 그래서 원데이 패스 같은 걸 유용하게 썼었다. 요즘은 파스모, 스이카, 이코카 같은 교통 카드가 잘 되어 있어서 일일이 표 살 필요 없이 교통카드에 금액 충전해서 카드 찍고 다닌다. 아이폰의 경우 휴대폰에 일본 교통카드를 등록해서 다닐 수도 있는데, 나는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산 한정판 헬로키티 이코카 카드가 좋아서 실물로 들고 다닌다. 충전도 지하철 역에서 기계로 하고. 휴대폰에 등록하면 실물 카드는 못쓰게 되기 때문! 번거로워도 귀여운 건 포기하지 못하는 오타쿠.. 그리고 사철이 많아서 환승이나 요금 부분이 불편하긴 하지만, 각 회사마다 시그니처 컬러의 열차를 운영하거나 시즌별 테마로 열차를 꾸미거나, 캐릭터 회사와 컬래버레이션해서 기간 한정으로 운영하는 귀여운 열차들도 많기 때문에 그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처럼 다양한 철도의 특성이 철도 덕후, 열차 덕후 양산에 일조하는 듯.


개성 있는 에노덴의 비주얼
시즌별로 귀여운 랩핑
나의 소중한 헬로키티 이코카

 

 택시비의 경우 체감하기로 우리나라 1.5배는 되는 것 같다. 러시아워 시간에는 도심 위주로 교통체증도 심각하고. 대신 택시 서비스의 수준은 높았다. 문도 자동으로 열고 닫아주고, 짐이 있는 경우에는 기사분이 먼저 내려서 트렁크에 실어주는 데다, 유니폼 같은 정복을 입고 있는 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 안 줘도 되니까 요금을 내려주세요'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일본 물가가 우리나라보다는 덜 오르는 느낌이고 한동안 엔저현상화 겹쳐서 식료품비는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신칸센을 비롯한 철도, 버스, 택시, 지하철 등 일본의 교통비는 무시 못할 정도로 비쌌다. 역시, 민영화의 영향인가 보다.




일본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일본에서의 여행자 매너


 일본 여행 다니면서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 와닿은 것은 왼쪽으로 걷기. 우측 보행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처음 일본에서 에스컬레이터 타거나 계단으로 걸을 때 별생각 없이 자꾸 오른쪽으로 가게 되어서 후다닥 왼쪽으로 옮겨가고는 했다. 넓은 길 걸을 때야 크게 상관없겠지만 지하철 같은 곳에서는 좁은 길에 사람들이 몰려서 빠르게 이동하니까 좌측 보행 규칙을 지키자. 운전도 마찬가지다, 우리와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길 건너며 방향 살필 때 주의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일본에서 며칠 지내고 한국 오면 이번엔 또 왼쪽으로만 다녀서 길 위의 질서를 어지럽히다 정신을 차리곤 한다. 습관은 역시 무섭다!


 또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카페에서 함부로 휴대폰 충전 금지. 일본의 전기요금이 비싸서라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핸드폰 충전 정도는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전기 도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례한 일이라고 한다. 심지어 회사에서 개인 용품 충전하는 것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그러니 일본 여행하면서는 보조 배터리를 잘 챙겨 다니자.


긴자의 킷사텐 '카페 드 긴자 미유키칸 본점'에서 먹은 몽블랑


 그리고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경우에는 도착하면 입구에서 점원의 안내를 기다려야 한다. 빈자리가 눈에 보여도 입구에 서서 점원을 찾는다. 보통 점원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고 인원수를 대답하면 자리로 안내해 준다. 일본어를 못해도 식당 입구에서 점원이 맞이해 주면 손가락으로라도 몇 명인지 인원수를 말해주면 된다. 그리고 술을 파는 가게는 자릿세를 받는 곳이 많다. 자릿세를 부과하고 오토오시를 주는데, 주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주는 기본 안주 개념이다. 일본 술집은 1인 1 음료 주문이 기본으로, 술을 못해도 우롱차 같은 음료를 시키는 게 매너라고 한다. 일단 한 잔 시키면서 오토오시를 맛보고 맛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를 추천한다. 오토오시는 그 가게 음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기준이 되기 때문. 오토오시가 별로면 요리도 기대하지 않는 게 낫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사진 찍는 것도 한국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한국보다 사진 저작권의 개념이 더 엄격한 느낌. 특히 백화점 매장이나 잡화점 같은 곳은 사진 촬영 금지인 곳이 많다. 내가 산 제품이라도 매장 내에서 사진 찍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직원에게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허락 하에 찍는 것이 좋다. 식당의 경우 내가 주문한 음식을 찍는 것은 대부분 무방한 듯했으나, 매장 사진을 찍는 것은 안 되는 곳이 많았다. 특히, 다른 손님이나 직원의 얼굴이 걸리게 찍는 것은 비매너다. 일본 어린이들이 교복이나 란도셀을 매고 다니는 게 귀여워서 사진 찍는 관광객들이 늘어나자, 아이들 사진을 찍지 말아 달라고 동네에 공지가 붙은 걸 본 적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특정되어서 같이 나오는 사진이나, 다른 사람의 이동에 방해가 되는 지점에서(복잡하고 좁은 지하철 역 같은) 사진 찍는 것은 하지 말자. 물론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유명 관광지에서 찍는 사진은 예외로 치는 것 같다.


하지만 가게 밖에서 찍는 사진은 ok입니다!


공용온천/목욕탕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한국과 유사하게 탈의하고 들어가지만 신경 쓰인다면 중요부위는 수건으로 가리고 들어가도 된다. 단, 탕 안에 들어갈 때는 수건을 머리 위에 얹는 등 해서 물 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탕 안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하는 것은 기본. 그리고 개인 소지품으로 자리를 맡지 않는다. 애초에 욕탕 내 샴푸, 린스, 바디워시 같은 용품들이 대부분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페이스 타월 정도만 챙겨 들어가면 된다. 우리나라 목욕탕 갈 때는 목욕 바구니를 들고 가서 자리를 잡고 씻다가 탕에 들어갔다 나온 후에도 처음 앉았던 자리에서 마저 씻었었는데, 일본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더라.


 내가 느낀 이러한 점들은 아마 대부분의 일본에서도 그렇겠지 하고 생각한 것들이지만, 꼭 다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일본은 가로로 땅이 넓어서 동쪽과 서쪽의 문화가 다른데, 예를 들어 도쿄에서는 좌측통행을 기본으로 하지만, 오사카에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아무튼 개인적인 감상이니 독자분들이 참고만 해주시면 좋겠다.


니혼바시에서 도쿄역 가던 길, 잘 정돈된 강남대로 같았다


 여행지의 생활과 문화에 녹아 들어보는 것도 여행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언뜻 보면 아시아 문화권으로 비슷한 생활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와중에 또 꽤나 다른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내가 서툴게 실수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많았을 텐데 내가 만난 일본 사람들은 나의 어설픔(때로는 무례였을지도)을 관대하게 받아주었다. '우리는 이렇게 한다' 하고 알려준 경우도 있고. 내가 일본어를 할 줄 알고,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은 체격의 여자라서 사람들이 더 경계하지 않은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어느 나라를 가나 친절한 사람, 무례한 사람이 있고 안전한 지역, 위험한 지역이 있다. 나는 여행지에서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서 즐거운 추억을 쌓은 기억이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여행 온 외국인 관광객이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주저 않고 도와주는 편이다. 내가 받은 친절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은 생각이다. 여행하는 이들이 서로 돕는 세계라니, 멋지잖아.


일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인 소프트 아이스크림, 공항의 소프트로 여행을 마무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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