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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Feb 16. 2019

겨울 시골 개의 매력

토실토실한 겨울의 뿌꾸

 뿌꾸가 우리 집으로 오고 세 번째 겨울을 맞이했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매 계절 사랑스러운 뿌꾸지만 겨울의 뿌꾸는 정말로 귀엽다.

언니 뿌꾸 간식 줘

 뿌꾸는 이제 29개월이라 다 컸겠지만, 계절에 따라 덩치가 커졌다 작아졌다 한다. 생명이 계절에 맞게 진화하는 것은 당연할 터. 하지만 초여름이면 부숭부숭했던 털이 싹 빠지면서 아주 날씬한 뿌꾸가 되고, 가을이 지나면서는 조금씩 털이 더 자라면서 여름에 비해 덩치가 1.5배가 되는 건 매년 보면서도 신기하다.

초겨울이 되면 한층 풍성해지는 꼬리
덩치에 비해 작은 발, 오른쪽만 흰 양말을 신은 게 매력포인트!

 여름에 뿌꾸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 실크처럼 매끄럽게 넘어간다면, 겨울에는 뭉쳐놓은 털 뭉치를 만지는 것 같달까. 겨울의 뿌꾸를 쓰다듬으면 손가락이 뿌꾸의 보송한 털 속에 포옥 감싸지는 감촉이 정말 좋다. 운동한 것도 아닐 텐데 털 때문에 덩치가 벌크업 된 뿌꾸를 보면 캐나다구스 못지않은 든든한 패딩을 입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꽤 쌀쌀한 밤에도 집 밖에 드러누워 자는 걸 보면 쟤는 정말 춥지도 않나 봐 싶고.  

조끼 입고 멋있는 척하는 뿌꾸

 남쪽 지방이라 아주 추운 날은 잘 없지만, 올해는 맹추위 예보가 종종 있어 뿌꾸에게 털 달린 패딩 조끼를 입혔다. 그동안 뿌꾸가 찢어먹은 옷이 한 자루는 되기 때문에 뿌꾸가 답답해하면 어쩌나, 옷을 물어뜯으면 어쩌나 하는 우리의 우려도 잠시. 뿌꾸는 얌전하게 옷을 입고 카메라를 바라봐주는 여유까지 부렸다. 중 대형견용 조끼였음에도 뿌꾸가 털이 찌는 바람에 옷을 다 입히고 보니 약간 작은 듯한 인상이 조금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여름에는 날이 더워서인지 사료를 잘 안 먹으려고 해서 걱정을 시키는 뿌꾸지만, 겨울에는 아침저녁으로 사료 두 컵씩을 뚝딱하는 덕에 먹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뿌듯하다. 특히 뿌꾸는 고구마와 우유를 가장 좋아하는데, 겨울에는 우리 가족이 종종 화로에 고구마를 구워 뿌꾸에게도 나눠주곤 한다. 우유도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 팩을 따서 주면 그 자리에서 30초 만에 해치운다.

아직 뜯지도 않은 우유, 맘 급한 뿌꾸

 겨울이 되면 몸이 열을 내야 하니 먹성도 덩달아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여름에는 뿌꾸가 음식도 가리고 까다로운 애 같이 느껴진다면(식욕이 없으니 간식의 매력도도 떨어짐, 고로 나를 자주 본척만척함), 겨울에는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웃는 ‘약간 바보스럽지만 착한 친구’를 보는 것 같아서 좀 더 친근감이 느껴진달까. 그리고 겨울에는 간식을 바라고 나에게 더 자주 다가와주기 때문에, 나는 뿌꾸에게 이용당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이 좋다.   

간식을 기다리는 새초롬 얌전 뿌꾸
언니 다리 밟는 게 자연스럽다

 어디 드러누워도 겨울 땅은 얼어있어 추울 것 같아서 방석도 꺼내 주었다. 이 방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여름에 뿌꾸에게 선물 줬던 건데, 그때는 그 위에 앉기는커녕 방석을 물어뜯어 죽이려 들어서 방석과 뿌꾸를 격리시켰었다. 이제 겨울이니 보드라운 천 바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집 옆에 놔줬더니 처음에는 경계한다. 도통 발가락 하나 집어넣을 조짐이 없어서, 내가 먼저 들어가 앉으니 왜 내 방석에 언니가 앉지? 하며 갸웃거린다. 그 모습이 웃겨 ‘이 방석 좋으니까 언니 해야지~’ 하니 내 자리니까 비키라는 듯 뿌꾸가 머리를 들이민다. 얘가 이렇게나 단순하다.  못 이긴 척 비켜주니 방석 위에 앉아 보는데 이제야 이 방석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한 동안 방석 위에만 있으려고 했다는 후문.

언니 뿌꾸 방석에서 비켜
내 방석이야!!


 얼마 전 흔치 않게 김해에 많은 눈이 왔다. 소복 거리며 내리는 눈 정도면 뿌꾸가 신나 하면서 뛰어다니는데 그 양이 꽤나 많아 뿌꾸가 겁을 먹은 모양이다. 평소답지 않게 떨고 있길래 방석과 함께 힘겹게 집 안으로 들였다고 한다.

눈에 심어진 뿌꾸, 조끼는 어느새 너덜너덜
눈에 젖은 앞발 말리는 뿌꾸

 이 녀석, 겨울에는 털이 찌는 것과 동시에 체중도 느는 모양이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에는 뿌꾸를 으쌰 하면서 들 수 있는데 겨울이 되면 으어어 하면서 들어야 겨우 들린다. 그렇게 안아 들면 뿌꾸는 아주 뻘쭘한 표정을 짓는다. 그도 그럴 것이 뿌꾸를 안아야 하는 상황은 딱 두 가지. 산책 중에 안 움직이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마당에서 뛰어놀다가 밖으로 도망가는 경우.

추운 날에도 산책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 집의 파수꾼 뿌꾸(진도 믹스, 29개월)

 후자인 경우 찻길로 뛰어들어가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부리나케 쫓아 달려 나가야 한다. 그렇게 속 태우면서 동네에서 뿌꾸를 찾다가 마주치면, 어이없게도 뿌꾸는 우리 집 식구들을 본체만체한다. 누가 진돗개가 주인을 알아보고 충성심이 높다고 했던가. 왼손에 간식을, 오른손에 우유를 쥐고서 뿌꾸를 설득하고 애원해도 본인이 실컷 놀기 전에는 절대 우리에게 잡혀주지 않는다. 밖에서 다 놀았다 싶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데, 그때를 놓치지 않고 뿌꾸를 덥석 안아 들어야 한다. 가끔 나오는 뿌꾸의 이런 고집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평소 체력관리가 필수다.

  능청스럽고 제멋대로지만 오늘도 사랑스러운 우리 뿌꾸.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계절을 건강하게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 

뿌꾸 너 왜 자꾸 밖에서 우리 모른 척 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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