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팀 이동에 대처하는 자세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함’이라는 이름에 안주하게 된다. 일의 루틴이 손에 익고, 동료들과의 호흡도 자연스러워지고 하루하루가 순조롭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조로움 속에서,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친다. “이렇게만 가도 괜찮을까?” 나는 그 순간이 ‘이동’의 신호라고 믿는다. 큰 결심을 한다면 퇴사 후 이직, 더 쉽게는 사내이동. 사람 뽑을 때 사내공고를 우선해서 내는 경우도 많고, 순환보직을 장려하는 회사들도 많아서 팀 이동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보통 새로운 자리로 간다는 말에 두근거림보다 두려움이 먼저 밀려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리에서 안주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팀 이동을 고려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조직 안에서 자리를 옮기는 타이밍
조직에서 자리를 옮기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겠지만 크게는 이렇게 세 가지 방향으로 정리될 것 같다. 하나, 커리어 성장을 위해, 둘, 매너리즘을 피하기 위해, 셋, 조직의 장래성을 보고. 조직 이동은 목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타이밍이 잘 맞아야 할 수 있기에 팀 이동을 고려하고 있다면 늘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성장을 위한 이동의 경우, 지금 자리에서 더 배울 게 없다고 느껴질 때, 그리고 더 이상 내가 조직에 기여할 방식이 보이지 않을 때 선택해야 한다. 이미 답을 아는 일만 반복하는 순간, 성장의 속도는 멈춘다. 나 역시 커리어 초반에는 지금 자리가 편하니까 조금만 더 하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돌이켜보면 내 커리어의 가장 큰 도약은 늘 불편함을 선택했을 때였다. 매너리즘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일이 더 이상 자극이 되지 않을 때, 그건 나의 능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환경이 익숙해진 것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내 친구는 매너리즘이 올 때마다 의도적으로 직무를 바꿨다. 이직을 하기엔 좀 부담스럽고 회사에서 이동하고픈 조직이 있다면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새로운 자리에서는 누구나 초보자가 되고, 초보자로서 새 업무는 낯설고 어려울 수 있지만 그때 느끼는 두근거림이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직의 방향을 보고 이동하는 것은 능력 있는 리더를 따라간다거나 사내에서 밀어줄 사업부로 이동하는 케이스다. 출세와도 연관된 부분이지만, 조직의 일원으로서 내가 속한 팀의 전략이나 일하는 방식이 내가 가고 싶은 길과 일치한다면, 업무의 성과나 느끼는 보람이 더욱 커질 것이 당연하다.
원치 않은 보직 변경에 대처하는 법
문제는 우리가 원하는 이동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이동은 내가 고른 변화가 아니라 주어진 변화로 찾아온다. 조직 개편, 팀 통합, 인력 재배치 같은 이유로 원하지 않는 보직으로 가게 되는 경우. 그럴 땐 누구나 서운함, 불안, 약간의 자존심 상함까지 느낄 수 있다. 상황을 바꿀 수 없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여기서 무엇을 배워서 내 커리어에 추가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 나의 정신 건강에 이롭다. 어차피 조직은 한 번 정해진 이동을 쉽게 번복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해진 이동이라면 가기 싫다고 버티다 끌려온 사람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온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게 훨씬 낫다. 버티는 시간으로 쓰느니 배우는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팀에 간다는 건 결국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일이다. 그곳에서 익힌 관점은 훗날 내 경력의 숨은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 중 하나는 지금의 보직이 평생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배운 게 나중에 다른 자리에서 결정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나의 팀 이동 경험
나도 팀 이동을 한 적이 몇 번 있다. 우리 팀에서 두 개의 플랫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둘을 하나로 합치게 되어 인력에 여유가 생겼고, 다른 사업부에서 운영하던 플랫폼에 커머스 기능을 추가하는 리뉴얼을 한다고 해서 그 담당자로 내가 뽑혀가게 되었다. 지금 팀 멤버들끼리 사이가 굉장히 좋았고 일이 익숙해져서 할 만하다 생각하던 차였는데, 팀 이동 권유받으니 처음에는 탐탁지 않았다. 그러나 상사가 새로 가는 팀에서는 플랫폼 하나를 내가 담당하면서 권한이 커지고, 프로젝트도 리딩할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조언해 주어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생각해 보니 플랫폼 업무를 하는 입장에서 배울 것이 많고 성취감도 있을 것 같아서 이동에 동의하고 팀을 옮겼다. 리딩의 기회, 새로운 플랫폼, 더 넓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일단 어쩔 수 없이 끌려왔다 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찾아왔다 로 포지셔닝 했을 때 새 팀은 더욱 나를 환영한다. 이것도 처세 중 하나인데,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면 당당하게 내가 원해서 하는 것으로 프레임을 만들자. 처음부터 나에 대해 사람들이 호감을 가지고 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지원해 준다. 기존 팀 상사의 서포트도 중요하다. 나의 상사는 '우리 조직에서 잘하던 사람인데 이렇게 넘겨줘야 하다니 아깝네요. 잘 부탁합니다' 하는 식으로 새로운 조직에 말해주셔서 한결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회사 업무 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 하기 싫은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임하자. 회사에서 나의 평판은 결국은 태도에서 결정되곤 하기 때문이다.
변화에 유연한 사람의 특징
이동을 기회로 바꾸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감정적인 대응을 버리고 관점을 먼저 바꾼다. ‘왜 나지?’라고 생각하는 대신 ‘여기서 내가 뭘 배울 수 있을까?’를 먼저 묻는다.
2. 빠르게 적응하는데 연연하지 않는다. 적응보다 중요한 건 관찰이다. 새로운 팀에 가면 초반에는 팀의 분위기와 판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 누가 중심인지, 어떤 의사결정 구조인지, 무엇이 이 팀의 힘인지. 그걸 이해해야 진짜로 잘 적응할 수 있다.
4. 이동의 의미를 스스로 설계한다. 조직이 이동을 정했더라도, 그 이동의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 자신이다. 어떤 시기로 만들지, 이 경험을 어떻게 내 경력에 연결할지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결국 변화에 유연한 사람은 상황의 주체로 산다. 변화가 자신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변화를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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